[ART insight] 어른의 꿈

글 입력 2021.06.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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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꿈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던, 손가락 열 개로 내 나이를 설명할 수 있던 시기의 나는 꿈이 매시간마다 바꼈다.

 

미술을 좋아했으니 화가가 되고 싶었고, 아는 선에서 조금 더 멋져 보이는 미술직업을 찾자면 패션 디자이너였다. 어느 날은 부모님이 원하셨던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가 TV 속 연예인들을 동경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졌다가 돌연 마음을 바꿔서 사회봉사자로 평생 선을 좇겠다 마음을 먹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기지만 그 시기에는 매번 바뀌는 꿈들에 모두 진심이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들을 하곤 했다. 노력이라고 해봤자 검색창에 ‘~ 되는 법’을 쳐보고 미디어 속 인물들을 따라해보는 정도가 다였지만 말이다.

 

열정에 비해 할 수 있는 게 없던 당시의 나는 빨리 시간이 가길 바랐다. 당당하게 꿈을 이뤄내는 어른이 된 날을 상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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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야?



나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를 지난 나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사회인의 기준에서는 한참 풋내기이긴 하지만 이전의 삶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지금의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바로바로 답이 나왔던 어린 시절과 달리 모르겠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다.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렇다. 알면 알수록 어렵고, 하면 할수록 못하는 것들이 보였다. 둥지를 벗어나 맞이한 바람은 생각한 것보다 매섭고 차가워서 점점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위축된 마음이 한동안 펴질 기색을 않던 시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좋아했던 유일한 것, 미술은 지금의 내 전공이 되었지만 좋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정답이 없고 자유로워서 사랑했던 미술은 정말 그래서, 나보다 자유롭고 대단한 사람들이 해야 될 것 같았다. 자리를 잃은 나는 꿈을 잃어갔다. 넓고 넓은 세계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내며 집어들었던 꿈들을 하나 하나 다시 내려놓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꿈이 뭘까.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넌 꿈이 뭐야? 다시 질문했다. 꿈이 뭔데? 내 꿈은 이거야. 하고 답하기 전에 질문부터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았다. 꿈, 그것이 어떤 것을 말하나.

 

단순히 무엇이 되고 싶음을 말하는 것이 꿈일까?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만이 나의 꿈이어야 하나? 무럭무럭 자라나 훨씬 많은 생각을 하고 살면서 꿈이 뭐냐는 질문에만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대답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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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꿈


 

어린아이처럼 꿈을 꾸었음을 깨닫고 난 후, 나는 고심 끝에 꿈을 ‘어른’으로 정했다. 어린 시절의 꿈에 비하면 흐릿하고 막연한 꿈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꿈을 이룬 것이다. 자신의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사전적 정의로 보면 나는 이미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성인이 된 후로도 나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버거워 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가장 쉬운 길로만 다녔다. 그 뒤로 따라오는 깨달음과 경험은 없었다. 그렇게 허울뿐인 어른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아직 내가 꿈꾸던 어른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나는 다시 어린시절처럼 굴 것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턱턱 내뱉던 시절의 막무가내를, 그닥 대단한 일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흉내내려 노력하던 시절의 열의를 끌어올릴 것이다. 어른이 되기 위해 다시 어린이로 회귀한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내가 어른스러워지려면 먼저 나이가 주는 사회적 책임과 막막한 미래의 압박을 조금 더 헐겁게 만들어야 한다. 무모한 동심이 헛바람이라도 불어넣어 한참 찌그러진 마음에 다시 본래 모양을 찾을 수 있다면, 그 때부터 나는 비로소 어른으로서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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