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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요즘엔 꿈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을 때에 목적지를 잊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라앉는 것도 아니다.

 

아득한 수평선을 보면, 그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무서운 고요함뿐이다. 차라리 발 밑에서 일렁이고 있는 물살이 더 현실적이다. 요즘엔 ‘죽음 이후에도 기억되는 사람’ 같은 거창하고 아득한 꿈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저녁 줄어드는 몸무게를 측정하는 데에 재미를 붙인다.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한다.

 

얼마전 사진집을 한 권 샀다.

흑백사진 속 희연 턱수염을 늘어뜨린 할아버지는 외딴 섬 산 속에서 산삼을 찾는다. 말하자면 매일매일 꿈을 좇는 삶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서울 구경을 왔다. 아마도 가족들을 보러 온 것 같다. 뒷짐을 지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하철 역사를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이 사진집에서 제일 좋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가장 자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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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신기루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 사람이 있었대’ 소문은 무성하지만 누구도 실체를 본 적은 없는 인물. 자유롭고 아름다웠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래도 몇 명쯤은 나를 오롯이 기억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의 꿈은 늘 다른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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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늘 신기루 같은 꿈을 꾸며 막연한 불안에 떨었는데, 그저 매일 산삼을 캐러 나가는 지금이 좋다.
 
꼬부랑 할아버지는 산삼을 좇고, 스물 다섯 앳된 사진가는 할아버지를 좇고, 30여 년 후 스물 다섯의 나는 그 뒤를 좇는다.

매 시각 변화하는 날씨와 기분과 몸, 생각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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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진, 『SIMMANI』, 이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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