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어렵고 사치스러운 활동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우리의 잘못이 아닌 역사일 뿐.
글 입력 2021.06.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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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다니고 있는 학부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전시에서 접하는 작품은 어렵고 전시는 특정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전시를 볼 때 작품이 이해가 안 되고 조금의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조용히 관람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의 무지를 탓했었습니다. 그러나 학부에 들어와 관련 지식을 배우면서 든 생각은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당연했다."였습니다. 혹시 저처럼 전시에 대해서 당연히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라고 생각해 자신이 어떠한 것을 느끼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본인에게 돌리는 분이 있다면 이번 글을 집중해서 봐주세요.

 

뮤지엄의 시원은 뮤세이온부터 현재 공공뮤지엄까지 간략하게 뮤지엄의 역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뮤지엄의 유래는 학문과 예술의 신인 Muses를 기리고자 기원전 3세기 경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건립된 Mouseion(뮤세이온)이 시원입니다. 당시의 뮤세이온은 도서관, 극장, 소장품, 천체관측소, 동물원, 정원, 연구강의 시설 등으로 구성된 헬레니즘 당대의 최대 지식 복합단지였습니다. 대중들에게 개방되어 있기 보다는 폐쇄적으로 귀족과 왕족에게만 개방되어 있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적 뮤지엄의 형성은 16세기의 인본주의, 18세기의 계몽주의, 19세기의 민주주의의 산물입니다. 15세기와 16세기에 대항해의 시대가 열려 권력이 강력한 국가, 예를 들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는 다른 나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쉽게 침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7세부터 20세기 초에 근대 제국주의 시대가 열리며 다른 국가의 여러 문물이 수집 가능해졌고 주로 귀족과 왕족들의 소장품 중심으로 전시가 개최되었습니다. 그러다 1789년 시민혁명이 일어나며 특권층만의 소유였던 것들이 대중에게 개방되고 미국, 영국의 대형 소장품을 가능케 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의 만국박람회가 개최됩니다. 이처럼 오늘날의 뮤지엄은 사적 소장품이 시민에게 개방되고 국가가 이를 공공기관화하면서 대중의 문화적 계몽을 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민주시민 양성과 대중화를 원하는 현재의 뮤지엄이 등장한 것입니다.

 

공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박물관은 최초의 공공박물관으로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입니다. 루브르 박물관 이전에는 모든 박물관이 왕족과 귀족 중심의 박물관이었습니다. 그러나 1793년 개방된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혁명(1789)을 계기로 시민의 것이자 시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 근대적 개념의 박물관 탄생을 알렸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이후에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박물관의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뮤지엄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뮤지엄은 교육과 연구, 향유를 목적으로 인류와 그 환경의 유무형의 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 소통, 전시하여 사회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공중에게 개방되는 비영리의 항구적 기관이다."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 뮤지엄은 대중을 계몽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서양의 수많은 뮤지엄 건축 양식, 그리고 그 양식을 본떠서 건축한 한국의 수많은 뮤지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일상과는 다른 분위기를 환기하며 공간 내에 경건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양식입니다. 마치 신화에 나온 신들의 성전처럼 경건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건축양식이 형성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초기의 박물관이나 박람회는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되면서도 관람객에 대한 상당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계몽되지 않은 무지몽매할 수 있는 대중 다수가 작품에 접근하고 관람하는 것에 경계심을 갖고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 예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4년에 뮤지엄 내러를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2010년의 <허시혼 미술관, 조각공원 로비의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실린 적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뮤지엄은 대중에게 개방된 역사도 뮤지엄의 역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뮤지엄의 건축양식 또한 전시를 예술을 어렵게 만들어 왔습니다. "White Cube"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는 전시장의 하얀 벽에 그림만이 걸려있는 모습을 빗대어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탈맥락적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단어입니다. 오늘날 White Cube와 관련된 뮤지엄의 담론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시대에 맞춰 디지털 박물관인 LG 시그니처 아트 갤러리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대중들은 전시를 관람할 때 전시장이 관객인 우리에게 강요하는 점들을 느끼지 못합니다. 일정 거리를 지키며 작품을 관람해야 하며, 매너있게 행동해야 하고, 시끄럽게 해서도 작품을 보면서 열정적으로 행동해서도 안 됩니다. 너무 오랜 시간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National Gallery]라는 3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시면 그 생각은 바뀌실 것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박물관이 하는 일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작품과 전시를 감상하는 대중에게 느껴지는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평소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관람객의 열정,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전시를 보러 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전시만이 아니라 예술을 감상하러 가실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공간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 아닌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하시면 전시장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자신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의 역사와 전시장의 분위기를 비판적으로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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