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847년의 막장드라마 [도서/영화]

폭풍의 언덕, 사랑과 복수사이.
글 입력 2021.06.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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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Wuthering Hegihts]

에밀리 브론테 (1847년)

 

 

고전 문학을 좋아한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면서 전해 오는 책이라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다. 성인이 된 후 다시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 했을 때 부터 고전문학을 찾아 읽었다.

 

폭풍의 언덕 역시 그렇게 골라진 책이다. 제목은 어딘가 익숙하다. 한번쯤은 들어본 이름이다. 그렇지만 그 작가도, 작품도 전혀 생소하다. 그래서 그 책을 골랐고 읽었다. 민음사 북클럽을 신청하며 받은 폭풍의 언덕 책은 배송 받고 보니 책이 굉장히 두꺼워서 놀랐다. 내가 실물을 봤다면 구입했으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손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그 책에 빨려 들어갔다. 거 참 이상하지. 내용은 참 기묘한데 말이다. 제목만 보고 기대 했던 언덕 위의 폭풍 같은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다. 진짜 폭풍이었고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상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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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촌의 사촌,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름이 겹치고 겹친다. 오죽하면 인물 관계도를 직접 그렸을까.

 

히스클리프, 캐서린언쇼, 힌들리언쇼(캐서린오빠), 헤이튼언쇼(힌들리 아들), 에드가 린튼, 이사벨라 린튼 (오누이), 캐서린린튼(캐서린-린튼 딸), 린튼 히스클리프(히스클리프-이사벨라 아들), 록우드(세입자), 엘렌(가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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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그린 인물관계도)

 

 

이야기는 여주인공인 캐서린 언쇼의 아버지가 흑인 소년 히스클리프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흑인 소년과 백인 소녀가 두 주인공이다.

 

무려 1847년 작이다. 그 시절의 흑인 소년과 백인 소녀의 사랑이라면 어떨 것 같은가? 순탄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소설 순탄지 못했다 정도가 아니다.

 

여주인공 캐서린 언쇼는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 상황을 생각해 백인 소년 린튼과 결혼을 한다. 그 과정에서 히스클리프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그는 굉장한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되어 집을 떠났다가 결국 성공해서 위풍당당하게 언덕의 집,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온다.

 

그리고 시작되는 복수. 히스클리프는 린튼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꼬셔 자신의 부인으로 만들고 아이를 낳게 한다. 사랑했던 캐서린은 딸을 낳다 사망했지만 히스클리프는 복수를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늘 괴롭혔던 캐서린의 오빠 힌들리가 죽고 그의 아들인 헤이튼을 거두기는 하나 학대하며 글 조차 배우지 못하게 한다. 또한 억지로 자신의 아들인 린튼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딸인 캐서린 린튼을 만나게 하고 사랑에 빠지게 하고 결혼까지 시키고는 그들의 재산까지 모두 빼앗아 완전한 복수를 성공한다.


아들 린튼 히스클리프는 병약하여 일찍 죽어버리고, 워더링 하이츠 집에는 히스클리프, 캐서린 히스클리프(며느리), 헤이튼 언쇼(캐서린 오빠 아들) 셋만 남게 되는데, 결국 캐서린의 환영을 보다 죽어버리고 그 집엔 둘만 남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집의 세입자 록우드와 가정부 엘렌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의 기분은 굉장히 묘했다. 내가 지금 읽은게 도대체 무엇이지? 사랑인가, 복수인가, 집착인가? 요즘 TV 막장드라마보다 어쩌면 더 막장스러운 내용이지 않은가.

 

그 때 그 배경시대를 생각하며 각 인물의 입장이 되어 보면 나쁘긴 하나 악하지는 않았을 행동이다. 단 한 사람, 히스클리프를 빼고. 흑인이라는 핸디캡,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받은 배신감, 모멸감, 그 복수 하나만을 위해서 삶을 살아가는 그를 이해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영화는 달랐다.

 

 

캡처1.PNG

 

 

폭풍의 언덕은 2편의 영화로 제작되어 있다.

 

1993년작 -  줄리엣 비노쉬, 랄프 파인즈

2011년작 - 카야 스코델라리오, 제임스호손


1993년 작품과 2011년 작품은 같은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갖기 때문에 두 편 모두 보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1993년 작품은 원작의 내용을 전부 담을 수 없어 중간 중간 삭제 된 내용들이 꽤 많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과거의 첫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원작을 그-대로 옮기려는 노력을 매우 했기 때문에 책을 읽었던 내용을 영상으로 보는 그 맛이 굉장하다. 심지어 책을 읽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캐서린언쇼는 생각보다 매우 나쁜여자고, 히스클리프가 안쓰러웠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그들의 감정선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은 훨씬 더 그들의 입장에 몰입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아쉬웠던 것은 책에서 히스클리프는 흑인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중동인? 느낌이다.

 

2011년 작품은 제대로 흑인 히스클리프가 출연한다. 또한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닌 Nigger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면서 그 시대의 인종차별을 대놓고 드러낸다. 2011년 작품은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만 집중되어있어 원작 책의 내용을 전부 담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의 어렷을 때의 모습을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주면서 이 둘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를 이해시키고 그 후 성인이 된 후 서로에게 갖는 사랑, 집착, 복수 등에 집중했다. 책에 나오는 그들의 2세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2011년 작품은 원작도 1993년 작품도 아닌 새로운 각도로서 그들의 사랑을 보여주는데 훨씬 자극적이다.

 

*

 

I feel I'm wrong

If only Hindley didn't bring Heathcliff so low, I wouldn't even think of marrying Edgar.

But now it would degrade me to marry Heathcliff and he will never know How much I love him.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거지.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럴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거야. p.150


안타깝게도 히스클리프는 이 말의 뒷부분은 듣지 못한 채 앞부분만 듣고 집을 떠나버린다. 막장드라마의 서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엄청난 막장드라마, 직접 읽어보길 추천한다.

 

 

[김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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