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 속에서 피어오르는 인간의 양면 - 오페라 토스카TOSCA

글 입력 2021.05.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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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예술의전당에 오른 TOSCA는 여러모로 새롭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아마 이러한 신선함의 주요한 원인은 이 글을 쓰는 내가 오페라에 익숙하진 않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오페라를 감상하며 감탄을 느낄 수 있지만, 모든 부분에서 함께 감탄하진 못한다. 특히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은 단조와 장조, 주제의 반복, 성악가의 기술적 특징 등 클래식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입 장벽이 높다.

 

고백하건대, 개인적으로 음악을 베이스로 한 작품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껴왔다. 음악극은 음악적 장치와 이야기가 함께 얽혀 하나를 만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감상 포인트와 해석이 절름발이처럼 휘청거리곤 했다. 작가 한 명이 빚어낸 하나의 의도된 작품의 관점에서 그 둘이 하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감상자로서 가슴 아픈 일이다. 뷔페에서 맛있는 파스타 종류만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러한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나름의 준비를 해갔다. 어떤 음악적 주제가 반복되고, 어디에서 다시 변주되는지, 또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관람객으로서 고전의 가장 큰 장점은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자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단언컨대, 내가 그러한 준비를 해간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정말로. 진심으로 나와 비슷한 조건의 감상자라면 주저 없이 권한다). 하지만 본 리뷰에서는 내가 감상을 위해 준비해간 것들을 구구절절 풀어놓지는 않으려 한다. 이는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 끔찍한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도 있지만, 한 관객으로서 느낀 바로서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본 리뷰에서는 예술의전당에서 감상한 TOSCA를 네 가지로 나누어 표현해보려 한다. '명료한 구조', '뚜렷한 캐릭터성', 그러한 서사적 장치에 아름답게 녹아든 '음악적 표현', '인상적인 연출'. 이러한 특성들이 어우러져 TOSCA는 정말 시간을 뛰어넘은 작품이 되었다. 이 리뷰에서는 음악적 구조, 음악적 표현을 서사와 함께 묶어 기술하고 연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처럼 마스터피스를 아무런 비판 없이 마스터피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게으른 감상자의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새롭게 시도된 연출 면에서나, 그 작품이 가진 명성만큼이나 TOSCA는 개인적으로 나의 입맛에 너무 잘 맞는 작품이었다.

 

또한 본 리뷰에서는 아쉽게도, 나의 지식이 부족한 탓에 TOSCA를 '이 극단'의 '성악가'가 어떻게 재현했는지는 리뷰할 수가 없다. 고전은 누가 어떻게 재현했는가에 따라 다른 맛이 나기에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본 리뷰를 쓰는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고로 아주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드러난 대사, 무대적 연출, 스토리 뿐이었고, -앞서 기술했듯이- 절뚝거리며 이에 기대 음악적 요소를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여기서 밝히자면, 2막 소프라노의 연기와 3막 테너의 별이 빛나는 밤에 가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박혔다.

 

서문이 불필요하게 길어졌다. 만약 당신이 나와 같이 끔찍하고 신성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다양한 서사적 디테일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무지성 음악 감상가이지만 화려한 화음에는 신선한 충격을 받는 사람이라면, 당신 역시 TOSCA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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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CA, 격정적인 하룻밤


 

우선 TOSCA는 살인, 자살, 고문, 강간 등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 찬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역사적 전환기를 배경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본 오페라의 주요 등장인물은 안젤로티, 토스카, 카바라도시, 스카르피아다.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막, 안젤로티는 공화국의 의원으로서, 나폴레옹의 패전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정치범으로 수용된다. 안젤로티는 감옥에서 탈출한 후 여동생이 알려준 은신처로 도망가게 된다. 여동생이 알려준 은신처는 그녀가 그의 오빠를 위해 기도를 했던 교회로, 그곳에는 안젤로티의 친구이자 친불성향의 카바라도시가 화가로 일하고 있는 곳이다. 카바라도시는 안젤로티를 자신의 별장에 숨겨준다.

 

한편, 유명한 소프라노인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는 열렬한 연인 사이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시가 안젤로티를 황급히 숨기는 순간에 그를 찾아온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시가 안젤로티의 여동생을 성모 마리아의 모델로 삼았다는 점에 질투를 느끼지만, 왕국 공연이 끝나고나서 별장에서 사랑을 나눌 것을 기대하면서 그 마음을 잠재운다. 카바라도시 그녀가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안젤로티를 숨기는 것을 비밀로 부친다. 토스카를 달래고 돌려 보낸 후, 카바라도시는 여장한 안젤로티를 별장에 데려가 숨긴다.

 

로마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는 안젤로티를 다시 잡아들이기 위해 교회로 들이닥친다. 스카르피아는 정치가로서의 야망뿐만 아니라, 토스카를 욕망하고 있었다. 그는 안젤로티의 여장을 위해 준비해두었다가 놓고 간 부채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토스카의 질투를 이용한 계략을 세우려고 한다. 밤에 추가 공연이 생겨 별장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알리기 위해 달려온 토스카에게 스카르피아는 그가 안젤로티의 여동생과 그만의 은신처에서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토스카는 화가 잔뜩 나서 그들만의 은신처인 별장으로 찾아가고, 결국 카바라도시가 발견되어 수감된다.

 

2막, 스카르피아는 안젤로티의 행방을 알기 위해 카바라도시를 고문한다. 토스카는 애원하며 고문을 멈추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스카르피아는 그가 안젤로티의 행방을 밝히기 전에는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연인을 향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고문에 견디지 못한 토스카는 안젤로티의 위치를 말하게 된다. 하지만 안젤로티는 자살한 후였다. 이어 카바라도시는 정치범을 숨긴 죄로 사형당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어 나폴레옹의 승전 소식이 들려오고, 카바라도시는 정의가 승리한다고 울부짖는다. 스카르피아는 불리한 상황이지만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카바라도시의 사형을 집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토스카에게 그의 연인을 살릴 마지막 기회를 준다. 바로 자신과 동침하라는 것이었다. 토스카는 자신의 연인을 살리기 위해 동의하고, 스카르피아는 가짜 사형을 집행하라고 하지만, '백작'때와 똑같이 집행하라고 이야기한다. 스카르피아가 토스카에게 줄 통행증을 준비하고 돌아오자, 토스카는 책상에 있던 칼을 스카르피아의 심장에 꽂는다. 토스카는 자신의 저지른 짓에 큰 충격을 받지만, 이윽고 보석을 챙겨 자신의 연인과 도망갈 준비를 한다.

 

3막, 카바라도시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토스카를 떠올리면서 슬퍼한다. 그때 토스카가 찾아와 가짜로 사형이 집행될 테니, 총소리가 들리는 순간 죽은척하고 있으라고 한다. 둘은 달콤하게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사형이 집행된다.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스카르피아가 속였다는 것을 깨달은 토스카는 절망에 빠지고, 그녀를 살해범으로 쫓아온 이들을 피해 성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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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이야기 전개, 음악 안에서 다시 피어나는 캐릭터


 

이러한 소재들은 마구 나열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가 되기 쉽다. 특히 너무 강렬한 소재가 너무 남용되면 오히려 캐릭터가 사라지고 공감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TOSCA의 이야기는 절대 촌스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우아하게 느껴진다. 연출을 잠깐 배제하고 말하자면, TOSCA엔 서사적 디테일이 음악에서 잘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등장인물이 부르는 아리아에서 캐릭터가 잘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적인 오페라의 구조를 분석해보자면, 1막에서는 캐릭터를 소개하고, 2막에서는 사건을 전개하며, 3막에서는 결말을 보여준다.

 

1막과 3막은 반전된 거울처럼 구성되어 있다. 오케스트라가 먼저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테너와 소프라노, 즉 카바라도시와 토스카가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1막과 3막에서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는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1막은 사랑스럽고 희망찼지만, 3막은 비극적이고 슬프다. 시작과 끝이 명료한 것이다.

 

우선 오페라의 이름이기도 한 '토스카'의 캐릭터는 주목할만하다. 1막에서 그녀는 열정적이고 질투도 잘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애교도 잘 떠는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2막에서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을 멈추고, 자신의 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행동력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모습이 엮여 나타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그야말로 토스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토스카는 이 아리아를 통해 도덕적으로 살아온 자신에게 이러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한 신에게 한탄한다. 이 장면 뒤에 그녀는 스카르피아를 살해하고, 그녀의 숙적을 경멸하는 동시에 몹시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소감을 좀 더 덧붙이자면, 토스카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다. 노래와 사랑, 그리고 자신이 믿어온 종교를 위해 신실하게 살아온 그지만, 토스카는 정말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는 질투를 숨기지 않고, 자신의 연인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위치를 알리기도 하고, 살인도 저지른다. 열렬한 사랑의 끝이 자기파멸이라는 말처럼, 토스카는 결국 자살하게 된다. 푸치니는 오페라를 작곡하는 동안 그녀가 자살하는 것에 한사코 반대하였다고 했는데, 왠지 그 마음만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캐릭터들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사디즘적인 욕망을 과시하는 스카르피아는 분명 나쁜 캐릭터임에도 바리톤 아리아를 통해 그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했으며, 3막의 초반부를 장식하는 카바라도시의 아리아는 가슴을 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카바라도시의 '별은 빛나는 건만'은 죽음을 앞둔 카바라도시가 삶의 의지를 다시 되살리는 아이러니한 음악이다. 이 아리아가 주는 기묘한 실존적 메시지는 이야기와 떼놓고 봐도 다양한 맛을 낸다. 개인적으로 약방의 감초 같은 성당지기 캐릭터도 재미있었다. 초반 유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그는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초반의 분위기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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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연출, 끔찍함과 신성함


 

클래식에 열렬한 사랑을 품고 있는 엄마가 몇 번 작품이나 아리아를 들려준 적은 있지만, 전에 TOSCA를 직접 무대에서 감상해본 적은 없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이 일반적인 표현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전에 같은 시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의 연출은 과감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관념적인 상징이 무대의 많은 부분에 갑자기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랬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연출은, 1막에서 합창이 끝난 후 십자가가 내려오는 장면과 3막의 끝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뽑는 것인지, 넣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포즈로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구체적으로 기술하자면 첫 번째 연출은 토스카가 질투에 사로잡혀 무대를 퇴장한 후, 나폴레옹의 패전 소식과 함께 여러 사람이 합창이 끝을 향해 달려갈 때 무대의 중간으로 스태인드 글라스로 장식된 거대 십자가가 내려왔다.

 

교황의 옷을 입은 사람과 어린 성가대 아이들 사이, 대중들의 사이로, 교회를 배경으로 내려온 십자가의 모습은 그 크기 면에서나 분위기 면에서나 엄격한 인상을 풍겼다. 사람들은 내려온 십자가 사이에서 무릎 꿇는다. 2막 전, 모든 사건이 요동치기 직전 내려온 십자가는 불완전하고 역동적인 인간의 모습과 대조된다. 완전하고 신성해 보이는 그것은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과 대조되는 동시에, 그렇기에 모든 인간이 갈구하는 무언가를 빚어놓은 듯 했다.

 

3막에서는 토스카가 자살한 후 성벽 뒤로 로마 산탄젤로성의 미카엘 석상이 드러난다. 이 대천사 미카엘 조각상은 바티칸에서 멀지 않은 테베레 강가 원통 모양의 산탄젤로성 건물 꼭대기에 높이 솟아 있다. 이 조각상에는 흑사병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절, 로마의 교황이 흑사병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던 중 상공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칼집에 칼을 집어넣는 환시를 본다. 이후 흑사병이 사라졌고, 이 사건을 기리려고 조각가가 건물 꼭대기에 대천사 미카엘의 대리석상을 세웠다. 대천사의 손에는 당시 로마에 창궐하던 전염병이 퇴치되었음을 선언하는 의미로 칼이 쥐어져 있다.

 

극 내에서는 심판의 시작인지, 종료인지 알 수 없는 미카엘에 엄중함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극 밖에서 석상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나서는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세상을 위한 연출가의 메시지가 아닐까를 고민했다.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하건, 극 내와 극 외를 넘어 인간 자체를 바라보는 신성한 관념을 표현하려 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연출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나는 그것에서 어떠한 의지를 느꼈고, 결과적으로 작품 내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끔찍함과 신성함이 두드러졌다. 사실 작품의 주인공인 토스카만 해도 그 양면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니던가?

 

이처럼 TOSCA는 나에게 정말 매우 좋은 작품이었다. 만족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나왔고,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리아들을 다시 듣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앞서 자세히 기술하지는 못했지만, 각 막 사이에 있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정말 특별하다. 안젤로티가 쫓기면서 느끼는 초조함, 세속적이지만 그래도 밉지는 않은 성당지기의 움직임, 순수한 예술가적 감탄, 어두운 밤 속에서 더욱 빛나는 황금빛 등불.... 부족한 지식에도 오페라를 다시 볼 기회가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방식으로 TOSCA를 감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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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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