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같은 것에서 다름을 발견하는 힘 - 아티스트 인사이트 [도서]

사고의 틀을 깨면 '차이'가 탄생한다
글 입력 2021.05.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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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일반인과 다른 눈으로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즐기는 창조가.

 

 

저자는 아티스트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한다. 기존에 확립된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사람들. 이들은 세상의 표준을 깨고 저항하며 관습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자신을 갱신하기 위해 끊임없이 삶을 연마하며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고뇌가 수반되지만 기꺼이 감내한다. 마침내 자신만의 관점으로 창조한 예술을 세상에 선보여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백내장 진단을 받고 2번의 수술을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그려낸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대자연의 순수함을 내면화한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조각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고발하는 토니 마텔리Tony Matelli, 비밀스러운 상상력으로 내면 세계를 탐구한 사진 작가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 도발적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렇다.

 

저자는 시대와 국적을 넘나드는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이라는 4가지 주제로 소개함으로써 우리 내면의 사유를 깨우고자 한다. 책의 전반에서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뿐만 아니라,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기업들의 이야기를 주제에 따라 함께 다룬다. 이 책을 통해 같은 것에서 다름을 발견하는 힘을 기르고, 또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 관찰: 집요한 관찰과 남다른 시각



첫 번째 주제로 아티스트의 관찰법을 소개한다. 모네는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사물의 상태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표현하는 인상주의의 대표 작가다. 사실적으로 그리는 화풍이 각광받던 시대, 즉 '보이는 대로' 얼마나 잘 묘사하는가가 작품의 권위가 되는 시대에 모네의 그림은 과거의 미술가들과 확연히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눈앞에 있는 사물이 '무엇인지'가 아닌, 우리 눈에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가'에 주목한 것이다. 화가가 놓인 특정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움직임과 사물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여 직접 마주한 이미지를 그리는 식이다. 사물이 계절과 시간, 기후의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담은 <루앙 대성당>과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포착한 인물화 <임종을 맞은 카미유>가 그렇다. 저자는 '같은 그림이라도 같은 대상을 그려도 어떤 관점으로 그리냐에 따라 감동의 차이가 생긴다'고 말한다.

 

모네는 관찰 대상에 대한 상상력을 넘어 몸으로 일체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는 영감의 원천에 깊이 스며들기를 원했다. 자연도 예외는 아니다. 원하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 직접 원예학 지식을 쌓으며 정원을 가꾸며 들여다봤다.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고려해 정원 디자인을 구성하며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43세부터 8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43년간 소재로 삼아 총 500점의 그림을 그린 곳이 지베르니 정원이다.

 

일체화를 가장 잘 실천한 인물로 《인터뷰를 잘 만드는 사람》의 저자 김명수 기자가 있다. 그는 기사를 써본 적도 없는 평범한 편집기자였고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내성적인 성격 탓에 누군가를 만나 취재하는 것이 두려웠다고 한다. 그랬던 그는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여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기사를 쓰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인터뷰 대상의 삶에 직접 들어가 보는 방법을 활용했다. 그는 아파트 경비원을 인터뷰하고자 했을 때는 본인이 직접 3년 동안 경비원처럼 성실히 일했다. 노숙자가 사회 문제로 부각됐을 때는 홈리스로 살아보기도 했으며, 식당 접시닦이, 막노동 등 현실의 다양한 일들을 몸소 경험했다. 실제 인터뷰이의 삶을 살아보며 그들과 동화되는 경험을 통해 써 내려간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김명수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취재로는 글쓰기에 한계가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쓴 글과 직접 체험하면서 쓴 글은 읽어보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그들과 동화되고 싶었다”

 

- 김명수 기자

 



2. 성찰: 존재의 내면에서 찾은 가치


 

고흐의 그림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그의 투박한 선과 과감한 붓놀림은 진한 여운을 전한다. 필자는 그 매력에 이끌려 한동안 고흐와 관련된 서적을 샅샅이 찾아 탐독하곤 했다. 그가 왜 귀를 자르게 됐는지, 귀 전체를 자른 것인지, 귓불을 자른 것인지까지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전부 궁금했다. 평생 가난하고 외로운 환경에서 그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그림을 그리며 과연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도무지 그 깊은 속을 알 길이 없었다.

 

20세기 현대 미술의 카임 수틴Chaïm Soutine의 이야기에서 작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와 인생은 고흐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수틴은 고흐보다 훨씬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힘든 조건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했고, 그림 도구를 사기 위해 식기를 팔았다가 깜깜한 광에 갇히기도 했다. 그뿐일까, 극도의 추위와 굶주림을 느끼며 부랑 생활을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그림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당시 가난한 화가들이 거처로 삼았던 집단 아틀리에에 거주하며 주변인들이 조금씩 나눠주는 음식으로 연명했는데 이때 얻은 파, 청어 등을 소재로 정물화를 그렸다.

 

수틴은 추함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죽은 소의 몸통을 방에 두고 벌레가 생길 때까지 보고 또 보며 관찰했고, 소고기의 피가 마르면 도축장에서 피를 구해 바르면서까지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완성한 <도살된 소> 연작과 <매달린 칠면조>, <껍질이 벗겨진 토끼>는 괴이하고 끔찍하지만, 동시에 감각적이고 섬세한 그림 세계가 공존한다. 아울러 그의 유년 시절 고통과 사회의 비인간적임을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동물 사체로 그림을 그려 혹평과 조롱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존재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죽어서야 인정받은 고흐와 달리 수틴은 생전에 작품값이 치솟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다. 그는 지독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돈과 명예,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화실이 딸린 저택이 생겨도 쪽방촌의 월세 생활에서 비롯된 습관으로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재산이 줄어들까 봐 전전긍긍했고, 그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우울증도 깊어졌다. 작품에 대한 집착도 병적으로 강해졌다. 행복의 기준을 외부에 두니 스스로 독이 됐다. 그렇다면 수틴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가난에서 벗어났으므로 행복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

 

단언하기 어렵지만, 그들이 온 마음을 쏟아 작품 활동에 임했던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을 것이다. 귀를 자르고도, 혹은 죽은 소의 악취를 견디면서도 그들은 내면의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계속 그림을 그렸다. 외로움이었을까,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었을까, 그려야만 쓰라린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걸까. 모르긴 몰라도 부와 명성과 같은 이유가 그림을 그린 동력은 아니리라. 시인이 시를 쓰듯, 강물이 흐르듯, 바람이 불면 잎이 흔들리듯,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3. 창조: 과거의 아이디어를 지우고 당연함을 파괴하는 일


 

기존에 당연시되는 표준을 무시하고 자신의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과거에는 당연했던 일에 반기를 드는 셈이니 두려운 일이다. 이는 회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15세기부터 약 500년간 원근법과 명암법이 유행했다. 사실적인 화풍이 시대를 풍미하며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가운데, 빛의 순간을 포착해 빠르게 화폭에 담아 묘사하는 인상주의가 들어섰다. 대상을 뚜렷하게 묘사하지 않고 빛에 집중하기에 형태는 뭉개지고 명암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니 입체감을 표현하려면 원근법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프랑스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은 이전까지의 전통적 원근법을 깨고, 한 작품에 여러 시점을 동시에 담는다. 세잔의 <병과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에는 위, 옆, 정면에서 본 시점이 모두 존재한다. 그래서 다양한 각도에서 본 사물을 한 폭의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회화에서 원근법이 절대적인 요소가 아님을 나타내며, 작품의 정형성을 탈피하는 혁신을 가져왔다. 세잔의 신념과 태도는 마티스, 피카소 등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진정한 회화는 문명에서 배운 모든 것을 머리에서 비우는 데서 출발한다.”

 

- 폴 세잔Paul Cézanne

 

 

기존의 시각을 깨는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할 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행위 예술가로 매번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한의 상황까지 만드는 그의 퍼포먼스는 시각적인 충격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회에 대한 고발과 의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담고 있기에 깊은 자극을 전한다. 그의 퍼포먼스는 이전의 전통적 회화와 달리 관객에게 참여를 유도하며 정서적 교감을 주기도 한다.

 

 

 

4. 발견: 나에게서 찾는 차이


 

 

“출항과 동시에 사나운 폭풍에 밀려다니다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같은 자리를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선원은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오랜 시간을 수면 위에 떠 있었을 뿐이다.”

 

- 세네카Seneca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기만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저자는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Le Clezio의 《황금 물고기》에서 주인공이 경험한 표류하는 삶과 항해하는 삶을 빗대어 삶의 성찰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모든 인간이 표류하는 삶을 살지만, 무수한 장소를 전전한다고 해서 그 과정이 항해가 되지는 않는다. 고독과 어려움 속에서 내면의 시간을 마주하고 인생의 내적인 성장을 이룰 때 비로소 항해하는 삶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Seneca의 말을 빌려 의미를 전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면 자기 자신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질문일수록 가장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있다.

 

-195p

 

 

아울러 자신의 취약함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밑바닥에 있는 모습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속내를 감추지 않아야 한다. 저자는 진짜 강한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즈>가 161년이나 지난 기사의 사소한 실수를 바로잡아 정정기사를 내보냈던 일과 순진한 어린아이의 모습에 복잡한 감정선을 담아내는 팝아트 작가 요시모토의 이야기에서 진정한 강인함과 성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생각해낸 것을 냉동 보관하진 말아라. 생각해낸 것을 창피해하며 감춰둔들 무엇이 되겠나? 용기를 내서 유치한 말이라도 말해버리자. 어린아이에게라도 제대로 전달만 되면 괜찮지 않은가. 나도 아직 미숙한 인간이 아닌가…”

 

- 요시모토

 

 

*

 

미디어에서 누군가의 성공을 접하다 보면, 노력을 간과하기 쉽다. 그들이 보낸 인고의 시간보다 어디서,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가 가장 큰 화두이기 때문이다. 기사 타이틀이나 헤드라인을 떠올려 보자. '매일 쪽잠자고 연휴도 없이 일만 하다 보니… '보다 '요즘 주목받는' 또는 '세계인이 열광하는'이라는 문구가 훨씬 이목을 끈다. 성공담은 너무나 매력적이라, 마치 그들이 어떤 타고난 능력에 의해 성공을 쟁취한 것만 같다. 세상이 점찍은 존재는 이미 정해져 있나 싶다. 하지만 그들의 인터뷰만 읽어봐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아티스트 인사이트』의 저자는 질문한다. '위대한 아티스트의 재능은 타고나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기엔 간혹 거짓말 같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필자는 절대음감을 지닌 사람들만 봐도 그렇게 느낀다-다만 뛰어난 아티스트들도 부단히 재능을 갈고닦으며 노력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저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한 재능만으로 대가나 천재가 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덧붙여 걸작이라고 일컫는 완성작에는 아티스트의 무수한 질문과 실험, 시련과 수련, 고뇌가 담겨 있음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자신과 주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리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세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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