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그냥 지금 이 순간의 나라는 사람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인터뷰
글 입력 2021.05.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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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인터뷰의 주인공은 생일을 맞아 자기소개를 하고 싶다는 박혜설 에디터다.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적지 않으면 첫 문장을 쓰지 못하고, 인터뷰를 할 때는 철저하게 예상 질문지를 짜는 치밀함을 보여주던 그가 이번 인터뷰는 의식의 흐름에 맡겨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놓았다. 인터뷰어이자 인터뷰이인 본인도 이 인터뷰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을 못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도 반가워요!

 

 

지금 뭐하고 계셨어요?

 

유튜브 틀어두고 체리를 먹으면서 이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혹시 어떤 영상인지 보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요?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이연 님의 영상이에요. 그림 유튜버이신데 가끔 애플 한정 테크유튜버로 변신하기도 하시고, 그림을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튜버입니다. 저는 올해 내신 책도 사고, 모나미와 한정판으로 낸 굿즈도 대기 타서 샀을 만큼 이연 님을 좋아해요. 지금은 며칠 전에 그림 그리면서 구독자들이랑 이야기 한 라이브 영상을 보는 중이었습니다.

 

 

KakaoTalk_20210524_152301253.jpg

이게 바로 그 한정판 굿즈입니다! (자랑)

 

 

굿즈를 대기 타서 샀다니, 대단하네요. 평소에도 유튜브를 자주 보시는 편인가요?

 

그럼요. 경쟁률이 엄청났다고요. (하하) 사실 유튜브를 열심히 보기 시작한 지 일 년 조금 넘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좋아하는 채널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잘 안 봤거든요. 근데 작년에 집에 있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청 시간이 늘어났어요.

 

파도를 타고 타면서 알게 된 유튜버분들도 많아졌고. 무엇보다 다양한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게 재미있어요. 저랑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우도 있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다는 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분이랄까요.

 

 

원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이런 거 좋아하시나 봐요.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그런 걸 주고받는 걸 좋아해요. 티키타카가 잘 되는, 이른바 텐션이 잘 맞는 대화에서 오는 짜릿함?이라고 말하면 어떤 느낌인지 아시려나요? 그래서인지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어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더 친밀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꼭 누군가와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만의 생각과 느낌을 알 수 있는 콘텐츠를 보면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색이 묻어나는 블로그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인터뷰를 통해 몰랐던 사람을 만나거나, 팟캐스트로 누군가의 대화를 엿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럼 혼자 있는 것보다 남들과 함께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하시나요?

 

그건 또 아니에요.(웃음) 저 혼자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으면 그건 또 그렇게 답답하더라고요. 적당히 균형이 잘 맞을 때가 가장 좋지 않을까요? 며칠 연속으로 약속을 잡으면 금방 피곤해하는 스타일이라, 꼭 저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선 안에서만 사람들을 만나려고 해요.

 

 

지금 저와 하고 있는 대화도 부디 재미있는 시간이길 바랄게요.(웃음) 그럼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올해 2월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제가 사회에서 어떤 쓸모를 가지고 있는지 찾고 있는 중입니다. 괜히 거창하게 말해 봤는데 그냥 취준생이죠. 올해 초에는 광고 회사 일을 조금 하다가 지금은 소셜 섹터와 청년들이 협업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에요.

 

그 이외에는 간간이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의 취업 준비.. 어떤가요?

 

사실 제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취업 준비를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는데요. (하하) 시국이 시국이니 더 힘든 점도 분명 있겠지만 제가 바꿀 수 없는 영역이니 받아들여야지 뭐 어쩌겠어요. 다만 요즘 조금 무기력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긴 한데, 이게 코로나나 취업 준비 때문인지 그냥 개인적인 상황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혹시 혜설님은 이런 시기를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 같은 게 있으신지 궁금해요.

 

저는 스스로를 오뚝이 같다고 말할 만큼 위기 극복을 잘 하는 편이었거든요? 화가 나거나, 우울하거나, 짜증 나는 감정이 아예 없는 편은 분명 아닌데 그걸 빠르게 떨쳐내곤 했어요. 확실히 땅굴을 파고 오래 들어가 있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보다 이런 상태가 꽤 오래가더라고요.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답답하기도 했죠. 근데 힘들다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무언가를 '하면' 확실히 활력이 돋아나요. 저는 소속은 없지만 제가 책임지고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런 걸 억지로라도 하다 보면 다시금 뭔가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더라고요.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어요. 무기력해서 정말 하기 싫어도 겨우 글을 완성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져요. 이건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저는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내 기분이 확실히 좋아지는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무엇인지 파악해두면 마음이 지친 상황에서 써먹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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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늘이나 나무를 보면서 힘을 얻는 것도 좋아해요.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라고요.

 

 

맞아요.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 있죠. 아트인사이트에 대해 언급을 하셨는데, 원래 글 쓰는 거 좋아하셨나요?

 

글쓰기는 항상 저에게 양면적인 감정을 안겨다 주는 행위에요. 좋은데 귀찮고. 어려운데 재밌는 그런 거. 아주 어릴 적에 글쓰기를 좋아하다가 다시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성인이 된 이후에요. 쓰는 사람에 따라 글맛이 달라지는 것도, 그걸 읽는 독자에 의해 글이 더 풍성해진다는 점도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글을 씀으로써 나만의 세상에 갇히지 않고 더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글쓰기는 마성이죠. 근데 어제 리뷰글 기고 지각하셨다면서요?

 

제가 말했잖아요. 양면적이라고... 그러니까 그건 쉿..

 

 

넘어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요즘 빠져 있는 문화 콘텐츠 추천 좀 해주세요.

 

준비도 안 했는데 이런 질문을 한다고요? 그렇다면 저도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해볼게요.

 

일단 유튜브 채널로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추천할게요. 제가 아주 약간의 반골 기질이 있어서 뚜렷한 마이웨이로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좋아해요. 대리만족이랄까요. 채널 이름 그대로 '요즘 것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데 다루는 주제도 일하는 방식, 식습관, 가족 형태 등 다양합니다.

 

또 하나는 'Ode Studio Seoul'이에요. 플레이리스트 채널인데 썸네일 사진이랑 음악의 조화가 끝내줍니다. 기분 좋아지고 싶을 때 틀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웹툰은 다음에서 '남남', 네이버에서 '범이올시다!'를 추천할게요. '남남'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인데 현재 휴재 중이니 작가님이 돌아오시길 기다리며 작품을 보면 됩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모녀관계에서 벗어난 둘의 서사가 매력적이에요. '범이올시다!'라는 세상 무해하고 귀여운 등장인물들을 보며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제가 잘 보지 않고, 영화는 시간이 없어서 다음 기회에 소개할게요.

 

 

다음 기회가 또 있는 거 맞겠죠. 인터뷰 끝나고는 뭐 하실 생각이신가요?

 

생일 기념으로 엄마랑 데이트하기로 했어요! 저를 낳느라 고생하신 엄마를 좋은 곳에 데려가... 려고 했는데 저는 무면허이기 때문에 엄마 차를 타고 갈 것 같네요. 하하.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즐거웠어요!!

 

*

 

인터뷰를 마친 후 질문도 답변도 정해지지 않은 이러한 형태가 어떠했는지 소감을 물었다. 그는 MBTI 끝자리가 극단적 J인 자신에겐 무척이나 어색한 방식이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말이다.

 

막상 인터뷰어인 본인은 정말 이 상태 그대로 글을 올려도 되는 걸까 아직 고민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안 해본 것들을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지금껏 스케줄대로만 움직였다면 의식의 흐름대로 시간을 보내 보는 것도. 주위를 지나치게 신경 쓰며 살았다면 하루쯤은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해보고 싶은 것만 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이 인터뷰 역시 나라는 사람의 현재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인용하며 인터뷰를 마치겠다.

 

 

No need to be anybody but one self.

자기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될 필요가 없다.

 

- Virginia Woolf, A Room of One's Own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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