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의 서사가 모두 들어있는 맥스 달튼의 영화의 순간들

맥스 달튼이 사랑한 모든 영화에서 받은 고유한 세계
글 입력 2021.05.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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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는 그럴싸한 이유를 한 번에 꼽기 어렵듯이, 나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영화라는 큰 선물이 찾아왔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하고 얌전한 날들에 영화 한 편이 가져다주는 힘은 사람에게 채울 수 없는 어떤 강력한 영향력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쓰이는 흔하디흔한 영화 감상하기는 진짜 내 오래된 취미가 되었고, 그 이상을 넘어 영화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했다.

 

영화는 영상매체로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지 한 장면에 집약되어 또 다른 예술로 탄생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맥스 달튼은 스필버그, 마틴 스콜 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스파이크 리 등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감독들을 좋아하여 <킬 빌>, <펄프 픽션>, <그녀>와 같은 작품들을 그렸다. 맥스 달튼에게 놀라웠던 점은 그 영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만 입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서사를 보여주는 대부분의 장면을 한 페이지로 보여주는 재능에 탁월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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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의 풀랭의 멋진 운명

 

 

아멜리는 갑자기 삶의 완벽한 조화를 느꼈다. 모든 게 완벽한 듯했다. 따스한 햇살, 향긋한 공기, 도시의 소음들조차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삶이 단순하고 명확해 보였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인류애가 물밀 듯이 몰려왔다.

 

 

위 작품은 영화 <아멜리에>다. 주인공 아멜리에가 어느 날 구슬이 담긴 낡은 상자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삶의 행복을 느끼게 되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시퀀스의 진도들이 매우 경쾌하고 속도감이 있어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았던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추구하는 장르와 스타일만 보는 것은 시야를 넓힐 수 없으므로 끝까지 봤지만 지금 와서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설명을 한다고 하면 우물쭈물 한 마디도 못할 걸 예상하니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맥스 달튼이 빈티지 동화를 좋아한 영향인지는 몰라도 거의 모든 작품은 동화 일러스트가 연상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전시에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던 영화를 본 작품의 분위기와 색다르게 해석되는 또 다른 예술을 보고 있자니 ‘어? 그럼 나도 다시 봐서 나만의 영감으로 또 파생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예술은 예술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드라마보다 영화를 좀 더 어려워하고 영화보다 미술을 더 어려워하고 난해해 한다. 이는 장면의 길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한 시간 분량에 빈도수가 많이 채워지기에 작가들이 서사 안에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촘촘히 채워 넣을 수 있다. 그에 반면 영화는 드라마보다 한 편의 러닝타임은 길지만, 하루 안에 끝나는 단발성이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계속 수수께끼를 낳는 호기심을 채워준다. 이는 감독이 의도하는 바도 물론 있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개연성을 추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술은 딱 한 페이지에 모든 것들이 축약되어 있다. 색, 구도, 메시지 심지어 작가의 사인까지 한곳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래서 작은 프레임에 그려져 시야에 다 들어오는 작품이어도 어쩔 땐 상당히 난해하고 해석하기를 망설여 한다.

 

맥스 달튼의 작품전 설명을 하다가, 마치 이야기가 딴 물줄기로 흐르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코 아니다. 화자가 하고 싶은 바는 여기에 다 들어가 있다. 예술가들은 우리와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큰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박할 수없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라면서 우리가 지금 영화를 보듯이 그들 또한 똑같이 보고 느끼고 반응한다. 이 반응을 퍼뜨리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결과물이 나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뿐이다. 이는 타인의 이야기를 부지런히 듣는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으로 발견하기에 마땅하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보고 독창적으로 표현해내는 예술인들의 세계는 이 기운이 순환되어 감독과 작가들이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반성했다. 얼마 전, 영화 비즈니스 취업 설명회를 들었다. 영화를 꼭 많이 봐야 한다고 한다. 이유는 한 영화를 마케팅 할 때 기획서를 꼭 제출해야 하는데 영화를 모르면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좋은 이야기가 가득 담긴 예술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으면서도 한동안 또 노력하지 않았다. 단순히 영화를 많이 봤네, 안 봤네가 아니라 다양한 범위를 늘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SF, 스릴러 등 태생적으로 끌리지 않는 분야를 은근슬쩍 모른 척했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되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 <맥스 달튼 - 영화의 순간들> 전시를 보면서 참 힘들었다. ‘이렇게 안 본 영화가 수두룩했구나.’ 1부는 우주적 상상력, 2부는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3부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4부는 맥스의 고유한 세계, 5부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영화를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던 요즘의 나였는데 정말 한순간도 즐기면서 보지 못했다. 정우철 전시해설가님이 아니었더라면 놓치고 오는 것이 많았을 것이다.

 

기운 없는 채로 전시장을 걸어 다니면서 오랫동안 홀리 앞에서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주제가 Moon River을 들었다. 맥스 달튼의 전시는 영화의 깊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배치해놔 음악을 함께 들으며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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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여태까지 살고 숨 쉴 수 있는 이유를 알게 해준 첫 번째 영화다. 창밖에서 티파니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홀리의 쓸쓸함을 그 앞에서 잠시 빌리고 왔다. 내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을 되짚어 보며, 난 또 영화 안에서 용기를 얻고 다음 작품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핸드폰 메모장을 켜 아직 들어보지도 못했던 영화와 감독들을 다 적었다. 그냥 즐기고 싶지만 이제는 즐기기만 하지는 못하는 분야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더 욕심을 내보려고 한다.

 

한 편의 영화를 잘 그리는 맥스 달튼의 이번 전시는 작품뿐 아니라, 공간의 길이와 벽의 여백에 주는 공간까지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전시가 그렇듯이 작가를 실제로 볼 순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만의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화자처럼 영화를 사랑해서 더 많이 알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전달하고 싶다. 영화로 시작되어 탄생되는 그림이 이렇게까지 세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맥스 달튼을 마주하러 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어딘지 모르게 은근하게 간지러웠던 마음 일부의 위치를 알고 돌아올 수 있는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해 말하고 싶은 바다.

 

 

 

조우정-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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