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나라를 일으킨다는 것, 그것은 창업이다 - 뮤지컬 창업

글 입력 2021.05.11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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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메인 포스터.jpg

 

 

 

Prologue.



고려 시대 후기는 굶주린 백성들과 부패한 관리들로 인해 정세가 어지러운 때였다. 모든 나라의 끝이 그렇듯 왕권은 실추되었고 여러 갈래로 나뉜 권력은 올바른 곳에 쓰이지 못해 백성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는 새로운 나라 조선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만약 고려를 지키려는 자들의 무리가 더 강했더라면 고려는 좀 더 오랜 시간 존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뮤지컬 창업은 바로 이 때를 다룬 시대극이다. 퓨전적인 요소를 가미해 재미와 공감을 위한 장치를 곳곳에 넣어두었지만 본질은 조선 건국 당시의 주축이 되었던 인물들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조선이 건국되었는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데에 있었다.

 

*


뮤지컬 '창업'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 건국에 이르는 역동적인 시대를 뮤지컬화하였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정몽주의 반격과 피살, 조선 건국에 이르는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장군으로써의 위엄 있는 말투와 행동보다는 농담투의 가벼운 느낌으로 말하지만 나라에 대한 충정과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랑을 묵직하게 그려내는 역은 서범석, 최수형, 강민석이 맡는다. 광나는 사람들의 프로듀서인 서범석은 이번 공연의 출연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았다. 고려 말 조선 건국에 이르는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를 선보인다.

 

망해가는 고려 왕조를 붙잡으며, 단심가를 읊은 고려를 대표하는 충신 정몽주 역은 박상돈, 강동우, 한상훈이 맡는다. 이성계가 뜻을 펼치는데 적극 내조를 할 뿐만 아니라 남자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겸비한 강씨부인 역은 '프랑켄슈타인', '사의 찬미' 등에서 뛰어난 캐릭터 해석과 안정된 연기로 매 공연마다 찬사를 받는 배우 안유진이 캐스팅됐다.

 

“하늘이 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왕을 만든다”라고 말할 정도로 권위적이며, 과감하고 냉혹한 인물인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자, 훗날 태종이 되는 이방원은 박종찬, 윤현찬, 김동형이 맡았다.  뮤지컬 '창업'은 광나는 사람들이 주최, 타임컴퍼니, 예그린씨어터 주관으로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30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정몽주 vs. 정도전



정몽주와 정도전은 이색이라는 고려의 학자를 함께 스승으로 모시며 공부하던 벗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고려의 신하로서 둘다 무엇이 고려의 문제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각각 온건파와 개혁파의 인물로 대표되는 이들의 목적은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방법은 달랐다.

 

정몽주는 고려를 지키고자 했고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여 뜻을 이루고자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조선이 건국되어 흘러온 역사이기에 이를 배제하고 생각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고려는 당시에 이미 많이 부패한 상태였다. 불교가 득세하여 권력을 차지하려 했고 친원파인 권문세족으로 인해 고려의 정세는 날이 갈수록 어지러워졌다.


이에 이성계가 새 나라 조선을 건국하려 하던 중, 끝까지 고려를 지키려했던 정몽주는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의 손에 선죽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정몽주의 죽음은 신하의 충성을 말할 때 자주 거론될 정도로 유명한 역사적 일화이자, 건국을 위해 권력을 조정하는 데에 기반이 되기도 했다. 뮤지컬 ‘창업’은 이 둘을 통해 당시 조정의 온건파와 개혁파 간 갈등을 보여주면서도, 뜻이 달라 생사가 달라진 두 충신의 비극적 결말을 비춰준다.




이방원 vs. 정도전



이방원은 조선이 왕권이 강한 나라가 되길 바랐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이 필요하다 생각한 처음부터 새 나라는 임금만이 아닌 백성을 위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를 위해서는 왕권이 절대적으로 강하기 보다 왕권과 신권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여겼다. 시작부터 달랐던 정치적 이상의 차이는 결국 정도전이 이방원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결과를 맞이한다.


정도전은 한양 천도와 도성 및 경복궁의 자리를 정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훗날 경국대전의 전신이 될 조선경국전을 짓는 등 조선의 기틀을 다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도전이 이방원의 공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둘째부인 신덕왕후의 아들 방석을 세자에 책봉한 것의 갈등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 문제에 더하여 왕자의 난이 발생하며 둘의 사이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창업을 이뤄내기까지



조선을 건국하는 데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갈등 구도가 있었다. 고려의 개혁파와 온건파, 조선의 왕도정치에 대한 이상의 차이로 인한 갈등, 그리고 세자 책봉을 비롯한 왕자들 간의 난까지 많은 이들이 피를 많이 흘리며 조선이라는 나라가 탄생했다.

 

창업이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뜻이 같았어도, 뜻을 펼치는 방법과 누가 조선의 주인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도 갈렸다. 당연했다. 하나의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역사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까지 와해된 사회를 다시 일으키고 국가라는 체제를 갖추는 데에 지켜야할 절차나 원칙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권력을 위한 권력 싸움은 명분 다툼을 표방하여 좀더 많은 정당성과 지지를 받고, 더 강한 군사를 갖고 있으면 비교적 이기기 쉬웠다.


이 창업에서 결과적으로 이방원은 왕위에 오르며 승리를 이뤘다. 자신이 생각했던대로 왕권을 강화하며 조선을 더 단단한 국가로 만들었고 후임이 된 자신의 아들 세종의 정치적 기반도 잘 마련해주었음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이들의 죽음이 수반되었고 자신 역시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방원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야 하는가 한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을 정적으로 상대했고 성공적으로 처단했으며 야망이 강한 인물로서 국가의 지도자 자리를 사수한 양면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잔혹함은 왕자의 난에서 극대화하여 표출되었지만 태종은 재위 기간 내에 정치를 잘 수행한 인물로도 평가 받는다. 뮤지컬 ‘창업’은 어떤 인물에 대해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장치들이 많은 ‘극’이지만 역사적 사실로서는 그렇다. 그러니 이방원은 선하기만 한 착한 주연도 아니고 악하기만 한 독재자도 아닌, 성공적으로 창업을 이루는데에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싶다.


*

 

극의 연출에 대해 좋았던 점은 한시를 배우의 대사와 노래에 잘 엮어내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워낙 유명한 시이지만 정몽주의 단심가와 이방원의 하여가가 반복되고 점층되며 감정이 극대화되는 연출은 인물의 갈등과 의지를 잘 보여준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아쉬웠던 점은, 퓨전 사극임을 감안하더라도 배우들의 의상과 무대 미술이 시대와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 건국 이전은 곧 고려 후기이므로 그에 맞는 작화나 소품이 무대를 꾸몄다면 좋았을 텐데, 시대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조선 후기 민화가 무대에 자리한 점은 극에 몰입하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 배우들의 신발도 지나치게 현대적이었고 의상에 대한 고려도 좀 더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퓨전 사극이 대사나 단어 선택, 안무와 의상에서 어느 정도 현대와 역사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나, 조선 건국과 같은 한 시대를 넘어가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위의 부분들에서 고증이 덜 이루어졌다는 점은 아쉬웠다.

 

 

창업

- 나라를 처음으로 엶. -



일자 : 2021.04.30 ~ 2021.05.30


시간

화, 목, 금 8시

수 4시, 8시

토 3시, 7시

주말 및 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55,000원


 제작

㈜광나는 사람들


 주최

타임컴퍼니, 예그린씨어터


관람연령

초등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5분


 

광나는 사람들

  

우리 <광나는 사람들>은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미친열정으로 밝게 빛나다'라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서범석 대표를 필두로 뮤지컬계에 오래도록 몸담고 활동하고 있는 멘토들이 젊은 신인들을 발굴하고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도록 서포터 한다. 또한 한국적 소재의 뮤지컬 개발을 목표로 세계 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제작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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