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지하철 1호선 [지하철 유랑기]

글 입력 2021.05.0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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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이 많이 지나쳐본 지하철역이지만 코로나 19로 1년 동안 제대로 가지 못한 익숙한 장소들에 대한 기억. 그래서 더욱 사적인 이야기. 지하철 유랑기.

 

이전 편

 

 


 

 

이번 역은 부평. 부평역입니다.

 

부평도 인천에서는 굉장히 크고 사람이 많이 살고 번화된 곳 중에 하나다. 그만큼 부평역은 정말 길고 긴 끝이 없는 지하상가와 대형마트가 함께 있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어릴 땐 부평에 놀러 가는 것도 좀 마음을 먹고 가야 하는 일이었다. 부평역 분수대는 친구들과의 약속 만남 장소였고, 부평역 지하상가는 어린 마음에 사고 싶은 옷들이 잔뜩 있었던 쇼핑가였다. 부평역 근처엔 학생들이 놀 수 있는 번화가와 조금 더 들어가면 밤 문화가 이뤄지는 것 같아 보이는 시설들이 이어졌다.

 

사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나는 고등학생 때도 부평에 잘 가지 않아서 한번 부평에서 친구들과 만나려고 했다가 엉뚱한 시골 풍경이 보이는 부평역 지상으로 나갔던 적이 있다. 내가 이제껏 봤던 부평은 인천 번화가의 중심 한가운데였는데 갑자기 공업 시설과 오래된 주택 단지가 보여 많이 당황했다. 알고 보니 부평역은 인천 1호선과 서울1호선이 함께 지나가는 곳인데 지하 역사로 나가야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데 난 그저 출구가 있다는 곳으로 사람들따라 인천 1호선 바깥의 지상 역사로 나간 것이었다.

 

다시 버스를 찾아서 힘들게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반짝이는 건물들이 있는 구역을 조금만 지나면 허름한 주택 단지들이 줄지어 서있다. 우스갯소리로 길을 잃었던 내가 친구에게 주변 사진을 찍어 보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친구가 왜 갑자기 깡시골에 가있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모습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그 상반된 두 모습이 공존하는 부평이 신기했다. 나에게 부평은 그런 거대했던, 아직도 잘 모르겠는 장소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추억이 있는 옛 장소로 자리 잡았다.

 

 

IMG_1973.JPG

 

 

이번 역은 송내. 송내역입니다.

 

송내역하면, 역사에 있는 와플집이 딱 떠오른다. 옛날 와플 하나에 1000원.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걸어 플랫폼으로 올라오면 어디선가 맛있는 고소한 빵 냄새가 난다. 줄을 서서 사 먹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 갓 나온 바삭바삭하고도 따뜻한 와플을 먹을 수 있는 행복한 기회다. 송내역에서 내릴 일은 거의 없어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주 가끔 아빠가 퇴근하는 시간과 비슷하면, 이 송내역에서 아빠 차를 타고 집에 가곤 했다. 몇 정거장 조금 더 일찍 내리는 것이지만, 아빠 차를 타고 집가는 기분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리고 와플 몇 개를 사서 가족들과 함께 먹는 기쁨까지, 가끔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여럿 줄 서 있는 포장음식점들, 항상 여러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이라 정겨운 부천의 느낌이 물씬 난다.

 

 

이번 역은 부천. 부천역입니다.

 

서울을 가는 중간 단계. 부천역도 상당히 크다. 인천과 서울 사이에 껴있는 느낌이 나에겐 강하다. 좋은 건물들이 들어서있기도 하고, 백화점이나 몰도 커서 서울과 우리 동네 사이에서 딱 서울과 같은 화려한 모습과 그에 약간은 동떨어진 인천의 모습이 공존하는 장소라고 느껴진다.

 

 

이번 역은 온수. 온수역입니다.

 

지하철 방송 멘트만 들어봤지 실제로 내려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래서 더 미지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내리지도, 타지도 않는 조용한 공간 중 하나다. 별 의미 없이 지나치는 역 중 하나였는데 지금와서 돌아보니, 그 궁금한 미지의 공간으로 꼭 한번 언젠가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내려서 온수를 느껴보고 싶다.

 

 

이번 역은 구로. 구로역입니다.

 

서울 1호선이 합쳐지는 역. 가산, 동탄 경기도 쪽과 합쳐지는 역이다. 같은 1호선이면서도 그 동네는 제대로 가본 적이 없어 좀 멀리 떨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구로 역은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린다. 계속 서서 갔다면, 구로 역에서 눈치를 잘 봐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타이밍이 있다. 구로역에서 가끔 오랫동안 정차할 때도 있어 연착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인천에서 온 열차와 저 아래 경기도에서 온 열차가 함께 하는 이 역에서 결국 둘은 모두 서울로 향한다. 수많은 경기도민과인천 시민들이 서울로 가는 발걸음이 담겨있어 나는 왠지 모르게 이 구로 역에서 더욱 삶의 애환이,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로 가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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