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련으로 점철되지 않은 죽음을 위하여 – 죽음의 춤 [도서]

글 입력 2021.05.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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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다. 황당하다. 허탈하다. 세실리아 루이스의 <죽임의 춤>을 보고 떠오른 감정들이었다.

 

세실리아 루이스의 <죽음의 춤>은 예전 모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던 ‘진실 혹은 거짓’에 나올 법한 황당한 죽음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힘을 시험하다가, 누군가는 인상 깊은 연설을 했다가,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카프를 했다가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다.


책은 한 장 한 장 짧은 옵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설마 진짜 이렇게 죽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 난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밀도 있었는지, 그 후 그들의 지인들이 어떻게 고인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죽음의 순간, 어쩌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만을 짤막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활기차게 시작했던 오늘 하루가 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평소처럼 먹던 나의 식사가 죽기전 마지막 만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춤>을 읽으며 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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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오늘이 우리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이 인기를 끌었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마지막 날이라면 가장 내게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을 하고, 또 즐기며 하루를 보내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오늘이 만약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평소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한 곳을 갈 것인가? 혹은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 만남을 청할 것인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날인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책 속의 인물들이 언제 죽었을지 몰랐던 것처럼 우리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에 하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느낌이 오더라도, 나는 또 평소대로 하루를 시작할 것 같다.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고, 딱 평소대로, 평소만큼 하루를 보낼 것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날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 하고, 순간의 평온함과 행복을 온전히 만끽하고자 할 것이다.

 

어쩌면 세실리아 루이스는 <죽음의 춤>을 통해 우리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 아닐까. 하루하루가 마지막일 수도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우리의 루틴을 좀 더 잘 보낼 수 있도록. 자신에게 가치있는 것들로 시간을 꾸릴 수 있도록 ‘죽음’이라는 요소로 간접적으로 돕는 것 같다. 예전 유행했던 “오늘이 우리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이나, <죽음의 춤>이나 결국 미래의 불안함에 떨며 현재를 잃지 말자는 것을 뜻하는 듯하다.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혹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가도 우리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미련없고, 후회없는 일생을 위해 우리는 늘 죽음을 인식하며 한정적인 우리의 인생을 꾸려야 할 것이다.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가장 인상 깊었던 죽음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프랭크 헤이스 (Frank Hayes)

1923년


말 조련사로 일하다가 경마 기수가 된 프랭크 헤이스는 난생처음 참여한 경주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말 ‘달콤한 키스’는 생명이 빠져나간 헤이스의 몸을 안장에 매단 채 뉴욕 벨먼트파크 경마장의 결승선에 1등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헤이스의 말은 ‘죽음의 달콤한 키스’라 불렸다. 누구도 감히 ‘죽음의 달콤한 키스’를 타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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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
 
 
원제 :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지은이 : 세실리아 루이스
 
옮긴이 : 권예리
 
출판사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역사
 
규격
216*140 / 양장본
 
쪽 수 : 80쪽
 
발행일
2021년 04월 16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1389-4-3 (07900)

 
세실리아 루이스
 
세실리아 루이스는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이베로아메리카나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츠SVA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드워드 고리와 로베르 브레송의 영향을 받았다. 그림책 《기억의 틈》에 기억이 어긋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죽음의 춤》에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담았다.
 
제인 구달, 닐 게이먼, 어슐러 르귄 등이 독서의 즐거움에 관해 어린이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 모음집 《존재의 속도: 어린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Velocity of Being》(마리아 포포바 엮음)에 참여했다. 퀸스 대학과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RISD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을 가르치며,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발표하고 있다.
 
 

  

★ 한유빈 컬쳐리스트.jpg

 

 

[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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