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글 입력 2021.04.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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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일생을 담은 이 전시는 어쩌면 뻔하고 어쩌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자는 앤디 워홀의 작품이 워낙 유명한 까닭이고, 후자는 명작들에 묻힌 작가 자체의 일대기가 꽤 흥미롭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켐벨 수프, 마릴린 먼로 등의 작품들을 보며 반가움을 느끼고, 유명한 작품부터 생각보다 덜 알려진 작품들까지 그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생각들을 훑을 수 있어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장벽 없이 즐길 수 있을 전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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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예술은 처음부터 순수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광고 회사의 삽화가로 활동하고, 무대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으니 정통 회화와는 동떨어진 인물이었다. 그가 작가로서 선택한 소재 역시 그랬다.


신발로 시작해 켐벨 수프, 마릴린 먼로, 위스키 병, 키스 해링, 브릴로 박스, 코카콜라 등 대중에게도 너무도 익숙한 물건 혹은 인물들을 그렸고,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마구 뽑아냈다. 단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희소성 역시 그림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임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작품은 그저 사물이나 인물을 있는 그대로 간단하게 그려낸다. 그러니까, 그의 개인적 관점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켐벨 수프와 관련한 서사를 부여하거나,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이유를 그림에 실어 넣지 않았다. 그저 시각적으로 가장 예쁜 형태를 그려냈을 뿐이다.


완성된 시각물에 있어서는 작가 개인의 생각보다는 미학적 관점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을 우선시한 것 같지만 이것 자체가 그의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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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위대한 점은 가장 부유한 소비자와 가장 가난한 소비자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소비하는 전통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코카콜라를 마십니다. 


대통령도, 세기의 여배우도 당신과 똑같은 코카콜라를 마십니다. 콜라는 그저 똑같은 콜라일 뿐, 아무리 큰 돈을 준다 해도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는 없습니다. 모든 코카콜라는 동일하며, 똑같이 좋기 때문이죠.”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살 수 있는 흔한 물건들, 텔레비전이나 포스터 등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흔한 얼굴들. 그것들이 워홀의 뮤즈이자 평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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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이 많았다. 앞선 작품들로 명성을 얻은 이후, 셀럽의 등용문이 되어 스타들의 스타이기도 했지만, 무명의 배우,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등 사회의 그늘에 내몰린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더 나아가 당시 중국의 초대 국가 주석이었던 마오 쩌둥을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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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유명하게 만든 인공물부터 자연, 미술과 영화, 음악까지 워홀은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것들의 범주를 제한하지 않았다. 실크 스크린이라는 본인의 아이덴티티 같은 기법과 면과 선을 사용하는 그의 독보적인 감각은 넓은 카테고리를 앤디 워홀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주는 단단한 밧줄이었다.


그의 모든 행보가 찬사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호불호와 관계없이 항상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는 타고난 마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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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환상은 필요하다.”

 

앤디 워홀이 꿈꾸었던 환상은 부와 성공이었다. 부유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성공을 갈망하게 했고 끝내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것을 손에 넣었다. 아주 평범하고 지극히 쌔고 쌘 것들로 말이다. 그렇게 얻어 낸 흔함의 반란은 다시 대중들이 쉽게 예술이라는 환상에 다가서게 하고, 때에 따라서는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 슈퍼마켓에만 가도 그의 작품이 눈앞에 있었으니 말이다.


상업 예술, 대중예술의 의의는 이런 것이다. 어렵고 심오하고 작가의 고뇌와 애정이 담긴 작품들을 보고 이해하게 되었을 때 보내는 찬사만큼 큰 울림이 없을지라도, 예술이라는 무형의 가치와 사람들의 거리를 훅 앞당기게 만드는 힘은 모든 예술이 관심을 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미술과 친하지 않아도 앤디 워홀의 작품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우연히 맞닥뜨린 전시에 홀린 듯이 들어와도 사람들은 꽤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눈에 익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누가 와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대중성은 앤디 워홀이 미술계와 대중들 사이에 놓아 준 오작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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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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