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바이 사바이'하게 -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50가지 순간에서 '아이나'를 느끼다
글 입력 2021.04.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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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내 입에서, 때로는 손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면 그제야 '아, 내가 진짜 행복했구나' 깨달았다.

 

가끔 행복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면 형용할 수 없는 순간의 감정에 말문이 턱 막히기도 했고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마주할 때면 너무나 짧은 내 어휘력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그런 순간들을 찾아 헤맸던 것 같다.

 

지구상 모든 인간의 삶의 목표는 아마 '행복'일 것이다. 그 직전의 목표가 경제력이든, 사랑이든, 명예든. 각자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고, 각자의 행복의 의미가 다를 뿐. 이 지구상에는 200여 개의 나라와 수많은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단어는 입 밖으로 나왔을 때 훨씬 큰 힘을 갖는다. 입안에서만 되뇌고 곱씹었던 '행복'은 50가지 인생의 순간에서, 다양한 언어로 형태를 갖는 순간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다.

 

항상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단다. CD플레이어로 노래를 틀고 책을 읽고, 디저트를 먹는 시간이 나에게는 행복인데,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느 원주민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행복이란다. 내가 아직 모르는 행복은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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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는 '마음까지 멈추는 시간'을 이르는 터키어다. 가만히 누워 있을 때도, 자기 직전까지도 온갖 잡생각과 고민으로 머리가 아픈 나에게 꼭 필요한 마음 챙김의 시간. 자기 전 잠깐의 '케이프'가 악몽으로 가는 나룻배의 노를 강바닥까지 가라앉게 만들지도 모른다.

 

'예코타'는 '새벽에 자연으로 나가 첫 새소리를 듣는 것'을 뜻하는 스웨덴어다. 스웨덴 사람들은 아침은 '예코타'로, 황혼은 '몽가타'로 보낸다고 한다. '몽가타'는 물 위에 펼쳐지는 달그림자를 바라보는 시간. 행복을 갈망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의 조용한 한때임을 확신하게 된다.

 

아침에는 햇살과 함께, 저녁에는 노을과 함께 보내는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일이 왜 그리 어려울까 싶다가도, 가끔은 '나라고 못 할 거 없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남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으로라도 '행복해지기로 한 하루'를 하나둘 늘려나가볼까 한다.

 

'휘넌'은 네덜란드어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너그러움. 행복은 자연의 아름다움, 맛있는 음식, 혼자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에서 찾아올 때도 많지만 때로는 주변 사람의 한 마디와 함께 찾아올 때도 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오는 충만함과 든든함이 때로는 나의 '이키가이(일본어. 존재의 이유, 살아가는 목표와 보람)'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좀 이기적이지만, 내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는 그 느낌은 스스로가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니까.

 

'케피'는 '들뜬 기분', '삶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그리스인은 케피를 표현하는 데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고 생각난 한 민족. 바로 '한민족',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인들. 한국인의 정서는 대체로 '한'으로 나타내지만 '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특징이다.

 

나는 사실 완벽한 E(MBTI 성격유형 중, 외향형을 나타냄)는 아니라서 밖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감정표현에 매우 적극적인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나도 완전히 무아지경이 될 때가 있다. 가끔 도중에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그 사랑스러운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나면 자연스럽게 '아, 잘 놀았다, 행복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을 찍어 둔 영상을 보면(잠깐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내가 이렇게 행복함을 표현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현타 2번을 겪고도, 후회는 없었다.

 

*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행복의 순간도 아는 사람이 더 잘 볼 수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행복도, 행복임을 자각하고 느껴 본 사람이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지구 구석구석에서 찾은 50가지 순간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행복을 상기시킨다. 입에서 굴려지는 발음이 귀엽고 기분 좋아지지만, 조금은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50가지 단어들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먼저 이해하고, 느낌으로 먼저 받아들이게 된다.


알고 있는 행복의 순간이 모두 동났을 때, 이 책을 펼치고 잊고 있던 행복을 찾아보자.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에, 우리가 발 붙이고 서 있는 이 푸른 별의 소중함, '아이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의 바람이 마음에 잘 깃들 수 있도록 평안한 마음을 가져 보자. 그러니까, '사바이 사바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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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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