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삶 속에 클래식의 세계가 열리길: 도서 '다정한 클래식'

글 입력 2021.04.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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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누구에게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마법 같은 존재다. 설령 문화생활을 전혀 향유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두에게는 자기가 즐겨 듣는 노래 한 곡 정도는 있다. 그것이 아이돌 댄스곡이건, 발라드건, 트로트건 아니면 팝송이건 상관없다. 음악의 선율과 분위기는 그것이 플레이되는 순간 단숨에 우리의 삶을 바꿔놓는다. 현재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내가 한순간에 다른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듯 말이다.


다른 예술분야들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특히나 이렇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BGM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배경음으로서 존재하는 음악으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우리는 TV와 인터넷 상에서 뿐만이 아니라 카페와 식당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흔히들 느끼곤 한다. 음악은 이토록 마법 같은 순간들을 우리 삶 속에 다양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음악은 또한 다양한 갈래로 나뉜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음악적 취향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이라면 전반적으로 다 좋아하는 편이라 음악 취향이 어떻게 되냐고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답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클래식 음악이 정말 좋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도서 "다정한 클래식"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자연스럽게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소개>


"안녕하세요.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입니다."라고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며 시작하는 유튜브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의 클래식 안내서이다. '클래식 덕후'라 칭하는 저자가 유튜브 영상에서처럼 꿀보이스 음색으로 내레이션을 하듯 클래식을 읽어준다.

 

광고와 영화의 배경음악이 되기도 하고, 태교로 또는 정서 발달을 위해 아이들에게 꾸준히 들려주는 음악이지만 '클알못'에게 클래식의 벽은 여전히 높다. 연주 시간이 30분~1시간이 넘는 곡들이 많아 마음먹고 들으려고 해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곡명은 왜 그리 길게 써놓은 건지 어쩐지 클래식 음악이라 하면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 감상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책이다. 저자는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을 클래식 음악과 연결 지어 이야기함으로써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이미 클래식하다고 말한다. 작곡가의 삶, 작곡 배경 등 클래식 감상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한 가득이지만,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과 알고 나면 풍부하게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상식도 친절하게 이야기 들려주듯 한다. 저자 자신이 애정하고 추천하는 클래식 음악을 시작으로 자기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클래식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 "다정한 클래식"은 책 분류 자체가 예술일반의 하위항목인 예술론/예술사 분야로 분류된다. 그러나 분류 자체가 그러할 뿐, 이 책은 읽어보면 저자 김기홍의 음악 에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자신이 살아오면서 접했던 수많은 작품들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그 작품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하나씩 짚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클래식 음악에 알고 싶지만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막막했던 입문자들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삶의 어떤 순간을 클래식 음악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은, 언뜻 보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인상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어떤 음악에 대해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함께 읽어가는 독자 역시도 그 음악에 대해 나만의 방식,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내 삶의 한 순간을 장식하는 클래식 음악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작품들을 소개하며 말하는 그 감정들이 마음 속 깊이 와 닿았다. 클래식 초심자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이 기존에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있었던 사람에게도 도서 "다정한 클래식"이 좋은 이유는, 내 삶의 한 순간을 차지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던 음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일명 신세계 교향곡은 분명 인상적인 작품이지만 내 삶의 한 순간과 공명했다고 느낀 적은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저자 김기홍의 글을 읽으며 다시 드보르작 9번을 들어보니, 콘서트홀에서 듣던 감동과는 또 다른 벅참을 덩달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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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클래식 입문자들을 고려하여 이 책을 쓴 만큼,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입문자들에게는 클래식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정말 중요할 것이다. 최소 연 3회 이상 예술의전당을 다니다가 이제는 매월 예술의전당을 찾고 있는 나도 항상 그게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보다 정확히는,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을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 것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일단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하고 짧은 곡 혹은 익숙하지 않더라도 들었을 때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작품을 즐겨 듣다보면 점차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취향은 점점 깊어지고 구체화되며, 동시에 처음에는 취향이 아니던 분야까지도 나름대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식견이 넓어진다.


개인적인 경험을 들어 부연하자면, 나는 어릴 적 부모님께서 틀어주신 클래식 음악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집에 클래식 전집 CD 세트가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피아노가 들어간 작품을 극도로 좋아했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항상 아침에 피아노 소품곡을 틀어서 잠을 깨워주시곤 했다. 그 때 정말 많이 들었던 작품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슈베르트의 소녀의 기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과 강아지 왈츠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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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피아노를 좋아했으니, 당연히 배울 악기도 피아노를 고르지 않았겠는가. 10년 동안 피아노를 치면서 항상 욕심이 났고 동시에 어려웠지만 즐거웠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내 음악의 바운더리에는 피아노 작품 혹은 피아노 협주곡 외의 작품은 크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나에게 또 다른 음악적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중학교 음악 시간, 처음으로 들은 오페라 <카르멘>의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를 들으면서였다. 이 아름다운 멜로디에 반해 나는 오페라, 성악곡 그리고 프랑스어에 동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강렬한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서울로 올라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으로 감상한 오페라 작품이 <카르멘>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에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피아누 리사이틀 혹은 피아노 협주곡이 포함된 공연 위주로 다니다가 점차 교향곡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공연이 협주곡과 교향곡을 묶어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기에 자연스럽게 교향곡에 많이 노출되었던 것이다. 훌륭한 오케스트레이션에 압도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벅찬지를 경험해보면, 그 사람은 자연스레 교향곡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어져온 나의 음악 여정은, 이제 실내악에 자리잡았다. 물론 여전히 아름다운 피아노 독주도, 풍성한 교향악도, 아름다운 성악곡도 좋아한다. 그러나 소규모이면서도 완벽한 앙상블을 자아내는 실내악의 매력에 빠진 순간, 헤어나올 수가 없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실내악 공연들을 다니면서 각 악기의 소리를 더 잘 듣고 감상할 수 있게 되어서 예전보다 감상의 폭도 더욱 넓어졌다. 그러나, 실내악이 내 음악 여정의 종착지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품 형태를 기준으로 설명했을 때 이러할 뿐, 음악 사조를 생각하면 음악 여정은 그야말로 끝없이 이어지는 즐거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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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에 이르러, 저자 김기홍은 자신이 사랑한, 그리고 모두가 사랑할 클래식 작품들을 소개한다. 관현악곡, 피아노곡, 성악곡, 오페라 등 작품 형태별로 구분하여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는 초심자들이 듣기 좋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관현악 작품에 브람스의 작품이 들어가 있어서 흡족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브람스 1번도 좋지만 4번을 소개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 시간 클래식을 전공하고 이를 업으로 삼아온 그의 선택은 분명 탁월할 것이다.


특히 저자가 성악 전공자인 만큼, 3막에서 소개되는 독일 가곡들에는 저자의 애정이 묻어난다.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이를 아끼는 사람이 소개하니 글에서 진심이 전해져 더욱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악곡이 아직 어려운 사람이라면 보다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이 성악곡들을 꼭 먼저 들어보았으면 한다. 이 음악을 처음 듣는 그 순간이, 당신의 삶의 일부를 이 작품이 차지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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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가 없어서, 악기가 너무 많아서, 배경이 다양해서, 무엇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이보다도 더 다양한 이유들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대중가요만큼 직관적이고 즉각적이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므로, 클래식을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을 알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은 클래식을 알아가기에 너무나 완벽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해서든 인터넷에 찾아볼 수 있고, 음반을 사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해 우선 음원을 들어볼 수 있고, 도서 "다정한 클래식"처럼 친절하게 당신을 클래식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책까지도 있다.


가사가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음악만으로 당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두드리는 클래식.

악기가 너무 많지만, 그 다양한 악기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앙상블에 압도되는 순간을 선사하는 클래식.

음악 사조도 다양하고 작품도 너무 많아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되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악을 듣는 그 순간부터 모든 해석을 뛰어넘어 온전히 나의 음악, 나의 세계가 되는 클래식.

도서 "다정한 클래식"을 통해, 그런 클래식의 세계가 당신의 삶 속에 열리기를 바란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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