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삶을 좀 더 클래식하게 - 다정한 클래식 [도서]

당신의 삶도 좀 더 클래식하게
글 입력 2021.04.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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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렵다.


우리 집 세탁기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슈베르트의 송어를 들어도, 수험생 시절 영어 듣기 평가 시작마다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를 들어도 클래식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에게 클래식이란 그저 음악 시간에 시험을 보기 위한 음악들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멈춰버렸지만.


어려서 클래식을 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우리 집 위층에는 가정 피아노 학원이 있었고,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내려놓고 피아노 학원으로 가는 게 일상이었다. 난 그 어린 날 느꼈다.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재능의 벽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말이다. 객관적으로 나는 피아노에 재능이 없었다.


딱히 불만은 없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만큼 큰 흥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못한다는 게 속상하지 않을 만큼 난 클래식엔 흥미가 없었다. 그저 바이올린을 잘 켜는 친구가 부러웠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단순히 악기를 잘 다루는 것이 좋아 보였던 거지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대한 갈망 때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딱 한 번. 나도 클래식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바로 교양 수업을 들을 때였다. ‘고전음악의 이해와 감상’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수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교수님이 보여주시고 들려주시는 음악들은 아름다웠다. 행복해도 아름다운 소리가 나고, 비극적이어도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그렇지만 재밌었던 수업은 성적 앞에 무릎 꿇었고, 단순히 영상을 열심히 보는 것만으로는 클래식 음악들을 외울 수 없다는 걸 난 깨달았다.


그때 느꼈다. 내가 클래식을 조금이라도 더 좋아했다면, 시험의 일부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평소에도 조금씩 즐겨 들었더라면 그 수업 시간도, 성적도 더 풍부한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시험이 아닌 음악 자체로의 클래식을 만났다면, 어쩌면 나같이 클래식의 ㅋ자도, 아니 c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클래식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이 책을 열었다. 나한테는 다정한 클래식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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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o a poco;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작가는 정말 다정하게 클래식을 풀어낸다. 가벼운 문체와 간결한 구성은 클래식에 흥미가 없던 나도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1막, 2막, 3막으로 구성되었는데, 1막은 3개의 장, 2막은 2개의 장, 3막은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서너 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에피소드들이 전부 짤막하다. 그 덕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읽고 싶은 만큼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에피소드들마다 클래식을 한 곡씩 소개하고 있다. 1막에서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음악을 소개한다.


그 중 하나인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전공을 고민하던 시기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었다. 그냥 단순히 드보르작이 미국행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거대한 영감을 받았다, 라는 이야기였다면 이 곡은 내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에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보다 친근한 곡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이 점이 정말 다정했지 않나 싶다. 거창한 음악가의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클래식의 장벽을 한껏 낮추기에 충분했다. 막연하게 어려운 음악에서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음악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클래식에 가까워졌다.

 

 

 

rubato con brio; 자유로운 템포로 활기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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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까지 다 읽어갔을 때, 사실 좀 침울했었다. 아무리 클래식 입문자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정말로 그랬다. 여러 곡들 중에서 검색을 해서 음악을 재생하면 아, 이 노래!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제목을 보자마자 선율을 떠올릴 수 있는 건 베토벤의 <운명> 뿐이었으니까.


그때 등장한 노래가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이었다. 유일하게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인상주의 피아노곡을 소개하는 장이었다. 미술은 잘 몰라도 인상파 화가들만 골라 좋아하던 나는,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노래에도 마음을 뺏겼더랬다. 그래서 다운받았던 노래를 여기서 만나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제야 나는 다시 흥미를 되찾을 수 있었고, 남은 이야기들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클래식에 입문하고자 했던 나는, 우연히 등장한 아는 노래 한 곡 덕에 비로소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꼭 각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노래를 감상하며 들을 것을 추천한다. 그중 하나는 분명 익숙한 선율일 것이다.

 

익숙하지 않으면 또 어떤가. 그저 각자만의 자유로운 템포로 활기차게 읽어나가면 된다.

 

 

 

semplice con amoroso; 소박하게 애정을 가지고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도 클래식은 어렵다. 나는 여전히 금관악기의 종류가 헷갈리고, 제목과 선율을 정확하게 연계할 수 있는 곡도 얼마 안 된다. 아직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젠 클래식이 아주 재미없진 않다. 전부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 덕분이다. [다정한 클래식]을 통해 클래식에 입문했으니, 이제 더 다양한 곡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러다 드뷔시의 ‘달빛’처럼 취향에 맞는 클래식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클래식이 궁금하다면,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다정한 클래식]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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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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