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괴 셰어하우스'로 초대합니다! [드라마/예능]

우리 곁에 요괴들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
글 입력 2021.04.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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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요괴 사업이 발달한 나라다. 애니메이션 <요괴워치>와 <포켓몬>을 주제로 한 게임 ‘포켓몬 고’는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요괴 관광 사업도 성행 중인데, 사카이미나토 시에는 요괴를 테마로 한 관광 거리인 ‘요괴 마을’이 있고, 일본의 각지에서는 매년 요괴 탈을 쓰고 행진하는 축제가 열린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처럼 현대에 새롭게 창작된 요괴 캐릭터가 유행하기도 하고, <요괴워치>처럼 과거부터 전승된 요괴의 성격과 외양을 변형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과거 미지의 존재, 공포의 대상이었던 요괴는 영화나 만화, 게임,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재료로 쓰이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대의 도시에 요괴들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2020년 제작된 8부작 드라마 <요괴 셰어하우스(妖怪シェアハウス)>는 한 인간이 우연히 요괴들이 사는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옴니버스식으로 보여준다. 직장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사채업자에게 쫓기게 된 주인공 메구로 미오(코시바 후우카)는 남자친구 켄타로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의 집으로 도망치지만, 켄타로는 미오를 문전박대한다. 심지어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미오는 갈 곳이 없어 캐리어를 들고 길을 헤매다 한 신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미오는 낯선 집에서 눈을 뜨는데, 쓰러진 그녀를 데려와 돌봐준 것은 신사와 딱 붙어 있는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이와(마츠모토 마리카)다. 셰어하우스에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와, 관리인인 우타코(이케타니 노부에), 변호사 히요(오오쿠라 코지), 옥션회사에서 일하는 료(마이구마 카츠야) 네 명이 살고 있다. 어딘가 수상해 보이고, 자꾸 자신들만의 신호를 주고받는 이들을 경계하던 미오는 자신의 사연을 듣자 진심으로 분노하고 공감해주는 이와에게 마음을 열고, 새 직장을 구해 집을 얻기 전까지는 이들과 함께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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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들은 인간 사회에 자연스럽게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요괴였다. 이와는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해 한을 품고 요괴가 된 ‘오이와’고, 관리인 우타코는 수호신인 ‘자시키와라시’, 료는 도깨비 ‘슈텐도지’, 그리고 변호사 히요는 요괴들의 우두머리라고 불리는 ‘누라리횬’이었다. 인간에게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되는 일이지만 어쩌다 보니 미오와 함께 지내게 된 이들은, 미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해결하며 미오의 새 출발을 돕는다.

 

괴담에서 요괴는 사람을 잡아먹거나, 죽이거나, 홀리거나, 겁을 주는 존재로 묘사된다. 일본의 요괴에 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10세기 전후에 쓰인 것인데, 이 시기에는 요괴의 출현이 흉조로 해석되었다. 요괴는 인간에게 경고를 전하는 신비한 존재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에도시대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도리야마 세키엔의 <화도백귀야행>, 후라이 산진의 <덴구샤레고베메키키엔기> 등의 작품이 간행되며 관념적이었던 요괴의 이미지가 점점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지금, <요괴 셰어하우스>가 보여주는 요괴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인간과 매우 가까운 존재다. 이 드라마에서는 요괴들도 ‘일’을 한다. 과거의 민간설화에서 요괴들은 낮에는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밤이 되면 인간 앞에 나타난다거나, 자신들만의 은신처에서 생활하는 등 인간과는 분리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요괴 셰어하우스>에서 네 명(?)의 요괴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낮에는 일을 하고, 깊은 새벽에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들에게 일은 인간 세상에서 의심받지 않고 생활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재미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요괴들의 직업이 각각의 요괴의 특성을 살린 것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집 안에 살며 집안을 풍요롭게 해주는 자시키와라시는 현대에는 셰어하우스를 관리하며 식구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고, 슈텐도지는 도깨비답게 술을 좋아하고 언변이 좋아 사람들의 환심을 산다. 누라리횬은 요괴들의 대장답게 냉철하고, 아는 것이 많다.

 

<요괴 셰어하우스>의 요괴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주인공 미오를 돕는 데 사용한다. 처음에는 미오였지만 이후 미오의 친구까지 도와주며 ‘권선징악’을 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괴에게도 각자의 사연이 있고, 특히 사람이었다가 요괴가 된 경우에는 슬프고 억울한 일을 당한 경우가 많다. 이와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미오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듯이 이들은 인간에게 공감하고 연대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에 만연한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나, 권력형 성폭력 등을 꼬집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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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완벽 적응한 요괴들의 화려한 용모를 보는 것도 재미다. 2화에는 사라야시키 괴담의 ‘오키쿠’라는 요괴가 등장한다.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였던 오키쿠는 외모가 아름답고 노래를 잘해서 많은 이들의 환심을 샀다. 어느 날 오키쿠가 자신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자 복수심을 품은 남자가 오키쿠가 관리하는 접시를 한 장 숨기는 바람에 오키쿠는 맞아 죽는 벌을 받게 된다.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오키쿠가 매일 밤 우물에서 ‘하나.. 둘..’ 접시 세는 소리를 내며 기어나온다는 오싹한 괴담이지만, 드라마 속의 오키쿠는 아이돌처럼 화려하고 발랄하다. 물론 그녀가 품은 원한과 분노, 슬픔은 무뎌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인간 세상에도 적응하고, 다른 요괴들과 교류하며 살고 있는 모습은 요괴가 마냥 과거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산에 살며 사람들을 잡아먹는 할머니인 ‘야만바’는 갸루족으로, 황천길에 사는 귀녀인 ‘요모츠시코메’는 결혼 컨설턴트로 등장하기도 한다.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인간을 다루는 법에는 도가 튼 요괴들이 주인공을 도와 악인을 응징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이 신비로운 존재들과 함께하며 소심했던 주인공 미오가 점점 당당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의 묘미다.

 

  

참고문헌

김진영 외 5인 공저, 일본 요괴문화 상품이 되다, 시간의 물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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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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