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것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4.0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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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들이 있다. 꽃, 바다, 석양, 시, 사랑하는 사람, 소설, 그림 등 굉장히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에 자연스럽게 끌린다. 때로는 감탄하고, 동경하고, 감동한다.


미(美)의 사전적인 정의 중 첫 번째 정의에 의하면, ‘눈 따위의 감각 기관을 통하여 인간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아름다움’이라 설명한다. 아름답다 느끼는 것들은 분명 몸의 감각을 곤두세우게 하며, 마음속에 동요를 일으킨다. 즉, 기분 좋은 흔들림을 선사한다.


이렇게 서론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을 펼치는 이유는 최근 정말 아름답다 느끼는 것을 보고 심히 감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이 아름다움으로 인한 기분 좋은 감정의 동요를 나누고자 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


 

지난 4월 4일, 여느 때와 같이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시즌 4>을 보던 중이었다. 그날 방영된 70회 <경남 함안, '두근두근 설레나 봄'>은 봄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설렘'을 자극받는 코너들로 구성되었는데, 그때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을 경험했다. 바로 ‘조선판 불꽃놀이 함안 낙화 놀이’였다.

 

‘함안 낙화 놀이’, 들어보았는가?

 

함안 낙화(落火) 놀이는 매년 4월 초파일, 경상남도 함안군 괴산리 괴항 마을에 위치한 무진정*에서 열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놀이로, 조선 선조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액막이’ 성격을 띠는 불꽃놀이다. 국내 전통 불꽃놀이 중 최초로 무형문화재(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되었다.

*무진정: 조선 중기의 정자로, 함안 낙화 놀이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대신 <1박 2일 시즌 4>에서 놀이에 대한 소개 및 홍보를 영상으로 담았다. 방송에서는 낙화 놀이의 역사를 전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낙화 놀이에 필요한 낙화봉 제작 과정을 보여주었으며, 마지막에서는 실제 함안 낙향 놀이의 광경까지 보여주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본 순간 감동을 느끼기도 전에 몸에 전율이 흘렀다. 처음 보는 절경이었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너무 아름다웠고, 알지 못할 눈물이 차올랐다. 영상을 보는 내내 시선을 떼지 못했고, 이내 조금 울음 섞인 말로 ‘너무 가고 싶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나흘이 지난 지금도 ‘함안 낙화 놀이’의 광경을 처음 넋 놓고 보았던 날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방송 후에 올라온 영상을 보며 직접 가서 보고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K-불꽃놀이, ‘함안 낙향 놀이’를 소개한다.

 

 


조선판 불꽃놀이, 함안 낙화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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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낙화놀이 문화 관광 공식 사이트

 

 

함안 낙화 놀이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문헌과 조사를 통해 본 결과 17세기 조선 중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함안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전해진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정기 말상 정책에 의해 중단된 적이 있었으나, 해방 이후 마을 주민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재개되어 400여 년의 시간에 걸쳐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괴항 마을 사람들은 약 2개월간의 노력 끝에 약 2500개에 달하는 낙화봉을 손수 준비하여 매달았다. 이때, ‘함안 낙화 놀이’ 제작 및 준비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낙화놀이에 필요한 핵심적인 도구, ‘낙화봉’은 민간에서 조제한 일종의 화약과 같은 것으로 기다란 막대 형태를 띠는데, 그의 제조 방법이 특허로 등록되었을 정도로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가장 먼저 낙화봉을 잘 타게 만드는 원료가 되는 핵심 재료, 천연 숯 가루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숯을 만들기 위한 참나무를 준비하고, 숯굴을 파내어 숯을 굽고, 꺼내어 숯 가루를 내면, 천연 숯 가루가 완성된다. 그렇게 마을 자체에서 제작한 숯 가루와 광목천 심지를 한지에 한 데 넣고 돌돌 말아 낙화봉을 완성한다. 완성된 낙화봉은 무진정 일원 위에 걸쳐진 줄에 매단다.

 

이제 본격적인 낙화 놀이 점화에 들어간다. 조선 선조 때 전승된 모습 그대로 몇몇 사람들은 뗏목을 타고 손수 하나씩 낙화봉에 불을 붙인다. 숯 가루에 불씨가 옮겨붙고 이내 불을 머금은 낙화봉은 금세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작은 불씨들이 바람을 만나 흩날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꽃이 거세게 떨어진다. 낙화(落火)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바람결을 따라 흩어지듯 떨어지는 불씨가 마치 꽃가루가 날리는 현상과 비슷하다. 그제서야 이름이 왜 낙화놀이인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어둠이 내려앉은 봄밤, 약 2시간 동안 수천 개의 낙화봉이 무진정 연못 위에 수놓은 불꽃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장관이자 절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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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시즌 4>70회 캡처본

 


 

함안 낙화 놀이의 가치 - 아름다운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마음


 

처음 ‘함안 낙화 놀이’를 접했을 때 은은하면서도 황홀한 불빛에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아름다운 문화가 있었음에 괜히 뭉클했고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이내 곧바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

 

4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정말 온몸 다해 힘들게 그들의 문화를 지켜왔지만, 그럼에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조금 슬픔이 섞인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우리의 것이 정말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체감한 듯한 사실에 놀람과 동시에 부끄러워졌다.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멋, 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한국 무형 문화재의 아름다움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우리가 흔히 ‘전통’이라 말하는 것에는 우리 선조의 역사, 문화, 삶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함안 낙화 놀이가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전히 그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고, 이를 잘 알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함안 낙화 놀이에 필요한 재료 준비부터 시작해서, 낙화봉을 제작하고, 손수 낙화봉을 하나씩 매달아, 다시 또 하나씩 불을 지피는 과정까지 어느 것 하나 그냥 쉽게 이루어지는 단계가 없다. 모든 과정이 마을 사람들의 엄청난 수고와 정성이 필요한 고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단히 매해 행사를 이어 나간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함안 지역 주민들은 그들의 고유문화가 얼마나 오래되고 유일한 것이며, 또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를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오랜 정성과 애정이 깃든 아름다움이라서, 사람들의 염원과 간절한 바람이 담기는 것들이라서, 이들은 놀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기꺼이 지키고자 한다.

 

 

함안군 낙화놀이.jpg
함안군 낙화놀이

 

 

나는 누군가의 바람과 염원이 있고, 애정과 정성이 가득 들어있는 것들을 동경한다. 그런 것들에는 마음이 가득 차 있어 울림이 있다.

 

이는 내가 ‘아름다움’이라 정의하는 것들이며, 함안 낙화 놀이를 보고서 알 수 없는 먹먹함과 몽글거림을 느낀 이유다.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울림은 때때로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제, 난 그저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리의 역사이고, 문화이며, 예술이기도 한, 함안 낙화 놀이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함안 낙화 놀이를 보고 나서 느낀 찬란함과 황홀함이 그저 짧은 순간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오랜 기간 정성을 들인 낙화 놀이의 아름다움을 오래 붙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비단, 함안 낙화 놀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것이라 말할 수 있는 모든 위대하고 찬란한 문화 예술을 향한 움직임도 포함된다. 그렇게 조금씩 우리의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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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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