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의 이야기 - 보이지 않는 것들

글 입력 2021.03.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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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섬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 사실 치열하게 생존하고 있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육지와 떨어져 있는 섬에 바뢰이 가족만이 살고 있다. 섬의 이름은 가문의 이름을 딴 바뢰이섬이다. 그들은 섬에서 얻지 못하여 육지에서 구해오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섬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섬에서의 혹독한 자연환경까지 말이다.

 

바뢰이 가족은 물고기를 그물로 잡고 직접 손질하고, 고기잡이 그물을 수리하고, 양털을 빗고, 오리 털을 손질하고, 실을 짓고 양말을 뜬다. 배를 직접 몰거나 노라도 저으며 가축을 직접 돌보고 기른다. 집을 확장하고 부두를 건설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이런 자급자족의 혹독한 환경에서 자란 탓일까. 4살 밖에 되지 않는 잉그리드는 물고기를 손질할 수 있으며 오리 털을 빗을 줄 알게 되며 섬마을의 일을 돕기 시작한다.


책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섬마을 사람들이 지녀온 생각과 규칙들이. 육지에 닿을 수 있는데 왜 척박한 곳에서 힘들이며 사는지, 왜 섬에 있는 동물들은 한 쪽 성별만 있는 것인지.

 

 

 

그들의 이야기



섬마을에는 겨울마다 폭풍우가 몰아친다. 섬사람들은 그것을 첫 겨울 폭풍이라고 부른다. 그 폭풍은 아주 난폭하고 강렬해서 일상을 무참히 바꿔버렸다.

 

섬사람들은 겨울 폭풍의 한가운데 서있었다. 양 한 마리가 바다로 휩쓸려 날아갔고 거친 눈송이와 우박이 섬 위에 흩뿌려졌다. 어른들의 표정은 냉랭했지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섬사람들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두운 성향이 있어 두려움이 아니라 침통함에 빠져버리기에 그런 상황이 오면 재앙과도 같은 것이라 한다.

 

두려움은 앞으로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 나오는 감정이라고들 한다. 섬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일이 들이닥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고 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힘겨운 일이 들이닥쳤을 때 두려움보다는 침통함을 갖고 사는 그들이 성숙해 보이기도 가엾어 보이기도 했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면 섬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밀려들어온다. 그 물건들은 먼저 찾는 자가 임자이다. 섬으로 밀려오는 것은 새로운 문명을 가져다주어 새로운 집안 살림이 되거나 역사 깊은 물건으로 돈벌이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쓰레기이다. 좋은 싫든 밀려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물건들을 취하고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도 섬사람들의 숙명이다.


바뢰이 섬의 수장인 한스는 망원경을 갖고있었다. 그는 그것을 아내 마리아와 딸 잉그리드에게 보여준다. 마리아는 자신이 살던 섬을 보고는 어리벙벙해하고 잉그리드는 움찔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스는 렌즈를 통해 본 모든 것이 눈을 뗴면 바로 사라지기에 망원경이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의 눈이 어느 정도 이상을 보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혼잣말하며 망원경을 선반 꼭대기에 둔다. 모든 것들을 생생히 보는 것이 눈과 눈이 바라보는 사물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카르비가에는 집 두 채만이 폐허로 남아있고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다. 육지 사람이라면 조금만 골똘히 생각해도 알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카르비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아무도 살지 않을까? 그 진실은 확실히 비극이고 어쩌면 끔찍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뢰이섬의 연장자 마틴의 선조들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노인은 가장 신뢰받는 존재가 아니고 기억 또한 잠식해버렸다. 섬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그 폐허를 존중한다. 그 폐허는 섬에서 살다가 육지로 떠나버린 사람들의 잔해였을까?

 

*

 

나는 육지에서만 삶을 살아온 육지인이다. 섬사람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를 체득하고 살아온 만큼 그들을 이해하기엔 너무도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독자의 또 다른 성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목차는 없으며 조각 같은 이야기들 53개가 시간 순으로 나열되고 있다. 잉그리드의 성장을 중심으로 섬마을과 그녀의 주변 환경들을 설명한다. 각 이야기들의 끝에서는 대부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질문이나 의미를 보여주고 끝을 맺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참 많았다. 모든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만은 않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들의 매력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접하게 되는 독자들은 섬사람들의 이야기의 의문점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바뢰이섬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즐기길 바란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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