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당신은 어떤 '한국'에 살고 있는가? - 한국의 발견

우리는 평소에 스스로 한국인임을 얼마나 인지하고 사는가?
글 입력 2021.03.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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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우리는 평소에 스스로 한국인임을 얼마나 인지하고 사는가? 이 책을 펼치며 했던 생각이다.

 

한국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한국인은 아직 나에게 어딜 가나 있는 존재이고 딱히 특징을 말하기는 어려운 보편적인 존재이다. 한국인이라는 추상적인 집단을 구성하는 인구는 너무나 개성 있는 사람들이고 성격과 성장 배경, 사회적 지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서 살아욌고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으며 경제적 자산이 얼마가 되는 한국인 김씨에 대해 말하기는 차라리 쉬워도, 한국인은 어떻다고 말하는 편이 나에게는 더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에서 나온다고들 말한다. 한국인 당사자인 우리들은 정작 세계 사회 속의 한국에 대해 일상 속에서는 그리 깊이 생각해본 바가 많지 않지만, 여전히 한국과 한국인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우리들의 중요한 논제로 남아있다는 것이 책을 읽는 동안 느껴졌다. 세계화가 불러온 개인화로 개개인은 과거보다 더 파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같은 영토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선 국가라는 주체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


오랫동안 한국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살고 있었다. 중국의 세계에, 일본의 세계에, 그다음에는 소련과 미국의 세계에 말이다. 이제 한국은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탁월한 외교관이자 행정가, 정치학자인 라종일 교수와 에세이스트 김현진, 현종희 작가가 함께 엮은 이 책 《한국의 발견》은 격변하는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인들이 어떻게 자기 세계를 발견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탐색하고 고찰한다.

 

‘한국 발견하기’란 무엇이며, 왜 주목받는가!

 

‘한국 발견하기’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점점 주목받는 주제다. 라종일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이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가라앉아 있었다고 말한다. 중국의 세계에, 일본의 세계에, 그다음에는 소련과 미국의 세계에 말이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80년대 중반 ‘한강의 기적’이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다. 한국인들은 자유세계, 공산세계 같은 타자의 세계로부터 ‘나’와 ‘넓은 세계’를 발견하고, 그 세계 안에서 자기 위상과 역할을 찾으려 했다.

 

‘자기 세계’를 발견하고 구축한다는 것은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주체적으로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들어가는 말’에서 김현진 작가가 말했듯 “국적이라는 그물로 결코 엮을 수 없는 표표한 자유인”이자 “어느 나라에 있다 한들 전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천연스러운 이방인”의 시각을 가진 라종일 교수는 정치, 사회, 문화 면에서 그동안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놓치고 있었던 한국과 한국인의 특성 그리고 시대에 따른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우리의 근현대사, 한강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나?


 

 

일본의 민주주의를 보면 사회를 국가가 편리하게 관리하는 방식일 뿐이지, 민주주의의 기본 이상 같은 건 없지 않나, 또는 사회와 국가가 적당히 합의해 운영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어요. 그러나 한국은 아닙니다. 한국은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싸우고, 어떨 때는 국회에서까지 주먹다짐을 할 정도지요. 그 정도까지 격렬한 논쟁이 있고 투쟁이 있었어요. 저는 그것들도 한국이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화의 역사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고요.

 

- 126쪽, 당신의 가정은 얼마나 민주적입니까: 사회의 민주화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산업화와 더불어 20-30년이라는 단시간 내에 이루어졌다. 이것을 두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며,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경제 선진화를 이루어낸 나라는 없었다며 해외에서는 한국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한국인은 근면 성실과 삶에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다는 인상까지 주게 되었다.

 

하지만 당연히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기에 밝은 빛 뒤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사회를 드리웠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성장은 여러 방면 모두에서 건강한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소수자의 인권이나 정치 민주화, 경제민주화 등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기에 횡횡했던 각종 비위와 사건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이 그를 방증한다. 악행이 관행으로 이어지고 소수의 엘리트만이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떠오르는 변천사가 한국만의 특수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군부 세력이 근현대사 속에 군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한국 사회의 많은 면들을 단정지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해방 후 몇몇의 정치 지도자를 거쳐 쿠데타가 두 번 일어났고, 세 명의 군 출신 지도자를 겪은 뒤에야 (형식적으로나마) 정치민주화를 이룩하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조금씩 과거의 폐해를 여전히 극복해가는 중이다. 한강의 기적은 오래 전에 끝나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세계의 중심부 국가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한국인들은 독재 세력에 반하여 민주화 운동을 수차례 경험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냈고, 국민들의 의지와 참여가 반영되는 민주사회를 일구려 힘써왔다.

 

민주주의 국가를 형성해가기란 실로 쉽지 않았지만, 부조리한 세력에 대항하는 방식과 논리를 세워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완전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에 긍정적인 면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스스로 근대화할 기회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강대국들의 ‘제한전’이 되었던 한국전쟁, 이른바 혁명과 반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맞이한 군부 독재, 그 과정에서 시대의 어젠다를 정의했던 운동권의 투쟁, ‘에피고니(Epigone)’의 시대를 연 신군부의 통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김대중의 도전과 기적과도 같았던 노무현의 당선, 성평등을 둘러싼 이 시대의 여러 진통, 문화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이는 2020년대 한국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주제는 서로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또다른 관점에서는 하나의 큰 줄기 안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 라종일 교수는 강의 형식으로, 서신 형식으로 그 줄기로 연결된 한국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며, 내일의 한국을 상상한다. 그러면서 다시 묻는다. 지금 한국은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 책 소개 중에서

 

 

저자는 4.19운동 때부터의 근현대사를 모두 겪어온 사람이고, 필자인 나는 90년대 후반 출생인지라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많은 간극이 존재할 것이다. 나는 과거만큼이나 눈에 띄게 극심했던 사회변동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이전 세대의 사람들만큼은 과거의 한국 사회에 대해 통달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다각화된 보이지 않는 사회적 변동들을 즉각적으로 관찰하고 변화시킬 다른 눈과 접근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멀리 보려면 과거의 일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물론 함께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타국에 의존하여 자본을 키우고, 정치를 의존했던 세월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강대국의 틈바구니라는 지정학적 운명을 타고나서 한반도에서의 모든 국가는 대국들의 침략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을 잘 이용하거나 그들이 우리나라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방을 적절히 유지하고 자국에는 이익이 되게 해야하는 영민한 외교를 펼쳐야 했고 지금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주권을 갖는가이다. 휘둘리기만 하지 않고 우리만의 무기를 갖고 필요할 땐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2021년 한국의 무기, 주력 산업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대중문화이다. K-pop의 해외 진출은 성공적이고 해외의 수많은 팬들이 한국어로 만들어진 한국 노래를 듣고 세계에 동시 송출되는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러,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문화 소비를 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이젠 흔하게 볼 수 있다.


코로나 대응으로 한국이 새롭게 세계에 비춰지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선진국이라 부를 만한 의료보험 시스템과 방역 시스템으로 초기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연신 받아왔고 인구대비 확진자, 사망자 수도 적은 나라에 속한다. 모든 대응 시스템이 물론 완벽했다고 할 수는 없다. 역학조사를 위해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범위나 개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등의 과정이 결과적으로는 필요했지만 크고 작은 부작용들도 따랐다. 그러나 공공 보건이라는 우선된 가치를 따라 국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잘 따랐고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로부터 매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외에도 얘기할 주제는 많지만, 지면 상의 한계로 잠시 접어두고 이쯤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한국은 어떤지 다시 생각해보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나라, 대중문화를 수출하는 나라, 코로나 대응을 잘 하는 나라, 근면 성실한 나라. 반면에 군부 독재가 오랫동안 이뤄졌던 나라, 산업화가 너무 빨리 이뤄진 나라, 성 평등 지수가 낮은 나라 등. 여러 수식어에 대해 아쉬운 점도 뿌듯한 점도 많다. 동시에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덜어가며 완성형의 강한 국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명확해진다. 국민은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이 많아지고 높은 문화 수준을 영위하며 내 나라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지며 국가를 구성하고, 국가는 정당한 권력으로 국민을 보호하며 통치하는 것.

 

비록 파편화된 개인일지라도 자고 나란 땅에 대한 애착과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아 지니고 있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나라 밖에서 더 힘을 발할 것이다. 탈국가, 탈민족화 경향이 두드러지는 지금,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논하는 것이 다소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의 국적은 중요한 정체성이고 개인의 많은 부분을 결정짓는다. 국가의 어느 부분을 개인에 녹여내고 국가를 어떻게 자신의 부분으로 인식해 살아갈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지만, 중요한 것은 나라든 개인이든 더 이상 타자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무엇이든 헤쳐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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