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을 지킬 수 있다면 - 가장 단호한 행복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간결한 철학 연습
글 입력 2021.03.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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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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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앞두고 스스로 되뇌던 말이 있다. “결과까지 책임질 필요 없다”라는 말이다. 고3이었던 내게 대학이라는 관문은 너무나 크고 무서웠다. 한순간의 결과가 모든 노력의 과정을 설명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했고, ‘합격’, ‘불합격’이라는 결과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될 거라 여겼다.


그렇게 결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했다. 그런데 한 선생님께서 마치 혜성처럼 나타나 말씀해주셨다. “결정이 나는 것들은 본인의 힘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넌 과정에만 책임을 지면 된다.” “결과까지 뜻대로 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라고 말이다. 바꿀 수 있고, 현재 할 수 있는 것에만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말이 지금껏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손에 잡히지 못하는 것,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영역에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고, 그 순간순간에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물론 이 다짐이 항상 이루어진 건 아니다. 아직도 바라는 대로 결과가 나오길 소망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절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서도 든든한 표지판이 되어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러한 의미와 연결되는 학문이 ‘스토아주의’였다. 스토아 철학은 인간의 이성을 높이 평가했고, 이 이성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학문이다. 그들은 실천적 지혜를 통한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시모 피글리우치의 『가장 단호한 행복』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위에서 살펴본 필자의 간단한 이야기가 왜 스토아주의와 연결이 되는지,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고와 기술은 어떤 것인지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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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는 ‘스토아주의’를 배우지만 ‘에픽테토스’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크게 배워본 적이 없다. 사실 에픽테토스는 스토아주의 학파에 있어서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 공로에 비해 그의 존재는 희미하기만 하다. 아래 저명한 일화에는 에피텍토스가 잠깐 등장한다.


그는 주인이 자신의 다리를 비틀 때 미소를 지으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다 제 다리를 부러뜨리시겠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다리가 부러지자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다리가 부러질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p.12-p.13)


여기에 나오는 노예가 바로 에픽테토스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사람이 참 미련하다고만 생각했다.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아픔을 참아내는 일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스토아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하나였고, 그의 행동은 사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저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에픽테토스의 철학에 관해 관심을 가졌고, 그의 지침서 <엥케이리디온>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에픽테토스는 노예였지만 로마로 오면서부터 당대 가장 훌륭한 스승이었던 무소니우스 루푸스의 제자가 되면서(p.12) 스토아 철학을 배웠다. 그는 자유를 얻어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그의 가르침이 담긴 <엥케이리디온>을 남겼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 <평온을 비는 기도>가 유명하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한 마음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p.18


이 구절은 <엥케이리디온>의 첫 문장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도 이와 관련된다. 이는 ‘통제의 이분법’인데, 에픽테토스는 이 이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했다. (p.33)


“우리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를 쌓아야 한다.” - p.33


이 문장은 ‘통제 범위 내’ 영역과 ‘통제 범위 밖’ 영역으로 나눈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키케로의 비유를 소개한다. 한 궁수가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쏠 때, 궁수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이 통제 범위 밖이다. 갑자기 바람이 불거나, 목표물이 쓰러지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명중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 시간을 투자해 연습한 것은 궁수의 통제 범위 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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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궁수가 ‘명중’을 하고자 마음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최후의 목표가 ‘명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명중’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면, 과녁을 맞히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p. 36)


우리의 삶에서도 모든 일이 뜻대로 될 수는 없기 때문에, 통제 밖의 목적에 지나치게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욕망은 평정심을 잃게 만들고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 통제의 이분법이 에픽테토스가 말하는 철학의 근본적 뼈대가 된다.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간결한 철학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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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졌다. 1부에서 스토아주의와 에픽테토스의 개론을 다루었다면, 2부는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현대적 언어로 표현했다. 여기서 에픽테토스의 3가지 규율을 소개하는데, 각 장을 50절 이상으로 짧게 나누어서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3부에서는 7가지의 주제를 소개하면서 새롭게 수정한 스토아주의에 대해 다룬다.


스토아 철학은 시간이 흐르며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 철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할지 모른다. 저자 또한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토아주의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우산'과도 같다. (p.183) 단순히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관해 넓은 의미에서 고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쉬이 판단 짓지 않는 겸손과 행동의 폭이 제한되어도 품을 수 있는 의지, 실패를 견뎌낼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내는 지혜, 또 적당한 선을 지킬 수 있는 절제 등 스토아 철학에서 제시하는 실천적 지혜와 여러 삶의 기술을 읽어보다 보면, 더 나은 삶을 위한 동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전에도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고민은 지금과 유사했을 테니 말이다. 환경에 치우치며 행복을 잃지 말자고, 사랑하고 희망하며 때로는 두려워하는 우리를 위해 스토아주의의 철학은 오늘날의 해답을 주고 있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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