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 [음악]

머나먼 저 별을 향하여
글 입력 2021.03.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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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룰 수 없는 꿈을 좇는 돈키호테의 이야기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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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뉴욕에서 초연된 세기의 소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맨 오브 라만차>는 브로드웨이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는 '토니 어워즈'와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각각 5개 부문 수상을 거두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초연 16주년을 맞아 시즌 10번째 공연으로 돌아왔다.

 

<맨 오브 라만차>는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죄수들에게 이룰 수 없는 꿈을 좇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꿈을 향한 용기와 도전의 의미를 담은 대표곡인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을 통해 소개된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꿈을 향한 의미를 되새기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라고 말이다.

 

라만차의 기사인 돈키호테의 꿈을 향한 여정을 오롯이 담고 있는 넘버라고 볼 수 있는 '이룰 수 없는 꿈'은 과연 어떤 의미를 품고 있을까? 지금부터 직접 들은 후에 느낀 주관적인 감상을 나눠보려 한다.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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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관람하고 왔다.

 

원래부터 이 뮤지컬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돈키호테의 강인한 의지가 돋보였던 '이룰 수 없는 꿈' 넘버를 실제로 듣고 싶었던 마음에 예매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홍광호 배우가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역할을 맡았기에 직접 보고 싶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룰 수 없는 꿈'은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곡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몇 번이나 리프라이즈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막, 2막의 마지막뿐만 아니라 커튼콜에서도 사용되었다. 그만큼 이 뮤지컬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부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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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극복할 수 없는 것을 극복하기', 다시 말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일'. 이를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눈앞에 실패가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패를 향해 시간과 노력을 쏟으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심지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더라도 성공 확률이 1%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다.

 

사실 그는 라만차의 사나이도 아니고, 용맹한 기사도 아니다. 모든 게 거짓이나 다름없다. 그저 환상 속의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별을 쫓는 노인만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에 있는 그 누구보다 용감하다. 위험한 절벽으로 뛰어드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이로 인해 생긴 고통과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따라간다. 남은 힘을 쥐어짜 내서라도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도 보장하지 못하는 성공을 위해, 그는 두 발을 내딛고 있다.

 

 

넘어지는 것은 물론 똑같다.

하지만 한눈을 팔다가 우물에 빠지는 것과,

별만 바라보다가 우물에 빠지는 것은 다르다.

돈키호테가 열심히 보았던 것은 바로 별이다.

이 공상과 망상의 정신이 추구한 웃음의 깊이는 얼마나 심오한가.

 

- 앙리 베르그손

 

 

소설 『돈키호테』를 본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손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그는 오직 별만 보고 앞으로 달려나간 돈키호테의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하였다. 그러니 돈키호테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치광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언가에 미쳐있는 모험가일 수도 있는 거다. 비록 그의 마지막은 허망하게 끝났지만, 삶을 살아가는 과정만큼은 눈부시게 빛났으니 그것으로 되었지 않은가. 인생의 끝에 다다르면 과거를 되돌아볼 뿐, 죽는 순간을 추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돈키호테의 삶과 정신을 담아낸 곡 '이룰 수 없는 꿈'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

 

 

'이룰 수 없는 꿈'은 3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돈키호테의 모든 인생사를 들려준다. 이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로 시작해 "가네 저 별을 향하여"로 마무리된다. 그의 도전 정신을 희망 가득한 가사로 전달하는 것이다. 넘버는 고음으로 올라가면서 끝이 나는데, 이는 마치 그의 끝없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혼자 불러도 감동적이지만, 마지막에 다 같이 완창할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찼다. 꿈꾸는 우리를 응원하는 듯한 멜로디와 가사에 흠뻑 젖어들었다.

 

가장 큰 울림을 받았던 가사는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였다. 힘차고 강하게 지르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마치 "내 길은 이것 하나뿐이야."라는 말을 돌려 전하는 듯했다. 자신의 꿈을 향한 흔들림 없이 단단한 자세에 그가 내뱉는 언어 하나하나에 힘이 실렸다. 뚜렷한 확신으로 가득 찬 그는 무모하고 어리석기보단, 용감하고 당당했다. 불확실한 꿈을 꾸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하고 싶던 말에 가슴이 울컥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노래하듯 리듬감 있게 연주되는 악기들,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드라마틱한 선율, 한 음 한 음 소중히 전달하는 배우의 힘찬 목소리,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가 만나서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명곡을 탄생시킨 듯하다.

 

제목은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실상은 이룰 수 있는 꿈에 가까운 곡이다. 이를 통해 뮤지컬을 소개할 정도로 대표적인 곡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뮤지컬 넘버만의 특별한 점은 극의 이야기와 감정이 두드러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점이 모두 반영된 덕분에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지 않나 싶다.

 

이처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은 세상 모든 꿈 꾸는 이들에게 '돈키호테 정신'을 전함으로써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다. 나도 언젠가 "이게 나의 길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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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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