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엄성에 관한 변호사의 상념 뭉치 - 존엄성 수업

글 입력 2021.03.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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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존엄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가 모두 '존엄함'의 의미를 알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비슷하게 떠올린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는 존엄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존엄함이란 한 개인이 가치 있고 존중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타고났음을 의미한다. 오늘 다루는 책 <존엄성 수업>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을 인간으로 삼자는 진지한 제안, '내'가 존재하기 위해 '너'도 존재야하하기 때문에 서로 지켜주기 위한 목적적 가치이자 도구인 인권' 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정의 역시 각양각색일 것이다.


하지만 위의 내용으로는 존엄함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존중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윤리적인 것은 무엇이고 대우의 주체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존엄성 수업> 역시 이야기가 무엇이고 거기서 인간으로 삼자는 것은 무엇인지, 제안이라 표현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아마 직접 대면해서 독자의 정의를 꺼내보지 않았지만, 아마 그것 또한 완전한 정의가 아닐 것이다. 존엄성이란 여러 가지 요인이 통합되어 제시되는 추상적인 단어다. 솔직한 나의 마음을 좀 더 보태보자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낙관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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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단어의 추상성을 비판하고자 이 같은 방식으로 글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되지 않았다 해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도 복잡한 인간사에서 필요한 법이다. 우리는 죽어도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에 붙어있는 종성을 손에서 놓치지 않지 않은가.


<존엄성 수업>은 그 단어만큼이나 통합적이고 낙관적인 책이다. 그래서 낙관적이고 통합적인 단어들이 가진 잠재력이 있다. 책은 변호사라는 저자의 배경답게 '존엄성'을 일반인이 들어봤을만한 법적 권리-생명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재판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노동권, 아동권, 성 소수자의 권리, 동물권-에 따라 구분하여 기술한다.


대제목이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소제목 이하 내용은 논리적으로 전개하기보다는 상념이 떠오르듯 전개한다. 따라서 책은 '수업'이라는 목적이 있는 논리적인 글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철학관과 유려한 글쓰기 실력이 어우러진 에세이에 가깝다. 작가가 의미하는 '수업'은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자는 책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앞에 두면서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구체적인 갈피를 스스로 찾아가는 성찰 과정에 참여한다.


서술 방식뿐만 아니라, 책을 전체적으로 구성한 부분도 이 책을 논리적이라기보다 성찰적으로 만들었다. 맨 뒤에 실려있는 참고도서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인용구는 저자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책의 중간마다 저자가 읽은 책들의 구절들이 소개하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각 섹션의 마지막 장에서는 미래 사회의 권리를 성찰하는 데, 책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만큼 짧게 제시되어 있다.


작가의 이런 방식은 '존엄성' 수업의 방식에 적절했다. 이러한 내 예측이 작가의 의도와 얼마나 맞닿았는지 모르지만, 작가는 아래와 같이 썼다. "고유한 무게를 확보하는 방식의 하나가 자기만의 생각인데. 이 책은 그 예시의 하나에 불과한 보잘것없는 흔적이다." "글로 묘사한 삽화를 곁들여 불분명한 몽상의 그림을 문자로 번역한 것이 <존엄성 수업>이라는 이름표를 단 두터운 메모장이다". 글 전체에서 묻어나오는 작가의 철학을 고려할 때, 이 책을 머리를 싸매면서 읽는다기 보다는 생각이 많은 밤 떠오르는 상념처럼 읽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보잘것없는 흔적'임을 밝히고 있지만, 앞서 반복해서 기술했듯 저자의 글쓰기 역량이 상당하다. 공감과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에세이, 특히 인용하는 책이 많은 경우 그 내용이 뻔하거나 지루하게 기술되는 것이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고유한 무게'를 가진 에세이답게 저자만의 철학과 사고가 오롯이 표현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로 제시되는 '인간의 존엄성' 부분에서 특히 저자만이 가지는 매력을 많이 느꼈다. 시지프 신화, 존엄성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것을 표현하고 이끌어내는 힘이 독특했다. 아트인사이트 리뷰를 조금 훑어보니 이 부분에서 감명을 받은 에디터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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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존엄성 수업>은 고유한 색깔이 있을 뿐만 아니라, 큰 불편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간 책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사실 고백하자면, 책의 이런 방향성은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괴리감이 좀 있었다. 처음 책의 목차를 읽었을 때는 권리와 관련된 책이니 좀 더 저자가 다루거나 수집한 사례를 위주로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목적을 고려할 때 적절한 표현 방식이었지만, 개인적인 목적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여기서 좀 더 저자에게 독자로서 부탁한다면, '존엄성 실습'을 후속작으로 냄을 제안한다.). 비전공자의 얕은 이해수준과 초기 읽기 의도로 책의 모든 부분에 공감이 갔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추구권', '양심의 자유', '아동권'이 그랬다. 우선 '행복추구권'은 책의 내용이라기보다, 법적인 의미로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의 삶에서 행복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행복을 법적인 의미로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추구권이 도입된 역사적 배경 및 의도는 의뭉스러울 뿐만 아니라, 법적인 의미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행복을 추구한다는 행위를 보장해주는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디오게네스는 길거리의 부랑자처럼 살다 죽었다. 디오게네스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아파테이아와 아타락시아를 주장한 그리스 철학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추구는 다양각색하다. 사례로 들만 한 것들도 포괄적 자유권이나 포괄적 기본권과 같은, 하나의 카테고리라기보다는 다른 권리와 영역이 겹치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전 동성애 커플이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자신의 결혼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한 기사를 읽었다. 이처럼 하나의 법적 권리로서 기능하는 것이 기능 전부라면, 지금까지 명문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의심으로 계속해서 읽어가다 보니 행복추구권을 기반으로 전개한 책의 내용이 잘 와 닿지 않았다.


'양심의 자유'도 법적 권리로서 잘 정의되지 않는다는 감상 때문에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양심의 자유는 '생각할 권리', '사상을 가질 권리'로 읽혔다. 양심적 병역 거부도 양심의 자유라기보다는 자신의 사상을 가질 권리, 혹은 생각을 '표현할 권리'와 다소 헷갈렸다. 이처럼 '행복 추구권'과 '양심의 자유'는 유독 앞서 언급한 전문가의 정의와 사례가 있었으면 했던 부분이다.


'아동권'은 지엽적인 부분이다. 저자는 "학교 내에서 학생들 사이의 폭행이나 따돌리기 등은 인권의 문제가 아니"며, "개인들 사이의 싸움이나 권리 침해 행위가 인권의 문제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근거로는 "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결과가 인권 침해 현상과 동일한 경우는 많지만, 그 원인 행위를 인권침해 행위라고 하지 않는다. 인권의 문제는 권력이나 그와 유사한 지배권력, 사회적 계급 또는 제도적 현상의 작용이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때 발생한다"고 썼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가 인권침해가 아닌 이유는 무엇인지, 개인들 사이에서 지배권력, 계급 문제, 혹은 제도적 현상의 작용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인권의 문제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정의하였다면 혼란은 적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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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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