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같은 현실을 담아낸 영화들 [영화]

글 입력 2021.03.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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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를 통해 세상 소식을 듣다 보면 영화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일들이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상상의 여지를 벗어나 장난처럼 짜인 운명, 극한의 상황에 발휘된 놀라운 기지, 모두가 등 돌린 상황에서도 빛을 발한 끈기와 자기 확신 같은 이야기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따라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세 편의 영화를 추천하고자 한다. 그 어떤 만들어진 이야기 보다도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다림 #고도는 누구인가 #터미널



2004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터미널>은 '크라코지아'에서 온 '빅터 나보르스키'라는 한 남자의 기나긴 공항 생존기를 담고 있다. 빅터가 뉴욕 JFK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고 있는 동안 그의 고국 크라코지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국가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뉴욕의 공항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신세가 된 빅터는 승진을 위해 그를 공항 밖으로 쫓아내려는 '딕슨'의 교묘한 계략을 피해 가며 공항에서의 기약 없는 일상에 적응해나간다.


정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빅터의 태도는 놀랍기만 하다. 가진 돈도 없고, 무엇보다도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그는 방치되어 있던 67 탑승구에 머무르며 잠을 자고, 카트를 정리해 돈을 벌어 햄버거를 사 먹고, 밤이면 영어를 공부한다. 그러면서도 매일같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창구로 찾아가 '부적격자' 도장을 받는 그는 비관하거나 낙관하는 모습 없이 묵묵히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감내한다.


이 이야기는 이란으로부터 추방당하고 여러 국가로부터 망명 신청을 거부당하던 '카리미 나세리'라는 이란인의 실화이다. 결국 UN의 도움으로 영국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권과 서류가 든 가방을 잃어버리게 되고,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서 무려 18년 동안 살았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기다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빅터가 긴 시간 기다리며 뉴욕으로 가길 바랐던 이유는 그가 겪어야 했던 절망스러운 현실에 비하면 대단치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고 '집으로 간다'라고 말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빅터를 보면서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을 지나는 동안 무엇을 기다리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속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기다림이 떠오른다. 나의 고도는 무엇인지 묻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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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 #발견 #더 디그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영국 서퍽을 배경으로 하여 '이디스'가 '배질'이라는 유명하지 않은 발굴가를 고용하여 그녀 사유지의 언덕을 발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더 디그>.


배질은 고고학에 대해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도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보고 자라 어떤 베테랑보다도 뛰어난 직감과 실력을 지닌 전문가였다. 발굴을 의뢰한 이디스와 발굴가 배질은 그녀의 사유지에서 분명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소수의 인원으로 거대한 둔덕을 파내는 그들의 모습이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와 엄청난 폭우가 있었음에도 꾸준히 삽으로 흙을 퍼내길 한참, 그들은 앵글로색슨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배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자 여러 박물관에서 서로 자신의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는 결말을 더욱 더 궁금하게 만든다.


이 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대영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배질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으나 최근 고고학계에 대한 공로가 인정되어 그가 출토한 유물과 함께 기록되었다. 이러한 주인공 배질의 발굴에 대한 열정과 끈기, 더불어 전쟁 직전의 암울한 시대 배경 등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모든 발굴 작업을 마치고, 보존을 위해 다시 배를 흙으로 덮기 전, 이디스와 이디스의 아들이 배 위에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 그들이 처한 어둡고 두려운 현실과 대조되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또한 발굴 작업을 위해 모인 이들에게 닥친 크고 작은 변화와 사건들을 통해 시대적인 배경에 대해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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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정신 #위로 #설리:허드슨강의기적



2009년 1월 15일, 허드슨 강에 비행기가 추락했다. 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155명의 사람들이 20여분 만에 전원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은 이 허드슨 강의 기적 사건과 사건 이후 기장이 자신의 결정이 최선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한 외로운 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탑승객 155명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들과 충돌하여 양쪽의 엔진을 모두 잃게 된다. 충분한 고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공항으로의 안전한 착륙이 어려웠던 절체절명의 순간. 기장은 짧은 순간 침착하게 위기에 대처하며 허드슨 강에 수상 착륙을 시도하고 기적적으로 성공한다.

 

208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기장과 부기장의 침착한 대처가 매우 놀라웠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타당했는가에 대한 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며 책임자로서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설리 기장. 세상 모든 곳에서 그를 '영웅'이라고 칭송하지만, 그는 외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아내가 그 역시 155명의 탑승객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하며 위로한다.


새들과의 충돌 이후 기장, 부기장을 포함한 승무원들의 대처, 그리고 비행기 추락 이후 구조를 위해 신속하게 소통하고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해경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설리 기장의 말이 마음에 꽂힌다. 동시에 이 기적을 일으킨 수많은 사람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함께 빛난다.


언젠가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국종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의'란 각자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책임감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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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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