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날의 감성 - 해변의 에트랑제

글 입력 2021.02.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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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에트랑제>는 일본의 여름 바람이다. 여름으로 시작해서 여름으로 끝난다.

 

문득, 바다의 소금기 어린 냄새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리고 옛 추억에 잠시 잠기고 싶을 때가 있다. <해변의 에트랑제>는 이러한 여름에 대한 기억을 물씬 만들어주는 힐링 BL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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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 네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키나와 외딴섬, 해변 벤치에 혼자 멈춰있는 소년 '미오'. 그런 미오가 몹시 신경 쓰이는 소설가 지망생 '슌'.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졌다 생각한 순간, 미오가 돌연 섬을 떠난다.

 

그리고 3년 후, 그토록 그리워하던 서로를 다시 만난 둘은 이제 마음을 알아가며 서툴지만 따뜻한 사랑을 시작하는데…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해변의 에트랑제>는 일본 여름 영화의 클리셰를 듬뿍 담았다. 그래서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


필자가 아는 일본 영화가 그렇듯이, <해변의 에트랑제>의 주인공인 슌과 미오는 자신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다.

 

다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비밀을 조용히 알려준다. 예를 들어, 두 주인공 감정은 서로 엇갈리지만 사실 둘이 같은 마음임을 고양이를 통해 보여준다. 고양이들이 서로 붙어있는 모습을 통해서 그들이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음을 비밀스레 알려준다.


가끔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해변의 에트랑제>는 서로 부끄러워하는 감정을 잘 보여주어 관객들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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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공간적 의미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어느 오키나와의 작은 외딴 섬이다. 오키나와 특유의 느리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차지한다. 그런 느림 속에서도 두 주인공의 감정은 조용히 휘몰아쳤다. 그들의 변화는 항상 항구에서 시작되었다.


외딴 섬에 있을 때는 슌과 미오는 어째서인지 서로 마음을 알 듯 모를 듯 숨긴다. 어느 날 소설가 지망생인 슌은 원고를 도쿄에 보내기 위해 오키나와 본섬으로 향한다. 본 섬의 항공 우편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슌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미오는 따라나선다. 그러나 슌은 미오를 차갑게 대하고 위기를 맞이하는 듯하다.

 

외딴 섬은 그들만의 안식처였다면 새로운 변화를 의미하는 본 섬에서 그들은 가장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갈등이 가장 촉발된 후 슌은 미오를 모른 척했다. 몇 시간 후 자신은 미오를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오를 찾아 나간다. 슌이 가장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이었다.


3년 전의 항구는 미오에게 변화를 일으킨 곳이었다. 3년 전 슌의 고백을 받은 미오는 본 섬에서 게이바를 찾아가 직원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성 지향성을 인정하고 자신도 슌을 사랑함을 인정했다. 이처럼 슌을 계속 원하던 미오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곳도 항구다.

 

3년 전, 그들이 서로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헤어졌던 것도 본섬과 항구였다. 그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도 항구였지만 결국 그들을 결속시켰던 것도 항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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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아름다움



지난 여름, 여름을 여름답게 보냈던가? 그저 거실 앞 에어컨에 드러누워 멍 때리기만 했던 것 같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답답함에 질리기도 했던 여름이었다. <해변의 에트랑제>는 지난 여름을 위로해주듯 겨울에 여름의 냄새를 느끼게 했다.


특히 여름날은 누구든지 빛나는 순간만을 기억하게 한다. 슌과 미오의 시작은 여름이었고 영화의 끝도 여름이다. 다시는 그렇게 여름처럼 열정적인 기분을 그들도 느낄 수 있을까? 그렇지만 계절은 언제나 돌아오며, 여름만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않는다.

 

여름의 찬란한 첫사랑을 보여준 <해변의 에트랑제>였다. 그렇다면 그들의 다른 계절을 어떻게 될지 관객에게 즐거운 상상력을 남겨주었다.


   

'해변의 에트랑제' 티저 예고편

 

해변의 에트랑제
- L'ETRANGER DU PLAGE -
  
 
감독/각본
오오하시 아키요

 

출연

무라타 타이시

마츠오카 요시츠구

시마무라 유우


장르 : 애니메이션, 멜로/로맨스

개봉
2021년 02월 18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59분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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