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 영화 보고 싶다. 극장에서 [영화]

글 입력 2021.03.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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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서 발간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우리가 영화관에서 본 영화


 

작년 한 해 동안 영화 몇 편 보셨나요? 아니 다시 물어볼게요. 2020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영화관에서' 본 작품이 몇 편인가요? 제가 먼저 대답을 해볼까요. 저는 5편입니다. 흠... 저의 답만으로는 많은 수치인지 판단이 되지 않네요. 재작년에는 몇 편을 보았나 세어보았더니 12편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명확한 사실은 제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횟수는 42% 감소했다는 것이네요.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서는 지난 19일에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영화산업은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크게 영향을 받은 산업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하였고, 극장을 찾은 총관객 수도 전년 대비 73.7% 낮은 수치입니다. 수치만으로도 급격한 변화를 느낄 수 있지만 그래프를 확인하면 더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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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전년 4.37회에서 3.22회가 감소한 1.15회입니다. 이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Omdia의 집계에 따르면, 팬데믹 충격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는 대략 50~80%가 줄었다고 합니다. 보고서를 확인해보니 영화관을 찾은 횟수가 줄어든 것은 분명 저에게만 해당하는 결과는 아닌 것 같네요.

 

 

 

극장 외 시장은?


 

다수의 타인들과 영화를 보는 것이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극장을 찾는 일을 주저합니다. 그렇다면 극장 외 시장은 어떠할까요? 극장 방문이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니 TV VOD, 인터넷 VOD 등 안전한 각자의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극장 외 시장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자료를 확인하기 전에 저는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극장을 찾는 횟수는 줄어들어도 실질적으로 관람한 영화는 비슷한 수치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상처럼 영화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 소비는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하루 평균 영화 장르 이용량은 104.5분으로 24.4% 증가했습니다. 한편, 2020년 극장 외 시장 매출 규모 또한 전년 대비 11.4%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극장보다는 감소 폭이 작긴 했으나 VOD 시장 매출 규모도 작년에 비해 줄어 극장 흥행과 추이를 같이 했습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에 비해 쉽고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VOD 매출은 왜 감소했을까요?

 

영화산업을 소비자 입장에서만 본 제가 놓친 중요한 수치가 있었습니다. 바로 작년에 실질적으로 개봉한 영화의 개수입니다. 2020년은 영화 개봉 예정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하다가 결국 개봉을 연기하는 사례들이 유독 많은 한 해였습니다.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작년에 극장에서 개봉한 실질 개봉작 개봉 편수는 2019년 199편에서 17.1% 감소한 165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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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을 연기하다가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영화들도 생겨났습니다. <사냥의 시간> <콜> 등은 극장 개봉을 전제로 제작된 상업영화였으나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기존에 한국 영화로 전례가 없던 OTT를 통한 영화 배급은 해외 진출에 용이하고, 영화관을 방문하는 것보다 쉽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으며, 관리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극장 개봉이 아니기 때문에 신작이 개봉했음에도 극장 매출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플랫폼에 영상이 공개되면 부가적인 수익창출이 어려우며, 화면으로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영화관이 갖춘 다양한 시청각 경험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6월부터 여름 한정 기간과 10월 말에 할인권을 배포했습니다. 이 덕분에 극장가에는 잠시 활기가 돌 수 있었습니다. 처음 할인권을 배포하던 6월,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을 미루고 있던 한국 영화들이 극장에서 개봉하면서 6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전월 대비 153.2% 오르며 급증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살아있다>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7월까지도 대작 영화(<반도> <강철비2 : 정상회담>)가 잇달아 개봉하면서 관객 수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6월 증가세를 시작으로 코로나 상황 이후 2020년 월별 관객 수가 가장 많았던 달은 8월이었습니다. 작년 초에 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이후 8월에 처음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쉽게 발걸음을 하지 않던 관객들도 영화관을 찾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작년에 본 영화 5편 중 2편도 6월과 8월 사이였습니다. 관객들이 돌아오면서 영화관은 활기를 조금씩 되찾게 되었고, 집에만 오래 머물던 관객들도 삶의 활력을 잠시나마 찾을 수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생활화'를 필수 전제로 한 외출이었지만요. 8월 한국 영화 관객 수가 전월 대비 57.2% 증가하였지만, 아쉽게도 그 시간은 길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월별 관객수.jpg

 

 

8월 중순에 코로나19 2차 유행이 시작되고 전국 대상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로 격상된 이후, 영화관 할인권 지원 사업은 즉시 중단되었고 좌석 띄어 앉기로 적은 좌석만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9월 끝자락에 5일간의 추석 연휴를 겨냥하여 한국 영화의 개봉 편수는 증가했지만, 관객 수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코로나19 2차 유행이 잦아든 10월 말, 여름에 중단되었던 2차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배포가 재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기간이 이번에는 더 짧았습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3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할인권이 다시 잠정 중단되고, 좌석 띄어 앉기가 적용되었습니다.

 

 

 

다시 찾을 영화관을 기다리며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은 전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생활을 우리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하는 약속이 사람의 '건강(생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개인이 겪은 어려움도 있고, 영화관처럼 사람이 모여야 운영이 될 수 있는 유통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 영화산업도 크게 타격을 입었습니다.

 

작년 한국 영화산업을 정리한 보고서를 읽은 후, '왜 영화를 봐야 하는가' 특히 '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인원이 충족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받아들인 내용은 극장에서 영화를 마음 편하게 보는 날이 찾아와서 관객 수와 관람 횟수가 충분히 존재해야 → 집에서 VOD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관객 수'와 '관람 횟수'가 '연 매출'과 '개봉작의 수'에 영향을 주고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작품들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어쩌면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올해에 더 적어질 경우 영화관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2020년 12월 31일 기준 영업 중인 전국의 극장 수는 전년 대비 39개(7.6%)가 감소했고, 스크린 수 역시 2.1%, 좌석 수도 2.4% 감소했습니다. 2011년 이후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오던 숫자가 처음 감소한 결과입니다. 영화관 수가 극소수로 남는 날이 온다면 모든 영화가 TV나 모바일 기기처럼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닐까요.

 

2020년 쓰라린 경험을 통해 영화산업은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 관객의 필요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관객들의 관람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해외 대작들이 개봉할 수 없고 한국 영화 또한 개봉이 계속해서 연기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또, 영화가 -다수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을 수 있는- 개봉 시기를 찾는 기간이 길어지면, 극장 개봉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통계자료가 보여주는 결과는 대부분 과거에 비해 감소된 모습이지만 영화산업은 분명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획에 없던 방향으로 성장했습니다. 영화관을 건너뛰고 바로 OTT 서비스로 들어온 4개의 선구적인 영화들처럼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작업하고 개봉하는 영화들이 한국 영화의 미래를 더 밝혀줄 수 있길 바랍니다. 하루빨리 마음 편하게 '영화관에서 더욱 빛나는' 영화를 보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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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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