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녕 인사동, 서울, 그리고 당신 - 2021 딜라이트 서울展

글 입력 2021.02.2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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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지하철을 빠져나오자 나를 맞이한 건 개미굴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는 역사였다. 미처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나는 사람들에게 휩쓸리며 그곳을 통과했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낡은 풍경들이 내 앞에 펼쳐졌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낙원상가를 지났다. 이윽고 옛스런 골목길이 나를 반겼다. 조금 더 걷자 이번엔 대로가 나왔다. 나는 이곳을 알고 있다. 카페보단 찻집이, 클래식보단 국악이, 양복보단 한복이, 스테이크보단 코다리찜이 더 어울리는 거리. 인사동이다.

 

약속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어 잠시 걷기로 했다. 이렇게 옛 거리를 걷고 있으니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인사동에 처음 왔던 그때. 당시 나는 겨우 스물하나였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나자고. 그때 재회한 녀석들과 처음 왔던 곳이 바로 인사동이었다. 사내 놈들 셋이서 어쩌다 여기까지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적어도 그때 보았던 풍경만큼은 선명하다. 가을. 은행나무. 노랗던 거리. 영화를 찍던 사람들. 그걸 구경하던 사람들.

 

그 후로 몇 해가 흘렀다. 재회한 친구들과는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은 가을도 아니고, 노란 잎을 떨어뜨리던 은행나무도 앙상한 가지만 무성하다. 영화를 찍던 이들도, 그걸 구경하던 이들도 모두 어디론가 가버렸다. 다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우리가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던 2층의 카페만큼은 아직 거기 있었다. 나는 안도했다. 저거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어떻게 그때를 기억할 수 있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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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은 묘한 동네다. 거리의 풍경은 옛스럽고 파는 것들 역시 요즘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말하는 글로벌 시대에 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고, 가게의 간판은 모두 한글로 되어 있다. 주변에는 경복궁을 비롯해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문화유산들이 즐비하다. 허나 그렇다고 인사동에는 옛 것들만 있진 않다. 조금만 걸으면 현대 시민 사회의 상징인 광장과 현대 문명의 극치인 10차선 도로가 쭉 뻗어있다. 높다란 빌딩들이 나무를 대신해 숲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시간은 주머니 속 이어폰처럼 복잡하게 엉켜 있다. 이곳엔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동네의 시제를 말하기가 감히 어렵다. 이 동네는 그냥 여기 있다. 그냥 애매한 어디쯤에서 멈춰 있다. 그리고 그런 동네에 아주 독특한 시간 감각을 지닌 전시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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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30일까지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는 서울을 테마로 한 실감형 미디어 아트 전시 <2021 딜라이트 서울>을 개최한다. 전시의 구성을 맡은 디자인실버피쉬는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은 기획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디어를 재료로 서울의 변화를 실감형 콘텐츠로 제시한다.

 

이때 '실감형 미디어'는 오감을 자극하여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미디어를 말한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의 기법을 통해 관람객은 단순히 전시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소통하며 그 공간의, 재현된 서울의 일부가 된다.

 

<2021 딜라이트 서울>은 서울의 거리, 전통미, 한국인의 소울 등을 소재로 총 11개의 테마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을 낯설게 재구성한 이곳에서 일상의 새로운 단면들을 발견한다. 또한 테마별로 바코드를 통한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공감각을 자극하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잊지 못할 추억을 아로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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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The Myth

어두운 밤, 물안개를 통과한 우리에게 거대한 신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신전의 벽면에는 기묘한 형상들이 흐르고, 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기둥에는 12명의 수호신들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태초의 공간이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앞서 안내 데스크에서 발급받았던 바코드에는 우리의 탄생에 대한 기록(생년월일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바코드를 기둥에 가져다 대는 순간 당신의 수호신이 등장하여 한해 운수를 점쳐준다. 좋은 말도 있을 수 있고, 나쁜 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당신의 뒤에는 수호신이 있으니까.

 

PS. 전시에 가기 전, 나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을 알아두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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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5 Echo of Soul

흔히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이때 말하는 생각이란 곧 그 사람의 정체성, 또 하나의 혼이다.

 

이곳의 주제는 당신과 한글이다. 벽면에는 수많은 글자들이 냇물처럼 흐르고, 스크린엔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라 있다. 여러분은 한쪽에 비치된 기계를 통해 사진을 찍고 나의 좌우명을 기록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당신의 프로필은 스크린에 전시되고, 당신의 마음을 담은 프로필 속 문구는 또 하나의 물결이 되어 벽면에 흐른다.

 

이제 당신도 이곳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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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8 Authentic Street

어두운 장막을 걷자 리얼 힙합 사운드가 여러분을 맞이한다. 강력한 비트에 홀리듯 이끌려 보면 전광판에 둘러싸인 서울의 거리가 드러난다. 물론 이곳에서도 여러분은 당신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입구에 비치된 기계로 사진을 찍고 마음대로 꾸며보자. 완성된 사진은 거리의 전광판으로 출력된다. 네온사인과 사람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당신은 서울의 일부가 된다.

 

한편 이 거리를 통과하면 이번엔 시티라이트와 카(car)의 헤드 라이트로 가득한 서울의 도로가 나타난다. 하필이면 흐르는 음악도 시티 팝이다. 수많은 표지판 위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만들어낸 당신의 그림자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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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0 The Moments

이전의 전시관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사이즈가 아담하다. 이곳에서는 오늘 체험한 빛과 색을 돌아볼 기회가 주어진다. 곳곳에는 채색이 되지 않은 민화들이 공간을 꾸미고 있다. 관람객은 미리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 앞에서 무채색의 민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꾸밀 수 있다.

 

하얗고 까만 것들만 가득한 도화지 위에서 사진 속의 피사체, 당신만 유일하게 색을 가지고 있다. 당신의 안에는 오늘 하루 경험한 빛과 색들이 어려 있다. 그리고 당신이 머금은 색을 시작으로 이곳은 화사해지기 시작한다. 당신 덕분에, 당신 때문에 이 순간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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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딜라이트 서울>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잡하게 얽힌 시간 속에서 우리는 시대를 오가며 서로 다른 서울의 얼굴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런 혼란한 와중에도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존재가 공간을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이 전시는 기본적으로 인터랙티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요즘 인터랙션이 가미되지 않은 전시가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의 인터랙션은 무척 훌륭하다.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바코드를 통해 전시 공간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전시의 일부가 되어 작품을 완성한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확고하다. 어느 시대이든 간에, '서울'이라는 공간을 채우고 완성하는 핵심은 다름 아닌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있었기에 서울은, 그리고 오늘은 존재할 수 있었다.

 

뭐, 사실 앞서 말한 것들은 모두 잊어버려도 좋다. 왜냐하면 이 전시는 그 자체로도 재밌으니까.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친구랑 와도 좋고 가족끼리 와도 좋다. 연인이랑 오면 더 좋다. 또 하나의 인생 사진을 건질 기회, 여러분의 SNS를 채울 기회, 남에게 자랑할 기회다.

 

그런 이유로 이번 주말엔 밖으로 나와 인사동에 가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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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딜라이트 서울

- 2021 Delight Seoul -

 

 

일자 : 2020.12.18 ~ 2021.06.30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휴관일 없음

 

장소

안녕인사동 B1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18,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

 

주최/기획

㈜디자인실버피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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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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