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바로 신호를 보내세요 : 레터스 투 줄리엣 [영화]

앞으로는 사랑에, 사람에 후회를 남기지 마세요.
글 입력 2021.02.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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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떠난 여행에서 소피의 남자친구는 소피를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일에만 정신이 팔린다. 그런 그와 여행하는 것이 편하지만 않았던 소피는 따로 여행을 제안했다. 그 후 여행지인 이탈리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소피는 발길이 닿는 대로 걷는 도중, 발코니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그것은 바로 벽에 편지를 꽂아놓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전 세계 여자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고민으로 벽은 편지로 빼곡히 장식되어 있었다. 이 편지는 마치 동전에 소원을 담아서 분수대에 던지는 것에 끝나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다. 이 수많은 편지들에 직접 답장을 적어, 편지 내용을 장식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보내주는 분들이 존재했다.

 

소피는 그 자리에서 끝까지 기다려, 편지를 회수해 가는 사람을 몰래 쫓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벽 구석 끝에서 회수되지 못한 편지를 한 통 발견하고 50년이 지난 편지에 답장을 대신 써주게 된다. 그 후 편지의 주인공이었던 클레어의 손자 찰리가 회사로 찾아와 소피에게 다짜고짜 따지기 시작한다. 좋은 의미에서 편지에 답변을 해준 소피였지만, 손자의 무례한 태도에 단단히 화가 났다. 우여곡절 끝에 소피는 손자 찰스와 그의 할머니이자 편지를 쓴 주인공인 클레어와 동행하게 된다. 이 셋은 클레어가 50년 전 마음을 다하지 못한 로렌조를 찾아 이탈리아를 돌아다닌다.

 

초인종을 눌러서 나오는 사람들은 이름만 똑같았을 뿐, 난생처음 보는 로렌조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퇴짜만 맞게 되자 손자는 또 욱해서 소피에게 화를 낸다. 화를 내는 이유는 자신의 할머니 클레어의 실망감이 커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로렌조를 만나기 어렵겠다고 느낀 3명은 와인을 마시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 여정의 마무리를 짓기를 결정한다. 그러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다급하게 차를 세워보라고 말한다.

 

농장에서 과일을 따고 있는 젊은 청년을 보며, 할머니는 저 사람이 로렌조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손자는 황당해했고, 의아해했다. 할머니가 헛것이 보이나 보다 걱정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저 멀리 말을 타고 오는 로렌조가 할머니 옆에 나타난다.

 

할머니는 멀리서 할아버지의 실루엣이 보이자 도망치려고 했다. 그토록 찾고 싶었던 사랑이었지만 늙어진 자신의 모습에 실망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둘의 눈은 마주쳤고 서로를 알아보게 되며 깊은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모든 해피엔딩은 소피가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영영 사라질 뻔한 편지를 발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가능성이지만,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흐름들을 서서히 따라가며, 내가 잊지 못하는 인연에 대한 애정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기분이었다.


 

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어요.

이젠 용기를 내세요.

 

 

쉽게 말할 수도, 쉽게 적을 수도 있는 말이지만, 글쎄. 사랑에 용기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은 단언컨대 아니다. 50년이 흐르고서야 모든 타이밍이 맞아 운명으로 황홀하게 승화된 이 둘에게는 맞는 공식인 건 맞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고 싶은 대로 내뱉을 수도, 내뱉으면 큰일 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진심을 표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의 선택으로, 상대 모르게 기나긴 시간 동안 숨죽였던 깊은 사랑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일을 경험했다. 좋아함의 농도와는 별개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과 전달할 수 없는 사랑은 표현할 수 있는 사랑보다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달리 사랑하는 짝은 나타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생에 설레는 사람은 많이 만날 수 있을지언정, 그 사람의 삶이 궁금하고 감싸주고 싶고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은 상대는 몇 번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그 관계에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꼭 진심이 담긴 최대한의 표현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나 또한 성격 자체가 워낙 쑥스러워 하고 먼저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서 서툴렀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후회로 가득한 미련으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이미 상대방의 피사체가 저 멀리 날라 갔다고 확신하면, 어느새  그 시절 애절했던 내 마음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클레어는 50년이라는 시간 뒤에 첫사랑이었던 사랑을 다시금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을 받았지만, 현실에선 상대에게 표현하는 시기를 놓쳐버리면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된다. 그러니, 지금 바로 내가 진심을 터놓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상대방을 향해 신호를 보내봤으면 좋겠다. 일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간절하게 원하는 상대는,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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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말 잘 쓴다.”

“고마워요.”

“진짜 정말 완전 최고야”

 

글 쓰는 작업을 워낙 좋아해서 그럴까. 나는 내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보다, 나의 글을 보고 피드백을 해주고 너의 글을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진정성 있게 관심사에 귀를 기울여주고, 격려를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기에 특별한 관계에서는 더더욱 끈끈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착각을 하고 있었던 일이 있었다. 가깝게 지내는 관계에서는 누구나 내 일에 대해 궁금해해주고 관심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이다. 그러나 내 경험상 다 그렇지도 않았다. 요새 내가 관심 있는 일들에 상대에게 말을 해도, 오히려 나랑 깊게 친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더 응원해 주고 물어봐 주는 경우가 있었고,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한 사람은 관심 또한 갖지 않았었다. 성향 상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객관적으로 펼쳐보니 우러러 나오는 진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알아간다는 건 굉장히 큰 핑크빛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다. 형식적인 안부만 물어볼 수 있는 관계는 사실 널리고 널렸다. 그러나 깊숙이 내 세계에 문을 노크하며, 펼쳐보려고 하는 상대가 있다면, 그 관계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면 사랑을 칭하는 하트 모양과 크기의 완성도는 찌그러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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