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말 다들 멋지고 개성 있어요. -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글 입력 2021.02.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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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고민이 있을 땐, 책만 한 게 없다고 느낀다. 정말, 진심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내 삶만을 보며 재단해왔던 시야는 도서 속 일곱 명의 이야기를 통해 한층 폭넓어졌고, 개성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타인의 인생 이야기에 목말라 있던 내게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


연극 ‘강 여사의 선택’의 안은영 연출가를 필두로 한, 여섯 배우의 만남과 그들의 인생에는 낙담과 기쁨, 감동과 열정이 묻어있다. 그의 행보를 소개하는 도서의 차례는 여섯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본인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 혹은 간단한 소개이고, 두 번째는 연극 교실에 나오게 된 시작과 계기, 세 번째는 ‘강 여사의 선택’에서 맡았던 그들의 배역 소개와 그들의 노력, 네 번째는 포기하고 싶었거나 힘이 들었던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이어 ‘배우’가 된 느낌과 감정, 연극을 마친 후의 이야기를 다섯, 여섯 번째 이야기로 적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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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이자 바람, 안은영


 

10여 년 전의 큰 교통사고로, 대수술을 두 번이나 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어왔음에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연출을 시작으로 제2의 삶을 새로이 시작하게 되었다.

 

“Change place.” 가만히 있기보단 “나와서” 새로운 내용, 좋은 사람과 좋은 일자리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라(세바시 1288회_안은영 강연 中)고 말한 그는, 자유롭게 다니면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소리 나게 하는 바람이 되어 그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삶을 되살아나게 하고 싶은 삶을 꿈꾸며, 지금도 여전히 해내 가고 있다.(219p)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裏覺) ; 가는 중에 알고, 행하는 중에 깨닫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잊지 않으며,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행하는 가운데 깨닫게 된다.’를 되뇌며 사는 그의 삶에서,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행동력과 의지력을 재고하게 되었다.


 

 

배우 김영희


 

호정이 말했다. “언니, 우리 연극에 치매 노인 필요한데, 올라우?” 순간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르까? 치매 노인이면 멍 때리고 있으면 될라나? 가보까?” (66p) 치매 노인 3. 묻어가면 되겠지 싶었던 단역이었다.


“내 꺼! 내 꺼!” 짧은 대사에 알 수 없는 치유를 받은 그는, 그 말이 이제껏 ‘안 해본 말’이었단 사실에 울컥했다. 남들에 비해 너무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그였기 때문이다.

 

연극 이후, 용돈용으로 발급받은 펭수 체크카드를 집어 들며 ‘내꺼다.’ 속으로 외쳤다는 그의 일화를 보면서, 감동과 함께 진심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잘 쓰신다는 생각에 와-하고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본인을 소개하는 글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글 배치와 내용에 웃음 가득 읽을 수 있었다. 본받고 싶고, 닮고 싶은 분이었다.

 

 


배우 정호정


 

분리수거를 하던 중, 툭-떨어지던 광고지를 보고 연극과 연이 닿았다고 한다. 필연이 아니고서야 가능한 걸까,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간호사 역을 맡게 된 그는, (처음엔)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간호사 의상을 사 입고, 대본을 들고 병원 대기실에 앉아 간호사들을 관찰했다던 일화를 보며 나는, ‘엉?ㅎㅎ “흥, 마음엔 들진 않지만, 내가 열심히는 해보겠어.”하는 츤데레 같으신 분이네?’하고 웃음이 터졌다.


큰아들이 한마디 툭 던진다. “엄마는 잘 늙어서 좋겠다. 나도 오십 넘으면 엄마처럼 살 수 있을까? 인생 2막에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즐기면서?”(196p) 필자인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아마 우연인지 필연인지가 안내해주겠지. 그때도 욕심나는 도전이 있다면 뛰어드는 거야 뭐, 시간문제니까? 생각을 긍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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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현정


 

연극을 하면서 캐릭터의 의상과 소품을 결정하는 즐거움에 빠졌다. 배역을 상상하며 핑크빛 실핀, 흰 셔츠, 손목의 파스, 점의 위치에 따른 성격유형이 있다며 얼굴에 점을 콕 찍는(153p) 그의 세심함과 귀여운 상상력에, 줄곧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전에 한 번,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줬던 내가 생각이 났다.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고, 살필 줄 알아서 그랬기에, 윤 배우 역시 그래서 그랬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의상 스태프로 일하던 그는, 흥미롭던 것이 일이 되니 더 이상 재미있거나 설레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일과 취미의 연장선을 생각하는 요즘, 이런 문장에 이상하게 마음이 시리다. 윤현정 배우에게서 나는, 그와 나의 닮은 점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만 했다.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결정을 유예하고 핑곗거리를 찾았고, 또다시 고질병처럼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에게서 생사를 넘나드는 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만남에서, 그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다. ‘그때 그렇게 죽었어도 여한은 없어.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며 살았거든.’


그 때부터 난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것들을 숙제하듯 해나갔다. 삶의 철칙을 ‘우선 해본다, 아니면 그만이다.’로 세웠다.기회가 오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어색했지만 곧 신기한 변화가 생겼다. 머릿속이 깨끗하게 청소되는 느낌이었다. (229p)

 


부끄럼이 많으면서도 사실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연기하면서 깨달은 그였다. 이제까지 드러내지 못했던 이유를 반문하는 그에게, 그와 조금 닮은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컸기에 생각이 많았던 것이며, 겸손하고 남을 응원하는 마음이 컸기에 나서지 않았던 것일지도 몰라요.”


 

 

배우 마기원, 배우 최정주


 

성우 같은 목소리를 가진 영락없는 여배우의 실루엣을 가진 마기원 배우는, 왕복 몇 시간을 걸려 연극 수업에 참여했다. 연극을 하면서도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배우였다.


쾌활하고,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최정주 배우의 글에는 밝음이 가득 묻어나왔다. 호쾌하고 긍정적이고, 매사에 밝으신 분인 게 눈에 그려져,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를 생각나게 했다. 지금 잠시 멈춰있는 내 친구의 인생도, 이렇게 곧 눈부시게 밝았으면 좋겠다.


 

 

배우 최상옥



 

“잘하고 못하고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내가 그것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47p) “그 아이에게서 얻은 용기로 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241p) “나는 무대에서 무한 자유를 느낀다. 이성을 지키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자유, 초자아를 벗어던질 자유. 그냥 자유를 즐기면 됐다. 그래도 황홀하다.” (209p)

 


그는 알지 못함에 후회보다 몰랐던 그때의 가치에 눈길을 줬다. 그는 헌신적이고, 다 함께 사는 것을 좋아했다. 몰입 안에서 자유를 즐기는 그의 글에서 나는, 의연함과 당당함, 사람을 향한 열정과 바쁨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다.


특히나 아픈 학생을 사랑하고, 시어머니를 보필한 이야기에서의 각별한 헌신과 남다른 실행력을 보며, 눈물이 찔끔 나 감동하고, 가끔 시도에 좌절하고 비관하던 나를 반성했다. 내가 선망하는 삶을 사는 모습임과 동시에 나라면 가능할까, 의구심도 함께 들었다.

 

이 생각은 하나에만 잘 집중하는 내가 멀티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이다. 욕심나지만 내가 날 포기할 정도로 힘들 것을 뻔히 아는 데서 오는 감정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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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하나의 거대한 우주와 같다고 했던가. ‘연극 교실’이라는 한 곳에서 만난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하나의 ‘모임’이 가진 인연과 우주들의 만남이 가히 놀랍고도 고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의 인연은 우연일까? 어쩌면 되려 필연에 가까울 수도 있지 않을까. 부록에서 김영희 배우가 정호정 배우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흥얼거렸던 방탄소년단의 ‘DNA’ 가사처럼 말이다. (이제껏 노래를 듣고도 이해하지 못했던 가사의 감정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느낀다. 참 신기하다)

 

다양한 이야기와 1인 1개성에,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책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였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고, 참 다들 온리 원(Only one) 인생이다. 나도 그렇겠지, 라는 생각에 요즘 아무튼 별로였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조금보단 더 많이.

 

한두 번도 아닌데, 아마추어처럼 왜 묻니 지유야, ‘인생은 어디로?’ ‘네 발길 닿는 대로, 이끄는 대로, 열리는 대로.’ 뭐든 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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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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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Baram 비투에스
    • 지유님, 우리 배우님들을 울리셨습니다..
      저자 한사람한사람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풀어내신
      님의 리뷰가
      우리의 심장을 어루만지고 토닥토닥 감싸주네요
      우리 책의 부족함은 제가 잘 알죠..
      세상에 내보내고서 부끄럽기도 하고 자책도 하고...
      그러는 중에 만난 님의 리뷰는 참 큰 위로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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