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진 작품들, 잃어버린 이야기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잃어버린 작품들을 모아 놓으면 공백의 미술사를 이룬다.”
글 입력 2021.01.05 04: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잃어버린 작품들을 모아 놓으면 공백의 미술사를 이룬다.”


책을 관철하는 한 문장이다. 보는 순간 멈칫하게 되는 이 문장은 책의 도입부에 등장해서 독자들에게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우리가 잃어버린 거장들의 작품들을 모으면 또 하나의 미술사를 이룰 만큼 거대하다고. 도난과 사고, 재해 등으로 사라진 미술품이 가진 이야기는 우리가 더는 볼 수 없는 곳에서 공백의 미술사를 이루었다고.


책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혹은 얼핏 들어보았던 하지만 쉽게 잊어버린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쉴 틈 없이 나왔다가 사라진다. 미술사라는 무대에서 배역을 잃어버린 것처럼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이름들을 보며, 미술사의 공백 속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현재 미술사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것들이 실은 그보다 중요하게 다뤄졌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공백의 미술사는 이편에서 서술되는 미술사의 빈틈을 채워주는 저편의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저자는 확신에 가까운 어조로 말했던 것이다.

 

 

131.jpg

 

 

그러다 문득 잃어버린 작품들에 대한 상실감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가진 물건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래된 미술품이 여러 이유로 사라지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왜 이렇게 안타까워하고 있는지 의아했다. 하물며 소유하지도 않았던 오래전에 잃어버린 이야기를 읽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걸작을 알게 되었을 때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넘겨버리지 않는 것은 예술에 대한 사랑, 즉 예술이 가진 경제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나 문화적 중요성 혹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을 통해 그것을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마음이 우리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거장의 그림이라고 알려졌던 작품들이, 그러니까 가치가 높다고 판명되는 것들이 사라져 미술사의 일부를 잃어버린 안타까움일까. 아니면 현재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일까. 학문적 열의와 세속적인 욕망이 뒤엉켜 있었다. 그 무엇도 확신하지 못한 채 상실감을 느끼며 책을 읽었고 마지막 즈음이 돼서야 저자는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으로 위와 같이 말했다.

 

예술이 가진 문화적 중요성이나 경제적 가치 더 나아가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으로 빚어진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설명했다. 이는 예술이 인간의 삶에 등장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기에 잃어버린 작품을 안타까워하며 기억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잃어버린 걸작들에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다시 반복되지 않게 고쳐나가며 보호하고 보존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애처로웠다.


막을 수 없는 재난에 놓인 작품들을 읽을 때면 그저 기억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사랑이 한순간 지독한 열망으로 변하여 미술품을 훔치고 의도적으로 파괴했을 때는 예술을 사랑하는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에 분노했다. 그런데도 도난당한 미술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낙관적인 자세는 희망적이면서도 가엾었다. 이 정도면 미술품에 애증을 가진 것은 아닌가 싶다.

 

 

입체.jpg

 

   

노아 차니Noah Charney
 
영국 코톨드 인스티튜트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미술사 석사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술사와 미술 범죄를 픽션과 논픽션으로 다루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비영리 연구조직 ARCA(미술품범죄조사협회)를 설립했다.
 
미술 범죄에 대한 그의 연구는 <뉴욕 타임스>,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엘파이스>, <보그>, <배니티 페어>, <엘르>, <태틀러>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BBC, ITV, NPR, CNBC, MSNBC 등의 라디오와 TV 방송에 출연하여 미술사와 미술 범죄를 다루었다. <아트 포럼>, <데일리 비스트>, <가디언> 같은 매체에도 정기적으로 투고하며, 소설 [미술품 도둑(The Art Thief)]을 비롯해 [위작의 기술(The Art of Forgery)], [Art Crime], [Stealing the Mystic Lamb], [The Thefts of the Mona Lisa] 등을 썼다.

 

 

[문지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