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플이 반한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 [영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글 입력 2021.01.0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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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독일에서 태어난 디터 람스는 유년 시절에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자랐다. 어린 시절 목공인 할아버지와 함께 자란 그는 건축과 목공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17세가 되던 해에 미술과 공예, 사진, 건축을 교육하는 학교인 테크니컬 아트 칼리지에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1955년, 어느날 함께 공부했던 동료가 '브라운'이라는 회사에 구인 광고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것이 브라운과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 당시 브라운은 작은 규모의 가전 회사였다. 디터 람스는 건축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브라운에서 면도기, 계산기, 라디오와 같은 다양한 가전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면서 제품 디자인에 매력을 느꼈고, 점차 산업 디자이너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5년까지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수많은 가구와 가전제품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 수십 년 동안 그가 디자인한 제품들이 다시금 크게 주목받고 있다.

 

 

디터람스는 50년대 초부터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대변동을 겪은 전쟁이 끝난 후였죠. 이때는 커다란 불행의 시기이기도 했고, 반면에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원했고,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이때 특히 기술적인 변화가 두드러지게 일어났습니다.

 

50년대와 60년대에는 새로운 것, 모던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 방식은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외면당했죠. 모두가 색깔, 모양, 반짝임과 독창성을 찾고 있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디자이너들은 이런 것에 싫증이 났고, 더 나은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이 추구해오던 방향에서 한계를 느낀 것이지요. 그리고 나서야 디터 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지금에 와서야 디터람스의 디자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것일까요? 이 시대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사회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 다큐멘터리, 디터 람스 中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는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디자이너로 '디터 람스'를 꼽았다. 실제로 애플의 여러 제품이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그 외에도 미니멀 디자인의 대가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과 후카사와 나오토(Naoto Fukasawa) 등,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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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개봉한, 게리 허스트윗 감독의 다큐멘터리 '디터 람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의 삶을 생생하게 담았다. 1960-90년대에 그가 디자인한 제품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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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 less but better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좋은 디자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은 가능한 한 단순해야 합니다. 생각 없는 소비를 위한 생각 없는 디자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냉철하고 진지한 태도로 합리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미디어에서는 디자인이란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미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만을 만들고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항상 더 나은 것을 만들고자 합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입니다.

 

- 디터 람스(Dieter Rams)

 


흔히 사람들은 디자인이란 그 대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만을 떠올린다. 분명 디자인에는 아름다움과 감성적인 측면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기능적인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제품을 사용할 때 얼마나 편리한지, 그리고 제품의 특성과 디자인이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화려하고 예쁘기만 한 것은 오래가기 어렵다. 언젠가 그 아름다움이 질리기 시작하면 예쁜 쓰레기가 될지도 모른다. 제품의 다양한 속성 중의 하나로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뿐만 아니라, 기능과 역할의 측면도 조화롭게 갖추고 있어야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디터 람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디자인의 미적인 측면과 아울러 기능과 역할의 측면도 강조했다. 단순히 디자인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를 더 편리하게 만들고 유용하게 만드는 것까지 '디자인'으로 보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디터 람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인, 오래 쓸 수 있고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는 현대 시대의 과소비 행태와 환경 파괴를 걱정했다. 불필요한 기능, 불필요한 형태를 최소화해 본질에 집중하고자 했고, 더 나은 제품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것을 꿈꿨다. 디자인에 관하여 훨씬 더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오늘날 어떤 산업 분야도 고쳐 쓰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새로운 걸 사버리는 게 낫다는 현상을 만들어 버렸죠. 우리는 풍요로움 속의 비문화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너무 많이 남아도는 불필요한 것들만으로는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Less, but better는 단순한 디자인 컨셉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적은 것이 어디서든 더 좋을 거예요.

 

- 디터 람스(Dieter R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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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제품을 보면 디터 람스만의 색깔이 선명하게 묻어있다. 디터 람스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디자인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디자인하려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디터 람스의 마음이 디자인에 담겨 있다.

 

제품의 본질에 집중한 미니멀리즘 디자인,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수십년 동안 일관된 그의 태도와 디자인에 드러난 모습이 우리에게 더욱더 감동과 설득력을 더해준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오늘날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정신없이 밀려오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과소비가 만연해있는 분위기 속에서, 지친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그의 디자인은 조용히, 그저 고요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우리가 사용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저는 브라운 로고를 전면에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로고는 뒤에 있었고, 작은 표시로도 충분했어요. 저는 CEO와 계속 싸웠죠. 마지막엔 굴복하긴 했지만요. 심지어 그는 항상 브라운 로고를 더 크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자주 언쟁을 했어요.

 

상상해보세요. 당신이 가진 수많은 제품이 "나는 브라운이다!"라고 소리치는 모습을요. 그건 분명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할 거예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 또는 당신이 방에 들어가서 "나는 누구누구입니다"라고 말할 때, 소리치지 않잖아요. 조용히 말해야 합니다.

 

- 디터 람스(Dieter Rams)

 


로고에 관한 디터 람스의 태도에서도, 그의 디자인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로고를 더 작게,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수없이 CEO와 논쟁을 하면서 물음을 던졌다. 왜 로고를 크게 만들어야 하는가. 제품을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무엇이 더 사용자를 위한 방향인가. 제품 그 자체의 존재 이유와 본질은 무엇인가. 그의 고민은 오로지 사람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하고 있었고, 철저하게 더 나은 것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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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상호 작용하며, 서로 의존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그 일을 하는지 더 철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디자이너로서의 제 작업을 창조하고, 제 디자인 철학의 기본이 되는 10가지 원칙 정리해보았습니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Good design is innovative.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Good design is aesthetic.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5. 좋은 디자인은 과시하며 드러내지 않는다. 

Good design is unobtrusive.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제품을 실제보다 과대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Good design is honest. 

7.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유행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Good design is long-lasting.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10.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Back to simplicity. Back to purity.

 

- 디터 람스(Dieter Rams)

 

 

 

그의 디자인이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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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디자인 전문가도 전공자도 아니라서, 제품 디자인에 관해 깊게 분석하고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디자인에 문외한인 나도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제품들을 보면서, 그의 태도와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많은 배움과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Less, but better는 단순한 디자인 컨셉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라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단순히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미니멀리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겉치레와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더욱더 근본에 집중하는 태도. 어떤 사물과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서, 그 본질을 꿰뚫고자 하는 지혜와 통찰이 느껴진다.

 

다른 제품과의 조화를 생각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디자인을 꿈꿨던 디터 람스의 철학은, 비단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영감과 지혜를 담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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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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