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백마 탄 왕자님은 없다 - Sex and the City [드라마]

글 입력 2020.12.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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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6시즌에 걸쳐 방송되었던 미국 드라마로, 뉴욕에 거주하는 4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들은 3~40대 싱글로 쇼핑, 연애, 결혼, 성생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주인공 캐리는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칼럼의 주제로 삼는다.

 

섹스 앤 더 시티는 싱글 여성의 삶, 연애, 우정을 소재로 삼은 것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심리를 솔직하고 리얼하게 묘사하여 20~30대 여성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끌어냈다. 특히 네 명의 주인공들이 똑같은 여성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성격, 연애관, 커리어 등이 확연히 다르고 개성도 뚜렷해 다양한 여성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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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주인공인 캐리는 신문에 “Sex and the City”라는 칼럼을 쓴다. 많은 남자들을 만나지만 시즌 1, 2에서는 미스터 빅과 시즌 3, 4에서는 에이든과 진지하게 교제한다. 시즌 5, 6에서는 다양한 남자를 만나다가 결국 미스터 빅과 이어진다. 드라마의 후속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미스터 빅과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한 이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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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로맨틱한 사랑을 찾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미스터 빅은 로맨틱한 사랑을 실현해 줄 왕자님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는 이전에 바람을 피워서 이혼했고, 재혼한 사람과도 이혼해 결혼에 대한 환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두 번의 이혼 후에도 여러 여자를 만나고, 캐리와도 진지하게 만나기는 하지만, 캐리가 자신의 삶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빅에게 끌리는 캐리는 빅의 집에 자신의 물건이 하나하나 쌓이는 걸 보고 흐뭇해하고, 집에 하나 있는 칫솔을 자신에게 주었다는 것으로 기뻐한다. 친구의 결혼식에 빅과 함께 가려 하고, 어머니에게 자신을 소개해 주기를 바라는 등 빅이 자신만을 사랑해 주길 바란다.

 

캐리는 서로가 온전히 의지하고 뗄 수 없는 사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빅이 회사 때문에 파리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고백하며 위기를 맞는다. 그녀는 빅이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 분노한다. 그가 파리로 떠나는 것보다, 그가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도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자신이 고려대상도 아니라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한다. 캐리는 자신도 파리로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빅은 자신 때문에 인생을 바꾸지 말라고 말한다. 둘은 결국 헤어진다.


이후 수많은 남자를 만나고, 그녀는 가구를 만드는 에이든과 연애를 시작한다. 빅과 다르게 로맨틱한 에이든이지만 캐리는 오히려 너무 순탄한 연애에 불안감을 느낀다. 결국 빅과 바람을 피우고, 에이든과 헤어지지만 캐리는 뉘우치며 그에게 사과하고 에이든은 모든 것을 용서하며 그녀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캐리는 어떠한 확신을 느끼지 못해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마지막 시즌 마지막 화에서 드디어 빅과 이어진다.


 

“난 사랑을 찾고 있는 사람이야. 진정한 사랑을. 우스꽝스럽고 불편하고 소모적이라도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런 사랑 말이야.”

 

 

 

사만다



사만다는 홍보 회사의 사장으로 파티를 열거나 회사를 홍보해 주는 일을 한다. 직업 특성상 인맥도 굉장히 화려하고, 만나는 애인들도 회사 대표 등의 고위층이 많다. 하지만 그녀가 애인을 가려 사귀는 건 아니다. 자신보다 훨씬 키가 작은 남자, 문지기, 재즈 음악가, 창문 청소부, 소방관 심지어는 고등학생과 라틴계 여성 화가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데이트하고 자유롭게 성생활을 즐긴다. 자신감이 충만하고 자기애가 높은 성격으로 싱글 라이프와 섹스를 즐기는 인물이다.

 

 
“첫 번째 데이트에서 같이 잤다고 여자를 차버리는 남자는 열 번째에 해도 마찬가지야. 누가 상처받기 전에 속궁합이 맞는지 알아보는 게 낫지 않아?”
 


자유분방한 그녀도 한 번은 사랑에 빠지는데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에는 그가 또 바람을 피우지 않을까 의심하며 11층에 위치한 애인의 사무실을 단숨에 계단으로 올라간다. 다행히도 애인은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그는 다시는 바람 피울 일은 없다며 사만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더 사랑한다며 애인을 끊어낸다.


 

“하지만 전에 바람을 피웠으니, 앞으로 또 그럴 거야. 언제 그럴까 걱정하면서 계단을 뛰어다니긴 싫어.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겐 내가 더 소중해”

 


이후 시즌 6에서는 연하남 스미스의 대시를 받는다. 사만다는 그를 그저 섹스 상대로만 생각하며 밀어내지만, 이내 그녀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한다. 사만다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면서 점점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고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해 스미스에게 숨기려 한다. 하지만 스미스는 자신의 머리를 삭발하며 사만다의 옆을 지킨다. 결국 스미스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사만다답지 않게 진지한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몇년 후 영화에서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다시 또 솔로로 돌아간다. 자유롭고 당당한 싱글 라이프가 딱 맞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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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미란다는 하버드 대학교 출신의 변호사다. 냉소적, 회의적이고 차가운 성격으로 여러 남자를 만나긴 하지만 진지한 관계로 나아가려 하지는 않는다. 시즌 1에서는 캐리의 친구 스키퍼를 소개받는데 그는 미란다를 좋아하지만, 미란다는 그를 가볍게만 생각하며 밀어낸다. 이런 면은 사만다와도 비슷하지만 미란다는 사만다와 달리 회피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독립적이다.

 

그녀의 회피적, 독립적인 성향은 바텐더 스티브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더욱 잘 드러난다. 스티브는 미란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미란다는 그의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며 다른 여자들도 제발 만나라고 말한다. 미란다는 스티브와 연인 사이긴 하지만, 그와의 관계를 open relationship으로 생각했고 스티브는 아니었다.

 

이후 미란다는 스티브와 동거를 하게 되는데 그가 자신의 집이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매사 독립적인 미란다는 눈 수술을 받고서도 남자친구 스티브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혼자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스티브는 그녀가 너무 독립적이고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자 서운함을 느끼고, 자주 싸우게 되고, 이별을 거듭한다.

 

미란다는 스티브와 이별 후에 친구로 지내는데 어느 날 그가 고환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위로하다가 성관계를 맺는다. 그때 미란다에게 아이가 생기고 낙태를 고민하지만 그녀는 출산을 결심한다. 이때 놀라웠던 점은 미란다가 비혼모로 아이를 출산하고, 스티브와 같이 아이를 양육하면서도 그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편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미란다의 독립심도 놀라웠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주변 인물들도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혼모라는 개념이 이제서야 성립되기 시작했는데, 2000년대 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벌써 비혼모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란다는 스티브와 아이를 같이 양육하면서 더욱 친밀해지고, 천천히 그와의 사랑을 확인한다. 마지막 시즌에서 그녀와 스티브는 결국 결혼하고 영화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란다는 가장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에서 출산과 결혼을 통해 가정의 따뜻함과 타인에게 의지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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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의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화하지 않는 남자에 관해 토론하던 장면이다. 캐리의 남자친구 버거는 미란다에게 '그가 당신한테 관심 없는 것'이라 말하고, 샬롯은 '그런 게 아니라 바쁜 거'라며, '천천히 관계를 진척시키고 싶은 거'라고 위로한다.

 

미란다는 샬롯의 위로보다 오히려 버거가 말해준 그 사실이 속 시원하다고 말한다. 이후 미란다는 길을 걷다가 남자가 전화하지 않는다며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는 여자들을 지켜본다. 그녀는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전파시키겠다는 목적으로 '그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라고 말하고 떠난다. 냉소주의적이고 위로보다는 문제 해결에 최적화되어있는 미란다의 냉철한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아니요! 듣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네요, 진작 알았다면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낭비하기 않았을 텐데“

 

”그는 당신에게 관심 없으니까 딴 사람 찾아봐요. 안녕“

 



샬롯


 

샬롯은 미술 갤러리의 큐레이터로 셋과 다르게 결혼에 환상이 있는 현모양처 스타일이다. 백마 탄 왕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에 전념하는 것이 꿈이다. 그녀는 좋은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많은 남자를 만나고 섹스도 했지만 정작 결혼 상대였던 트레이와 환상을 지키기 위해 연애 중에 성관계를 맺지 않는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트레이와 결혼하고 나서 그의 발기부전과 자신의 불임으로 고초를 겪는다. 둘은 결국 이혼하고 샬롯은 자신의 이혼 소송을 맡은 유대인 변호사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종교를 버리고 유대교로 개종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샬롯은 다음 결혼에도 자신의 불임이 문제가 될 것 같아 걱정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입양을 권유한다. 샬롯 부부는 중국인 여자아이 릴리를 입양하고 영화에서는 임신에 성공해 아이를 낳아 두 딸의 어머니가 되며 꿈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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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이 섹스 자체를 하지 않는 보수적인 여성은 아니지만,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재밌었다. 그녀도 다른 친구들처럼 정말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 해시딕 민속 예술가와 원나잇까지 한다. 하지만, 샬롯은 민족이나 생활습관이 너무나도 다른 그와는 진지한 데이트를 할 수 없다 생각해 원나잇으로 끝내고 친구들에게도 이 사실을 숨긴다.


샬롯은 제일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사만다와 갈등을 종종 빚기도 한다. 특히 사만다가 자신의 오빠와 하룻밤을 보낸 걸 알았을 때와 사만다가 식사 중에 정액 이야기를 하자 엄청나게 화를 내며 자리를 뛰쳐나간다.

 

샬롯은 '남자들은 자신보다 능력 있는 여자들을 싫어한다'라고 말하는 등 가끔 보면 현재의 여성들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샬롯의 꿈이 여성, 어머니, 한 인간으로서의 꿈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꿈을 응원하고 싶었다.


 

“진지하게 사귈 거면 첫 데이트에서 같이 자면 안 돼. 적어도 데이트 다섯 번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섹스하기 전까지의 데이트 횟수는 나이에 비례하니까”

 

 

 

여자들의 우정



섹스 앤 더 시티는 싱글 여성들의 연애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매번 남자를 갈아치우기에 많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결국 사만다를 제외하고 세 명이 모두 결혼을 하면서 왕자님을 만난 것 같아 보이지만, 남자들은 조연이고 네 여자와 그들의 끈끈한 우정이 주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연애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에게 좋은 조언자가 되어 준다. 오르가즘, 오랄 섹스 등 성과 관련된 고민들도 서슴지 않고 나눈다. 그들은 주체적으로 연애하고, 섹스를 한다.

 

하루는 샬롯이 진정한 남편감을 도저히 찾지 못하겠다며 친구들에게 도대체 '그'는 어디 있는 거냐고 묻는다. 샬롯의 질문에 사만다는 백마 탄 기사는 없다고 말하고, 캐리는 백마 탄 기사는 바로 자신들이라며 주체적으로 행동할 것을 이야기한다.


 

“누구? 백마 탄 기사? 그건 동화 속에만 있어."

 

"백마 탄 기사는 바로 우리들이야.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구해야 해”

 

 

그들은 서로의 애인과 헤어졌을 때 혹은 실패로 인해 절망하고 있을 때 서로의 힘이 되어준다. 영화에서 캐리와 빅의 결혼이 무산되고, 빅은 충격을 받은 캐리에게 해명하려 한다. 그러자 샬롯이 그를 막아서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빅에게서 캐리를 필사적으로 보호한다. 친구들은 우울해하는 캐리를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고 가장 힘들 때를 함께하며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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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끈끈한 우정을 지켜보며 나도 현재의 친구들과 3, 40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캐리는 미란다에게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우리가 늙어서도 친구로 남아있을까? 다들 바빠서 주말도 같이 보내기 힘든 상황이잖아. 40년간이나 우정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해. 이렇게 서로를 위해 시간을 내서 여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소리야. 주위를 둘러봐 결국 인생에서 남는 건 친구밖에 없어”

 


우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학생 때는 같은 곳에서 수업을 들으며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면 생활 환경, 관심사와 커리어가 달라지고, 일상에 치여 시간을 내서 만나기조차 힘들어진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도 캐리와 친구들처럼 매번 주말마다 만나고 파티에 함께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고민이 있고 힘들 때 오롯이 서로의 편이 되어줄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 같은 친구들이 옆에 있어주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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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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