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언어를 바라보는 시각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12.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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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일종의 문화이다.

 

표준어가 아니었음에도 사회에서 상당 기간 생명력을 얻어 새로운 단어로 국어사전에 기재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장면은 짜장면도 표준어가 되었고, ‘덕후’ ‘인싸’ 등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도 국어사전에 새로운 단어로 올라갔다.

 

이렇듯 국립국어원에서도 사회적으로 생명력이 있는 신조어는 새로운 언어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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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다른 생각을 보인다.

 

지난 10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7개의 방송사에 법정 제재를 가하였다. 정체불명 신조어와 저속한 표현, 불필요한 외국어 혼용 표현 등을 남발해 한글파괴에 앞장섰다는 것이 이유이다.

 

방심위가 문제 삼은 표현을 보면, ‘Aㅏ’ ‘RGRG’ ‘짜치니까’ ‘so 당황’ ‘부캐’ ‘덕후’ ‘소장템’ ‘아이 크은랩벋아돈노더ㄹㄹㄹ랩’ 등이다.

 

방심위가 문제 삼은 표현을 보면 비속어, 혐오표현도 아니고 방송 제작 과정에서 미세한 감정표현과 상황묘사를 위한 자막으로 말장난에 가깝다. 이러한 말장난을 법정 제재까지 하며 한글파괴라고 봐야 할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글파괴라기보단 언어파괴로 보아야 한다. 한글은 오히려 문자적 특성을 살려 활용되고 있다. 非一非再라는 단어를 비일비재라고 쓸 수 있고 Wonderful이라는 단어를 원더풀이라고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한글은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이를 한글파괴라고 하며 일종의 언어문화 현상을 문제 삼으며 ‘세종대왕이 울고 계신다’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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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시티 거제’ ‘원더풀 삼척’이라는 지자체의 슬로건을 문제 삼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한글파괴 앞장서는 지자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에선 한글 대체가 가능한 행정용어를 외래어로 쓰거나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해 신조어를 만드는 지자체의 한글파괴가 도를 넘었고,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를 가지고 굳이 의미가 불분명한 외래어를 행정용어로 고집하는 지자체의 관행에 개선이 요구된다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난 좋은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의 관광이 늘어나고,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원더풀, 블루, 시티는 외국인에게는 물론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들로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기에 쉬운 슬로건이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한글은 외래어와 외국어를 알파벳이 아닌 한글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제 역할을 다하였다고 본다.

 

역사 속에서도 선조들이 한자의 문자적 특성을 이용해 글자를 분해하거나 합쳐 가며 질문하는 ‘파자 놀이’가 있다.

 

신조어 문화도 한글과 한국어의 특성을 이용한 긍정적인 현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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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는 시대의 세태를 나타내기도 하고, 집단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생겼다가 사라지는 단어도 많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와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집단 안에서의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물론 혐오, 차별표현, 집단 간의 갈등 소지가 있는 경우 등 제재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이외의 신조어를 꼭 나쁘게 볼 필요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신조어는 한글이 가진 유연성과 역동성 덕분에 미세한 표현이나 자세한 상황묘사 등을 할 수 있고, 그것이 곧 새로운 언어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로 인해 한글이 파괴된다는 주장보다는 신조어를 자연스러운 문화 발달 현상으로 보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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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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