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기 자신이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 그의 춤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이제, 네가 추고 싶은 춤을 춰"
글 입력 2020.11.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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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_메인 포스터.jpg

 

 

조지아. 여행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코카서스 3국 중 한 곳인 이 조지아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조지아는 거대한 산맥과 광활한 풍광을 자랑하는 대자연의 나라로 트래킹으로 유명하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조지아는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을 고수하는 다소 폐쇄적인 나라이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조지아의 국립무용단 댄서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메라비는 아주 어릴 때부터 춤을 춰왔다. 그러나 메라비의 춤은 조지아의 남성무용수가 춰야 하는 강하고 기세 있는 춤과 달리 섬세하고 우아했다.

 

그러던 중 보수적인 무용단 내에서 성추문으로 인한 누군가의 퇴출로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빌리)라는 댄서가 새로 들어온다. 이라클리는 메라비와 달리 힘있고 카리스마 있는 춤을 선보이며 메라비의 경쟁자가 된다.

 

 

 

열등감에서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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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앙상블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둘은 함께 아침 연습을 시작한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라클리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에 휩싸였던 감정은 점차 사랑으로 변해간다. 무용단에서 이를 들키면 당장에 쫓겨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감정은 차마 숨겨지지 않는다. 절로 몸이 가고 온 신경이 그에게 쏠린다.

 

이라클리와 함께 춤을 추는 메라비의 표정과 몸짓에는 오랜 파트너이자 연인인 마리(아나 자바히슈빌리)와 추는 춤에서는 볼 수 없는 생기가 있었다. 웃음이 늘었고 가족들에게 전에 없던 애교를 부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감정이 차고 넘쳐 흘러나오는, 사랑에 빠져 모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라클리와 연락이 끊긴다. 메라비는 그의 빈 자리에 괴로워한다. 연습 땐 괜한 오기에 무리하다 발목을 다친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아파하면서도 연락이 끊겼던 이라클리에게 전화가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고통을 잊는다.

 

그렇게 이라클리에 대한 그리움으로 슬픔에 휩싸여 방황하던 메라비는 자신이 게이임을 들킬 상황까지 처한다. 보수적인 조지아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이 두려웠던 이라클리는 여자친구와 약혼한 뒤 무용단을 떠난다.

 

 

 

이제, 네가 추고 싶은 춤을 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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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비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은 마리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춤을 춰온 파트너가 이 변화를 모를 리가 없었다. 마리는 메라비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끝까지 그의 오디션을 보고 응원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메라비는 같은 무용단 댄서의 모욕을 듣고, 메라비 형은 그의 결혼식에서 동생을 모욕하는 이와 싸움을 벌이고 만신창이가 된다. 다친 얼굴로 메라비와 마주하고 소문이 사실이냐고 묻는 형 앞에서 메라비는 말을 삼킨다. 형은 그런 메라비를 받아들인다. 조지아에서 배척되는 성소수자가 아닌 그의 동생, 메라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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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지지와 응원에 그는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무용단 앙상블을 위한 오디션에 간 메라비는 자신만을 위한 춤을 춘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조지아의 전통 속에서 요구하는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춤 대신 우아하고 섬세한 그만의 춤선을 살린다. 단장은 그만하면 됐다고 말하지만 메라비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춤을 완성한다.

 

영화에서 오디션의 결과는 말해주지 않는다. 메라비의 춤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아마도 보수적인 조지아 무용단에서 메라비의 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지아의 전통 무용에서 요구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가 자기 자신이 되었을 때,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그만의 춤을 춘다. 그리고 실패의 순간에도 굴하지 않고 그의 춤을 완성한 메라비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빛났다.

 

 

 

조지아의 첫 LGBTQ 영화


 

영화의 배경인 조지아 국립무용단만큼이나 보수적인 조지아 사회에서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촬영 과정에서 많은 억압을 받았고 개봉 후에도 각종 단체에서 일어난 시위에 떠들썩했다. 그럼에도 전석 매진으로 성공적으로 상영을 마쳤고 칸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과 초청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메라비 역의 레반 겔바키아니의 캐스팅 일화도 화제였다. 감독 레반 아킨이 그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캐스팅한 것이다. 조지아 현대무용수로 활약하던 그는 연기는 처음인 신인배우였지만 그것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 청춘의 휘몰아치는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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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단순히 메라비의 성장 드라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편견과 금기의 한 중심인 국립무용단 안에서 스스로의 리듬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회의 통념을 깨는 용기를 발견한다. 이것은 조지아 전통 무용의 재평가와 더불어 영화 밖의 조지아 LGBTQ 커뮤니티와 보수적인 조지아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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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조지아 남성 무용수가 되고자 연습하던 메라비의 모습이 스친다. 정해진 이상적인 모델을 따라하고자 했던 그는 어딘가 불안하고 어색했다. 그리고 이라클리로 인한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딛고 자신을 인정한 이후의 메라비는 어딘가 좀 다르다. 그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이나 통념에 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완벽함보다 자기 자신의 완전함을 찾았을 때 그는 누구보다 당당했다.

 

이것은 조지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의 편견에 갇혀 스스로를 잃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지지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조지아의 영화가 이토록 여운이 남는 이유다. 메라비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우리 안에서 영화는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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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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