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의 아트박스] 예술은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알브레히트 뒤러

알브레히트 뒤러
글 입력 2020.11.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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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의 산토끼.jpg

 

 

알브레히트 뒤러의 수채화<산토끼(1502)>이다. 글의 산토끼 작품은 12점이나 있는데 그중 제일 먼저 유명해진 작품이다.

 

필자가 모작해서 그렸지만 실제 작품은 정말 사진 같다고 한다. 뒤러는 무수한 선, 빛과 톤의 변화를 담아 사실적인 그림을 완성했다. 당시 유럽은 이국적 원숭이, 코뿔소, 사자 등을 그리는 화가가 제법 존재했다. 그들은 박제를 보고 그리기도 하지만, 심지어 글이나 이야기를 통해 들은 것을 작품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그림 <산토끼>는 실제 자연에서 직접 관찰한 듯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는 그의 인식을 반영한다. 반짝이는 토끼의 눈망울을 보면 마치 눈에 창이 달린 것 같다. 영혼의 거울이기도 한 것이다. 그림은 주변 배경 없이 오롯이 토끼만을 담았다. 따라서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신의 피조물이고 훌륭한 관찰 및 회화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 작품은 판화로도 제작되었다. 판화는 1400년경 최초의 목판이 나왔고, 주로 신도들에게 팔 성물로 제작되었다. 이후 소재 측면에서 동판화, 석판화, 실크 스크린 등으로 발전한다. 지금은 판화가 홀대받지만 당시에는 훌륭한 대중매체였던 시절이었다.

 

한편 독립적인 시 정부가 있는 뉘른베르크는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와 동유럽 사이 무역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덕에 번성했다. 따라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앞다투어 이 그림을 샀고 벽에 장식하였다. 그의 판화 작품은 대중도 쉽게 그림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조성했다.

 

그의 자연에 관한 호기심은 결국,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 1520년 플랑르 여행 중 고래가 해변으로 떠밀려 왔다는 소식을 듣고 뒤러는 네덜란드 젤란트의 늪지대로 달려간다. 5년 전 코뿔소를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래는 이미 파도를 타고 바다로 돌아간 뒤였다. 대신, 말라리아에 걸렸다. 그는 회복하지 못했고 1528년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자연에 관한 호기심이 천국으로 옮겨간 것이다.

 

 

[박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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