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춘, 사랑 그리고 춤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영화]

너의 앞날을 응원해
글 입력 2020.11.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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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청춘들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이 영화를 통해 조지아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되었다.

 

조지아는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 중 하나로, 유럽 대륙과 아시아 경계에 있는 나라이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 생소한 언어를 사용하지만, 영화 속 그들의 몸짓은 나를 충분히 감화시켰다.

   

조지아 전통 무용이 이 영화의 중심 소재인 이유는 조지아의 모든 아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전통 무용을 배우며 자신들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그렇기에 조지아의 전통 무용은 조지아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 춤을 통해 조지아의 강한 남성성과 꺾이지 않은 단단함을 표현한다.

 

그뿐만 아니라 조지아는 서구적 가치관을 철저히 배제하며 조지아의 전통을 현재에 이르러서도 계속 유지하며 지켜나간다. 오랫동안 타국에 정복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야 나라를 잃지 않는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지아어, 전통 무용, 결혼 문화, 음식 문화 등은 조지아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전통을 중요시하는 조지아에서 LGBT와 새로운 형태의 조지아의 춤을 추는 메라비의 존재는 문화 혁명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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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는 대대로 전통 무용을 하는 집안의 막내아들이다. 조지아 국립무용단 단원의 에이스지만 자신의 춤이 남성성을 표현해야 하는 조지아 전통 무용과 맞지 않아 연습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형 에이스이다.

 

그런 메라비의 앞에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빌리)가 나타나게 된다. 그는 메라비가 표현해내지 못했던 춤의 남성성을 표현해내며 에이스의 자리를 가져가게 되고 메라비는 라이벌 의식을 느낌과 동시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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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극단에 등장할 때부터 귀걸이를 착용하고 고향에 여자친구가 있지만 같은 무용단원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이라클리는 마리(아나 자바히슈빌리)가 말한 것처럼 이상한 사람이다. 그러나 무용밖에 몰랐던 메라비에게 카리스마와 남성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그의 춤은 메라비가 이라클리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라클리와 만나기 전 몸단장을 하고 할머니에게 애교를 부리는 메라비는 이라클리의 말투, 행동, 표정에 따라 시시각각 자신의 기분이 변하게 되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도 상관이 없을 만큼 이라클리에게 푹 빠지게 된다.

 

그러나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메라비의 첫사랑 또한 이뤄지지 않는다. 이라클리가 사라졌을 때 그를 대체했던 귀걸이를 이제는 필요 없다고 돌려주며 메라비의 순수했던 사랑은 이라클리의 배신에 눈물을 흘린다.

 

그렇지만 메라비는 알싸한 첫사랑을 통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이겨내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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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가 추고 싶은 춤을 춰


  

심장 박동처럼 울리는 북소리와 바삐 움직이는 팔과 다리, 그리고 파트너와의 교감을 표현하는 조지아의 전통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북소리에 맞춰 심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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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을 강조하는 전통춤밖에 알지 못했던 메라비는 이라클리를 만나고 나서 새로운 자신을 깨닫게 된다. 마리의 집, 클럽, 길거리 등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는 메라비는 자신만의 춤을 만들어낸다.

 

전통춤과 자신만의 색깔을 섞은 춤을 오디션에서 선보였을 때는 묘한 쾌락을 느꼈다. 청춘의 한 장면 속 성장한 주인공을 보는 것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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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춤을 추는 메라비의 모습은 혁명 그 자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를 뽑자면, 그동안 메라비에게 무수한 남성성과 전통성을 요구했던 선생님이 메라비의 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다.  이는 전통성에 가로막혀있던 기성세대가 새로운 가치관을 통해 성장한 신세대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젊은 세대가 봤을 때는 매우 꽉 막히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전통은 뿌리이다. 뿌리가 없인 나무는 자랄 수 없다. 전통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춤을 만든 메라비의 모습처럼 이 영화는 전통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전통을 발판으로 발전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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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우정, 가족들의 보살핌, 그리고 사랑을 통해 ‘내’가 만들어진다. 사랑에는 정해진 것은 없다. 메라비의 순수한 사랑처럼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메라비의 사랑은 매우 귀엽고 안쓰러웠으며 메라비, 자신을 성장시켰다.

 

이처럼 나만의 춤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양한 상호작용에서 이뤄진다. 그렇기에 메라비의 춤을 보고 환호한 마리처럼 나도 메라비의 춤에 환호를 보낸다. 그가 앞으로 걸어가는 길과 헤쳐가야 할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자신만의 춤을 잃지 않고 나아가길 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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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 And Then We Danced -
  
 
감독 : 레반 아킨
 

출연

레반 겔바키아니

바치 발리시빌리

아나 자바히슈빌리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11월 2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13분
 
 
[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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