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의 무한한 열정에 박수를 - 앙리 마티스 특별전

글 입력 2020.11.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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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미술계 거장들의 드로잉 작품을 디자인으로 차용한 상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명화 케이스나 패브릭 포스터, 고블렛잔, 에코백 등 ‘전시’의 개념이었던 작품들은 어느새 생활 속 ‘디자인’으로 자리 잡아 우리 곁에 함께하고 있다. 특히, 앙리 마티스는 다양한 매체와 분야에 걸쳐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으며, 지금도 아낌없는 찬사를 자아내고 있다.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며 마이아트뮤지엄에서는 2020년 10월 31일부터 2021년 3월 3일까지 앙리 마티스 단독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섬세하고 간결한 드로잉


 

앙리 마티스는 프랑스의 야수파 색채화가로 잘 알려진 만큼 다채로운 색감과 형태의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드로잉 역시 못지않게 뛰어나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인 오달리스크 드로잉에서 그의 드로잉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오달리스크는 터키 궁정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를 의미하는 말로, 18세기 말부터 마티스, 르누아르 등 프랑스 화가들의 주요한 그림 소재로 이용됐다.

 

앙리 마티스 역시 이러한 여성을 그린 누드화를 그렸다. 섬세하게 그려낸 신체의 자세와 표정, 여성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화려한 배경은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섬세한 터치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수많은 작가의 오달리스크 속에서도, 앙리 마티스의 오달리스크는 이국적인 문화를 빌려 낯설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전형적인 서양 화풍에서 동양과 아랍의 이미지를 더해 독보적인 오달리스크를 표현해냈다는 점이 그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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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베스크, 1924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새로운 시도, 컷아웃 기법



두 번째 섹션은 컷아웃 작품과 작품 재즈 시리즈를 주요 주제로 하고 있다. 컷아웃이란 종이를 오려내 만든 작품을 뜻한다. 이젤과 붓, 물감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택한 이유는 그의 몸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1940년대 즈음 노화로 인해 이젤 앞에 앉아 붓을 드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침대나 소파 등 몸을 편안하게 한 상태에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그의 기지로 탄생한 기법이 바로 컷아웃이다.


컷아웃 기법으로 만든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재즈> 시리즈이다. 흔히 재즈를 떠올리면 연주자의 즉흥성, 고정되지 않은 자유로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의 재즈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제목을 보지 않으면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존의 이미지를 비틀어 참신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미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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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실제로 작품 ‘이카루스’는 사람의 초상임에도 실루엣만 보일 뿐 표정이나 디테일한 인체 표현이 없다. 게다가 진한 초록색 물감을 더하다니. 당시 평론가들은 “짐승과도 같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하늘에 대한 인간의 동경, 날개 등을 직선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여 쉽게 잊히지 않을 강렬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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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시리즈의 또 다른 작품 ‘푸른누드’ 역시 새롭다.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흰색 배경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파란 여성의 실루엣. 굉장히 파격적이다.

 

단순한 묘사임에도 어떠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 보이는 게 신기했다. 이 외에도 ‘푸른누드’라는 한 주제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여러 작품이 있다. 각 작품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관람의 재미였다.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다”


몸이 불편해져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앙리 마티스. 그에게 컷아웃은 단순한 대체안이 아니라 예술적 세계를 확장시킨 새로운 기법의 탄생이었다.

 



평면적인 종이에서 입체적인 예술로



전시를 통해 앙리 마티스가 무대의상을 제작하고, 건축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종이’라는 익숙한 도구에서 ‘직물’과 ‘건축’이라는 다양한 분야까지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19년 연출가 디아길레프의 요청으로 발레 초연작 <나이팅게일의 노래>의 무대의상을 제작했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동양의 문화를 잘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그는 동양의 문화를 참고하여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했다고 한다. 거기에 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렬한 색채와 직선적인 디자인을 더하여 특별한 의상을 만들어 내었다.

 

의상이 전시된 곳 한 쪽에 실제 공연 장면을 영상으로 틀어두었다. 동양이라면 없을 법한 특이한 무늬와 장식의 모자가 눈에 띄었다. 영상을 찍을 수 없어 첨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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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관여한 건축물은 로사리오 성당이다. 자크 마리 수녀의 부탁을 받아 4년에 걸쳐 건축 평면 설계, 스테인드글라스와 실내벽화, 사제복 등 성당을 이루는 모든 부분에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가장 눈에 띄는데, 앙리 마티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렬한 색감과 무늬의 디자인이 빛과 어우러져 성당의 분위기를 한층 성스럽게 만든다. 또한, 실내에는 감각적인 드로잉의 장식과 벽화를 배치하여 밋밋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엄숙하지는 않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잘 살려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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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세라노, 마티스 채플, 2015
photo by Andres Serrano © Andres Serrano
 

 

 

앙리 마티스의 문학적 감성


 

앙리 마티스는 문학작품집의 삽화도 담당했다.

 

1940년대는 아라공, 모들레르, 말라르메 등의 프랑스 낭만주의가 유행했던 시기였다. 앞서 언급한 작가들의 시집에 삽화 작업을 하였는데, 최소한의 드로잉으로 시의 내용을 나타냈다. 흰 배경에 깔끔한 선으로 채운 삽화는 내용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아 읽는 독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충분히 열어놓는다.

 

특히, 동양의 서예에도 관심을 뒀던 그는 동양 붓의 느낌을 살리려는 시도도 해보았다고 한다. 삽화가 주제인 네 번째 섹션에서는 그가 관여했던 시집을 몇 권씩 비치해 놓았다. 그중에서도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읽었는데, 바다와 사랑, 여성의 초상이 그려진 삽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 중 머리카락, 1932.jpg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 중 머리카락, 1932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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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베일을 쓴 베두인 여인,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전시를 보고


 

전시를 보고 나오면 바로 아트샵이 있다.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니 한 번쯤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익숙했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몰랐던, 유명한 작품들이 많았다. 21세기 미술,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던 기회였다. 선은 최소한으로, 색은 강렬하게 연출하는 그의 작품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현대의 감성과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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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종교는 작품에 대한 사랑, 창조에 대한 사랑, 진심 어린 신실함에 대한 사랑이다”라는 말을 남긴 앙리 마티스.

 

수많은 삽화와 컷아웃, 드로잉 작품, 의상과 건축물까지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이 저 말을 대변한다. 고령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창작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의 열정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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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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