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녀와 야수 OST 'bonjour!'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 [영화]

글 입력 2020.11.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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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던 아이였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외모의 벨이 저주를 받아 괴물 같은 외모가 되어버린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어린 시절에는 주인공인 벨과 왕자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악역인 갸스통에게 선동되는 마을 사람들을 싫어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이 영화를 보니,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며, 마냥 싫어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영화 초반에 벨과 벨이 살고 있는 마을, 그리고 벨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소개하는 노래 가 나온다. 4분 58초의 짧은 노래 속에는 벨과 갸스통 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엑스트라로 등장하는데, 한 번 이 엑스트라에게 초점을 맞추어 노래를 감상해 보자.



 

 

 

서로에게 관심이 많은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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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

 

 

벨은 이곳을 ‘poor provincial town (가난한 시골 마을)’이라 부르며,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곳이라고 하며 지겹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벨이 마주치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밝으며 활기차다.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은 벨과 달리, 이 시골 마을의 일상에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아침 “bonjour!(안녕!)”이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이 그날그날 할 일을 바쁘게 해나가며 지나치는 이웃에게 살갑게 인사를 날리고 그들의 안부를 묻는다.

 

매일 아침 안부를 묻는 만큼,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 관심을 비추는 바람기 가득한 유부남에게 ‘부인은 잘 계시냐’며 일침을 날리기도 한다.

 

 

Bonjour! Good day! How is your family? 안녕! 좋은 아침!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요?

 

Bonjour! Good day! How is your wife? 안녕! 좋은 아침! 부인은 잘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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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을 궁금해 하며 뒤에서 수근대는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은 특히 벨에게 관심이 많다. 벨은 자신들처럼 매일 아침 서로에 대한 안부로 수다를 떨지도 않고, 항상 판타지 소설만 붙잡고 있으며 외모가 출중하다.

 

하지만 벨이 책에 빠져 사람들과 벽을 두는 바람에 친해질 기회를 잡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며 벨에 대해 궁금해하기만 한다. 나중에는 이렇게 관심만 가지고 적극적으로 벨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지만, 이러한 관심 자체는 공동체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어렸을 적엔 나도 벨처럼 다른 사람들보단 그림 그리는 것과 판타지 책을 읽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을 거는 것이 귀찮았고 때론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가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선 상대방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는 것이 기본이었다.

 

 


현실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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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걷는 벨과 시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

 

 

벨이 책에 코를 박고 걸어가는 동안, 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그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바쁘게 하고 있다.

 

빵집 아저씨는 빵을 굽고, 분수대 옆의 아주머니는 빨랫감을 한가득 들고와 빨래를 하고, 양치기는 양을 몰고, 미용사는 손님의 콧수염을 다듬으며 북적북적한 시장에선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흥정하고 있다.

 

품에는 갓 태어난 것 같은 세쌍둥이를 안고 엄마 주위를 빙빙 돌며 장난을 치는 남매를 데리고 나와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아주머니가 계란을 구매하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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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다섯을 데리고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

 

 

바쁘게 생업을 해나가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판타지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벨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은 본인들도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고 싶지만 먹고 살기 바빠 그러지 못하는 것 아닐까?

 

어릴 적에는 딱히 책임져야 할 것 없이 없었지만 어른이 되면 자신의 생계, 더 나아가 자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할 날이 오게 된다. 더는 마냥 판타지 세계에만 빠져 살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


어렸을 적엔 꿈을 꾸는 벨에게 더욱 감정이입을 하였지만 어른이 된 지금, 오히려 마을 사람들에게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현대인의 다른 점은, 마을 사람들은 어릴 적 본인이 꿈꾸던 환상적인 세계를 잊어버렸지만, 현대인은 그 꿈을 조금이나마 간직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

 

마을 사람들과 달리 현대인은 매주 주말 영화를 보거나 전시를 감상하고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다. 영화 <미녀와 야수> 속에서는 벨을 이해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이 아무 죄도 없는 왕자를 해치러 가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꿈을 품고 있는 현대인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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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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