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몸 안에 울리는 북소리.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영화]

몸에 맡겨지는 동작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
글 입력 2020.11.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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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쓰리! 포! 시작!”

 

 

사본 -티저 포스터.jpg

 

 

조지아 국립 무용단 선생님의 지도 아래 메라비는 오늘도 회색 티셔츠의 뒷면이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젖고 있다. 이 땀은 춤 안에 나라의 혼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연구하는 메라비의 진지한 자세를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표정과 행동에서 여유가 넘쳐흐르는 이라클리가 연습실에 새로 들어온다. 선생님 지시 아래 이라클라는 무용단 앞에서 춤을 선보였고, 그의 모습을 본 메라비는 자신과 춤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고 느끼지만 묘하게 흐르는 긴장감을 갖게 된다.

 

메리비의 춤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느껴지는 감정을 흐르는 느낌대로 선보이는 동작이라면, 이라클리는 모든 걸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몸 안에 힘을 담고 시원시원하게 돌진하는 강한 색을 뿜어낸다.

 

메라비가 이라클리를 신경 쓰던 와중에, 본부에서 남자 무용수 1명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 둘은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 서로를 선의의 경쟁자로 느끼지만, 아침마다 연습 시간을 같이 공유하며 서로의 춤을 감상하며 지켜본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춤 외에 느껴지는 불타는 감정을 서슴없이 표현하기 시작하는 두 남자의 생명력이 시작된다.

 

 

1. DANCE - 미친 듯이 빠져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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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비는 걸음마를 떼고 나서부터 춤의 인생을 걸었다. 춤에만 온전히 시간을 쏟기에도 부족했지만, 기울어 가는 집안에서 한 푼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기에 서빙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그럼에도 그에겐 가난의 출구가 보이지 않아, 집 안에서의 메라비 얼굴은 무표정에 잿빛으로 가려져 있다. 그런 삶에 허름한 연습실 안에서 춤을 추는 시간만큼은 얼굴과 몸짓이 비상되어 그에게 활력을 심어주는 일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우아하고, 부드럽게 선을 타는 메라비에게는 강인함과 단단한 태가 보여야 하는 전통적인 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정식 단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다. 춤을 출 때 오로지 집중할 수 있으려면 표현하고 싶은 몸짓을 어느 누구에게도 제어 받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 오디션을 보러 들어간 메리아는 권위 높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진실성 있게 표현하고 싶은 춤을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 집중한다. 숙덕거리는 심사위원들을 아량곳 하지 않고, 음악이 종료되자 그는 어떤 설명도 없이 뒤돌아 오디션 방을 빠져나간다.

 

그의 등과 잔근육으로 뭉쳐져 있는 어깨는 큰 에너지가 소비되어 어떤 힘이 남아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꼭 완벽하게 해내야 했던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후회도 미련도 남아 보이지 않는 당당한 발걸음이었다.

 

 

2. LOVE- 눈을 뗄 수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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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첫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이라클리는 보수적인 조지아 국립 무용단에 귀걸이를 착용하고 등장하며 범상치 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메라비와 상반된 자유로운 느낌과, 얽매이지 않는 행동이 연결이 되며 이라클리에게 경쟁심과 동경심을 동시에 유발한다.

 

그러나 메라비와 이라클리는 배역을 따기 위한 시기 질투로 물들기보다는, 연습을 함께 즐겨 하기 시작한다. 같이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 둘은 여자 이야기, 흉터 생긴 이야기 등 개인적인 경험을 소비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즉, 스펙트럼이 넓은 이야기들을 서고 주고받으며 둘 만 알 수 있는 아찔한 감정의 물성들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정신적인 교류를 넘어, 남들의 눈을 피해 신체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메라비와 이라클리의 우정과 사랑은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을 때, 변화되는 일상들이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 된다.

 

 

3. YOUTH - 젊음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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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란 예술은 만국이 공통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역동적인 몸짓이다. 걸음마를 뗀 순간부터 거동이 멈춰지는 순간까지 춤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셀 수 없이 많은 감정 중, ‘힘차고’ '강렬한‘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기간은 단기적인 젊음일 뿐이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에 같은 동작을 마주 보며 추는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는 방법을 안 조지아 무용단 학생들은 우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과 용기를 주고 있다. 때로는 복잡한 생각은 실천할 수 있는 모든 기회들을 스스로 버리는 일임을 대사 없이 보여주는 최고의 장면이다.

 

깊은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젊음’에서 빠질 수 없는 디폴트 값이지만, 적당히 그리고 적절히 분배하여 내 젊음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걸 또 한 번 각인시켜준다.

    

모든 젊은이들,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가슴이

뜨겁게 닳아 오르는 것이 멈추지 않는 청춘들.

몸 안에 울리는 북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당신이 추고 싶은 춤을 추세요.”

 

*

 

   Take a chance on Me - ABBA

 

함께 있다면 우린 춤을 추러 갈 수도,

산책을 갈 수도 있어

음악을 듣거나, 대화를 할 수도 있지.

그럼 널 더 잘 알게 되겠군.

내가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잖아.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메인 예고편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 And Then We Danced -
  
 
감독 : 레반 아킨
 

출연

레반 겔바키아니

바치 발리시빌리

아나 자바히슈빌리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11월 2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13분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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