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힘 - 아무튼, 식물 [도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할 때 식물을 찾습니다.
글 입력 2020.11.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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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문장 몇 개가 순식간에 마음을 장악할 때가 있다. 그 문장에 이끌려 완독한 책, ‘아무튼, 식물.’ 저자의 섬세한 생각과 아름다운 문장은 독자에게 따스한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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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이랑 씨는 모던 록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로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이후 식물에 대한 애호를 고백하고 식물과 관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당 기고의 주제인 ‘아무튼 식물’, 그리고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라는 두 권의 저서와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저자가 진심으로 식물에 애정을 가지게 된 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지친 그녀에게 식물은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다. 애써 말을 이어나가지 않아도, 자신을 소개할 필요도 없는. 그러한 안락한 관계는 저자 본연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애정을 쏟은 만큼 정직하게 자라나는 방식은 그녀의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었다. 식물을 통해 그녀는 점차 변할 수 있었다.
 
 
 
식물을 만나면서

 
본래 계절에 무던했던 저자. 식물을 만나면서 봄의 생기와 여름의 햇빛, 가을의 색깔과 겨울의 메마름에 눈을 떴다. 그녀의 하루는 날씨를 확인하며 시작된다. 벌레라면 소스라치게 놀라던 사람이 직접 지렁이를 치운다. 익숙한 새벽의 공기 대신 한낮의 태양을 쬐며 가사를 쓰고, 자줏빛을 내는 식물 성장등을 들여놓는다.
 
정원이 있는 남향의 단독주택은 그녀의 오랜 꿈이 되었다. 물론 식물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저자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이상까지 바꿔놓은 식물. 마음의 해독제이자 내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

 

식물을 돌보며 얻은 마음의 힘. 이는 저자의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독자에게 전해진다. 그녀의 재치 있는 표현에 웃음이 터지고, 인간관계에 대한 예리한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뜻밖의 답을 얻어갈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문장이 있다.
 

 

적당하지 못한 죄로 관계는

쉽게 고장난다.

 

(p.20)

 

 
‘적당하다’는 말만큼 안전하면서도 위험한 표현이 또 있을까. 적당한 양의 물을 주고, 적당한 양의 햇볕을 쬐어야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 물이 조금이라도 부족해지면 금세 잎이 시들어버리고 너무 과하면 뿌리가 썩기 시작한다.
 
식물은 물론 요리할 때 넣는 조미료도, 하물며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함은 필수적이다. 연락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 마음은 어디까지 터놓아야 하는지. 알아서 가늠해야 하는 ‘적당한’ 양과 거리가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은 계속해서 달라진다.

 

(p.59)

 

 
장년층의 전유물로 취급받기 일쑤였던 ‘식물 키우기’가 어느새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식물 테리어’라는 단어도 등장하게 되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어제와 내일 듣는 말이 다르듯 평가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다. 이것에 자신을 맞출 필요는 없다. 내가 나대로 있어도 된다는 위안과 확신을 받는다.

 

쉽게 자라는 것들과

아무리 공을 들여도 자라지 않는 것들이

뒤섞인 매일을 살아간다.

 

(p.60)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시간에 맞춰 물을 주고 영양제를 꽂아도 시드는 식물이 있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다. 대충 훑어본 과목에서 만점을 받기도 하고, 며칠 밤을 새워 공부한 과목에서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 슬퍼하기도 한다.
 
나의 노력과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또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생 자체가 이러한 일들의 연속일지 모른다. 알면서도 모두 붙잡고 싶은 마음은 우리를 도전으로 이끈다. 일생이 도전이라는 말은 이러한 뜻도 포함하지 않을까.
 
 
 
아무튼 시리즈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계속해서 증가한다고 한다. 그만큼 수동적인 TV보다는 저마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요즘, 오히려 각자의 취향 사이에 벽이 세워진 느낌을 받고는 한다. 관심이 없는 상대를 붙잡고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취향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튼 시리즈가 더욱 반갑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애정이 가고 계속하고 싶은 무언가, 아무튼 지속하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시리즈로 발간되고 있다.
 
관심이 없으면 지나칠 만한 사소한 것에도 작가들은 애정을 담아 자신만의 기나긴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인다. 나만의 취향에 파고드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다른 것에도 눈을 돌려보는 것이 어떨까.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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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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