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0년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남긴 것. [영화]

글 입력 2020.11.0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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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초, 물씬 다가온 가을의 향기와 함께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가 코로나19로 2주 미뤄지고, 개최 여부도 불투명했었다.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부국제가 영화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사히 개최되길 바랐다.

 

그리고 지난 10월 21일부터 10월 30일까지 10일간 예전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마음만은 풍성하게 부국제가 진행되었고,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힘든 시국에 열렸던 만큼, 이번 부국제는 문화예술계에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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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진 못하더라도,


 

그동안의 부국제보다는 소소하게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2020년 최초로 국내 '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21일과 24일, 부산에 다녀왔다. 21일 아침에 도착한 영화의 전당은, 이전에 갔던 부국제와 달리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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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에는 철저한 문진, QR인증, 그리고 티켓 소지여부까지 확인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고, 상영관 내부에는 사전에 공지한대로 기존 인원의 25%만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5%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었던 상영관은 굉장히 비어 보일 것이라고 예상되었지만, 거리두기 좌석을 이번 부국제 출품작의 포스터들로 꾸며 놓은 주최 측의 노력 덕분에, '몸은 멀리 있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더 가까이' 느끼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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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영화제 개최와 영화 개봉이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칸 영화제'가 취소되어 관객들에게 선보이지 못했던 많은 작품들이 이번 부산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소중한 시간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 칸 영화제 초청작이자, 이번 부국제에서 사람들에게 최초 공개된 프랑스 퀴어 영화 <썸머85>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또한, 연초 국내에서 많은 기대를 얻었지만 코로나19의 예상치 못한 심각화로 인해 국내 개봉을 하지 못하고 바로 넷플릭스로 넘어가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영화 <사냥의 시간>이 부국제에서 최초로 '극장상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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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꽃인 'GV(Guest Visit event)' 역시 철저한 방역 수칙 아래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었다. 국내 영화의 경우, 배우와 감독들이 직접 관객들을 만났지만, 해외 영화의 경우, 배우와 감독들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화상'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GV는 관객들이 직접 질문을 하는 것 대신에 채팅방에 질문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상영관은 환호 대신 힘찬 박수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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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극장의 소중함.


 

올 초, 영화 <사냥의 시간>은 베를린 영화제 스페셜 갈라에 초청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극장 개봉 없이 OTT 서비스로 직행하며 '영화 생태계 교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꽤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영화 <사냥의 시간>은 돌비 사운드(7.1)에 최적화된 영화로 제작되었고, 감독은 그러한 사운드에서 오는 관객 체험형 영화로 만들기 위해 후반 작업을 길게 했던 만큼,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한다는 소식은 감독들과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쉬워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던 나도 <사냥의 시간>을 극장에서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부국제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에 바로 예매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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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넷플릭스로 두 번 봤기에 영화 내용 자체엔 별 새로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채로 의자에 앉았지만, 영화의 프롤로그 장면이 지나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사냥의 시간> 타이틀이 뜨는 순간,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그동안 후진 노트북 화면과 스피커로 봤던 <사냥의 시간>은 <사냥의 시간>이 아니었구나...'. 기대와 동시에 허탈함이 느껴지는 묘한 기분도 잠시, 134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는 손에 땀이 차도록 잔뜩 기장하면서 영화를 보느라 정신을 완전히 뺏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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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 역시 국내 극장 상영을 이대로 끝내는 것은 아쉽다고 전하며, 또 극장 상영의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냥의 시간을 보고 난 뒤, 코로나19의 여파로 아무리 OTT 서비스가 확장되고, 홈 시어터 문화가 확산되었다고 하더라도, 극장을 완전하게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극장이 많이 어려운 상태이고, 여러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극장의 축소를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장만이 줄 수 있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큰 화면과 풍성한 사운드'는 대체될 수 없다.

 

OTT 서비스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나 현재 CGV의 극장 값 인상 소식은 더더욱 OTT 서비스만의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특징을 더욱 부각시키곤 한다.

 

하지만, '돌비 사운드', 'IMAX와 같은 큰 화면', 'ScreenX와 같은 삼면을 둘러싸는 화면', '3D, 4D 영화' 등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러 시스템들을 극장이 꾸준히 발전시킨다면, <사냥의 시간>처럼 극장에서 그 영화를 200% 향유할 수 있는 영화들을 위해 극장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극장만의 발전은 OTT 서비스와 또 공존하며 영화계를 더욱 다채롭게 할 것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극장만이 우리에게 선사해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극장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앞으로 극장이 어떻게 나아가야할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였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내며...


 

올해로 24년 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5년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레드 카펫도, 개막식도, 폐막식도 없었다. 작년에 부국제를 찾았던 사람들은 18만 명이었지만, 올해는 1만 8천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향한 열정과 애정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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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코로나19로 잠재워야만 했던 영화와 극장을 향한 갈증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보니, 온라인 프로그램이 해낼 수 있는 기능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영화를 사랑해 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한다.

 

GV에서 관객들과 마주한 감독, 제작자, 배우들도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는 일이 이렇게 소중한 일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며, 올해 관객들과 영화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유독 없었던 만큼, 이번 부국제에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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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 있는 동안,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는 것도 불편했고, 규모 축소에 따라 상영 회차가 단 한 번으로 제한되어 많은 영화들을 볼 수 없었다는 것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응원하기 위해 나섰던 21일과 24일은 꿈처럼, 매우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가 완전히 이전처럼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1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이런 삶이 오히려 문화예술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멈추지 않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 걸음 나아갔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계의 모든 '축제'에 희망의 이정표가 되었을 것이다. 모든 문화예술인들에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 영화 스틸컷과 기사 캡처본을 제외한 모든 사진들은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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