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팀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보는 어른들의 할로윈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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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에도 한국에는 외국의 명절인 할로윈이 발자취를 남기고 갔다. 특이한 것은, 서양의 할로윈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할로윈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즐긴다는 것이다. 매년 할로윈 즈음이 되면 이태원, 홍대 거리에 다양한 분장을 한 어른들이 모여든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할로윈은 사탕을 받을 수 있는 즐거운 날이다. 평소에는 어른들이 이가 썩는다고 군것질거리를 사 주지 않으니 할로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특히 자국의 명절이 아님에도 매년 할로윈마다 분장을 하고 문구점에서 할로윈 인테리어 상품을 사는 한국의 어른들은 할로윈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일까?
팀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 포스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태원에 나가지 못하는 대신 각자 집에서 할로윈 분위기를 즐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필자도 집에서 할로윈 케이크와 함께 팀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감상하였다.
팀버튼은 그만의 독특한 감성을 토대로, 어른들을 위한 어린이 영화를 만들다는 평을 받는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동심이 살아 있는 그의 작품에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된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와 할로윈 마을은 기괴한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간다.
캐릭터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잭 스켈레톤’과 ‘샐리’는 각각 해골과 프랑켄슈타인 같은 모습이지만 그것이 무섭게 느껴지기보다는 귀여운 매력 포인트로 느껴진다. 특히 잭은 단순한 외형 때문인지 액세서리나 장식품에 디자인 요소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주인공 잭 스켈레톤은 할로윈 마을의 최고 유명인사로, 뛰어난 리더쉽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매년 돌아오는 할로윈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어 호박 제왕(Pumpkin Kin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받는 그의 캐릭터는 로맨스 드라마의 잘생기고 돈 많고 성격 좋은 완벽한 남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후반부 즈음엔 해골뼈다귀일 뿐인 얼굴이 잘생겨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가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무섭고, 무섭고, 무섭기만 한 할로윈 축제에 회의를느낀 그는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시도는 처참히 실패한다.
그로 인해 잭은 좌절하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크리스마스 마을을 탓하지만 새로운 교훈을 얻고 스스로 좌절을 딛고 일어나 성장한다. 팔다리는 마치 거미처럼 얇고 길쭉하고, 얼굴은 말 그대로 해골바가지인 그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기괴한 외모를 가졌음에도 인간적으로 익숙한 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여주인공 샐리
여주인공 샐리는 잭과는 달리 내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만들어낸 박사의 연구실에만 갇혀 있는 것이 싫어 항상 탈출하여 밖으로 나가지만 그저 조용히 바깥세상을 즐길 뿐, 다른 사람들과는 말 한 번 섞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극적인 인물인 것은 아니다. 박사에게 잡혀 연구실에 갇혀도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하고 잭이 잘못된 계획을 세울 땐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도 제시한다. 악당에게 잡힌 등장인물을 혼자서 구하러 가기도 한다.
뒤에서 보면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보면 바느질로 얼기설기 엮인 프랑켄슈타인 외모를 가진 샐리는 이 영화에서 로맨스와 현명한 조언자 역할을 담당한다. 괴물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흔한 로맨스 영화에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샐리와 잭의 사이를 응원하게 된다.
할로윈 마을
제작진의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진 할로윈 마을은 수평이 맞지 않고, 구불구불하다. 하지만 오히려 엉망으로 지은 것 같은 그 불안정함이 마치 어린아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처럼 보여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샐리가 잭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장소이기도 하며 마지막에 잭과 샐리가 연인이 되는 장소인 공동묘지는 ‘공동묘지’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른이 되면 더는 어린아이와 같이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된다.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약간은 기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단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외모를 가꿔야 하고 똑같은 크기로 나란히 세워진 책상 앞에 앉아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잭과 샐리가 그랬듯, 우리는 마음 한구석 어디에선가 이 딱딱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쁘지도 않고 깔끔하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우리 마음속 인간적인 면을 자극하는 그로테스크함을 즐기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10월 31일 단 하루, 어른들은 그러한 일탈에 취해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장을 하며 할로윈을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지호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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