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하이든스러움을 찾아서: 허원숙 하이든 프로젝트II Haydn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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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연말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아침에 집을 나서면 겨울냄새가 코끝에 감돌면서 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예정되었던 수많은 음악회들이 무산되었던 상반기를 생각하면, 하반기에나마 공연들이 진행이 되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취소될 수밖에 없었던 여러 공연들이 아쉽게도 마음속에 떠오른다. 올 연말에는 더 이상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2020년을 따뜻하고 풍성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음악회를 찾아, 나만의 송년음악회로 정해서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렇게 결심하고 공연을 찾아보다보니, 신선하게 와닿는 공연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바로 피아니스트 허원숙의 리사이틀이었다. 하이든 작품으로만 구성한 피아노 리사이틀이라니. 리사이틀인데 하이든 소나타를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던 공연에 갔던 적이 있던가? 기억에 남아있는 공연이 없다. 그것도 하이든 소나타만으로 구성된 리사이틀이라니, 이건 절대로 흔하지 않은 기회인 것이다. 특히나 하이든의 소나타라면, 전공자 수준까지 가지 않더라도 피아노를 배운 기간이 좀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거쳐가는 작품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특별하다.
피아노를 쳐본 경험이 있는 누구에게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하이든. 바로크와 고전을 잇는 동시에 다작하여 수많은 귀한 작품들을 후세에 남긴 하이든이, 어릴 적 나에게는 너무나 지루한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는 걸 이제서야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항상 꼭 쳐야하는 하이든의 소나타는 치고 싶어지는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보다는 딱딱함만 느껴지곤 했기 때문이다. 빨리 쇼팽을 치기만을 바라며 대충 연습하는 흉내만 냈던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참 철없이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중요한지 그 때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이번 피아니스트 허원숙의 하이든 프로젝트II 리사이틀을 다녀오면, 그 때의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하이든의 그 깊이있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PROGRAM
하이든(J.Haydn)
Piano Sonata No. 20 in B-Flat Major, Hob.XVI:18
Piano Sonata No. 33 in C Minor, Hob.XVI:20
Piano Sonata No. 29 in E-Flat Major, Hob.XVI:45
Piano Sonata No. 32 in G Minor, Hob.XVI:44
Piano Sonata No. 19 in E Minor, Hob.XVI:47bis
Piano Sonata No. 34 in D Major, Hob.XVI:33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이번 무대의 첫 곡으로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Hob.XVI:18을 선곡했다. 이 곡은 아주 짤막한 소나타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소나타는, 그런데 들리는 것과 달리 생각 이상으로 강렬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하이든이 1766년에 작곡 방식을 바꾸기 시작한 뒤인 1767년에 바로 작곡된, 도전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초기에 사용했던 방식인 갈랑 양식(Galant Style)에서 벗어나 보다 실험적인 주제들을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소나타 20번 Hob.XVI:18이 이에 해당한다. 소나타지만 2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1악장에서는 많은 장식음들과 끊임없이 변하는 리듬을 느낄 수 있다. 2악장은 보다 대위법적인 요소들이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점차 하이든이 추구해가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뒤잇는 두 번째 작품인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33번 Hob.XVI:20은 드디어 소나타라는 이름에 걸맞게 3악장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하이든 스스로가 소나타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작품이기도 하다. 엄밀히 구분하자면 그 이전에 지어졌던 건반악기 작품들을 하이든 스스로는 디베르티멘토 또는 파르티타라고 명명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작곡가의 열정이 집약된 만큼, 하이든의 초기 건반작품들 중에서도 치기 어려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역동성과 드라마틱한 에너지가 듣기만 해도 강렬하게 전해질 것이다. 특히 제시부와 재현부에서 하이든이 준 카덴차라고 할 만큼의 대목을 넣어두었기 때문에 피아니스트 허원숙의 연주가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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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선곡된 작품은 각각 Hob.XVI:45, Hob.XVI:44, Hob.XVI:47이다. 연속한 세 작품의 선곡을 통해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하이든 스타일이 어떻게 구현되어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Hob.XVI:45는 3악장으로, Hob.XVI:44는 2악장 그리고 Hob.XVI:47은 다시금 3악장으로 작곡했다. 절제된 선율, 균형미 있는 구성 그러나 동시에 선명한 선율이 느껴지는 이 작품들은 하이든이 추구하는 소나타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도록 하는 대목이 될 것이다. 다소 신기한 점이 있다면, 피아니스트 허원숙이 작곡된 순서대로가 아니라 약간 비틀어서 호보켄 번호 45를 먼저 친 뒤에 44를 쳤다가 47을 친다는 점이다. 공연일 전까지 작품을 꾸준히 들으며, 연주자의 의도가 무엇일지를 천천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마지막 곡으로 선곡된 작품은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34번 Hob.XVI:33이다. 이 작품을 통해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하이든다움에 더해진 질풍노도의 시대사조를 반영했다고 표현하였다. 이는 하프시코드에서 포르테피아노로 대체되어가던 건반악기의 세태에 맞게 하이든이 하프시코드 또는 포르테피아노 둘 중 어느 악기로든 연주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든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Hob.XVI:33 속에 녹아있는 수많은 아르페지오와 트릴, 그외의 꾸밈음들이 새롭게 와닿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 악장의 미뉴에트는 명료한 선율 속에서 느껴지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어 이번 리사이틀의 대미를 아주 우아하게 장식할 것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연주자이자 교수다. 호서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그는 교편을 잡아 후학들을 꾸준히 양성해왔다. 그러나 서울대 기악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한 재원이었던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발세시아 국제 콩쿠르 1위를 비롯하여 비오티 국제 콩쿠르, 포촐리 국제 피아노 콩쿠르, 마르살라 국제 콩쿠르 등에 입상한 경력들 또한 화려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서울국제음악제, 아시아 작곡연맹 국제 음악제, ARKO 한국 창작 음악제 등의 국내의 여러 음악제들을 비롯하여 프랑스 카잘스 페스티벌, 폴란드 에마나체 음악 페스티벌,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국제 음악 페스티벌, 북경 국제 여성 음악가 대회 초청 연주 등 해외 유수의 음악제들로부터 초청받은 바 있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허원숙을 객석과 가장 가깝게 연결짓는 것은 바로 그가 활발한 연주활동과 더불어 KBS 클래식FM에서 활동했던 점일 것이다. 밤 10시부터 자정까지의 시간을 음악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3년간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 코너를 구성하고 진행하였다. 또한 <가정음악>의 음악작가로도 활동하면서 클래식 음악계의 이야기꾼으로 정평이 난 바 있다. 꼼꼼하고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클래식을 사랑하는 청취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그를, 이제는 다시금 무대에서 하이든의 작품으로 만나게 된다.
2015년 뮤직프렌즈 4월호의 인터뷰에서,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연습이 자신의 주업이고 연주는 부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고지에 다다른 성숙한 연주자이지만, 부던히 노력하고 발전을 도모해나가는 그는 자신의 후학들뿐만이 아니라 음악을 찾아 듣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표본이다. 암 투병과 손 부상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또 다시 끊임없는 발전을 좇아 무대를 꾸미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오로지 하이든의 음악만으로 말할, 피아니스트 허원숙의 이번 메세지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0년 12월 1일 (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허원숙 하이든 프로젝트II 'Haydn Style'
R석 40,000원 S석 20,000원
약 96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주식회사 오푸스
[석미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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