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 40편의 글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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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좋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생각을 글로 표현해내는 게 즐겁다. 더 재미있는 표현, 더 새로운 표현, 더 기가 막힌 표현이 떠오를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어렸을 때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당연히 국어. 9살 땐 토끼 가족이 도심을 떠나 초원으로 돌아가는 내용의 짧은 이야기를 썼고, 중학생 땐 친구들과 함께 소설을 연재하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들의 칭찬과 백일장 상장이 쌓여가자, 누군가 특기를 물어보면 ‘글쓰기’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글을 써야겠다고 느낀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사고와 표현’이라는 글쓰기 수업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야 했고, 나는 뮤지컬에 대한 글을 썼다. 교수님은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서 피드백을 해주셨고, 내 차례가 왔다.
교수님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업 스타일과 유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학생들의 미움을 사던 분이셨고, 나 역시 교수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지적을 받을까 잔뜩 겁을 먹은 채 강의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수님은 예상과 달리 칭찬을 해주셨다. 잘 읽히는 글이라고, 내가 쓴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고. 꾸준히 글을 써보라고 하시며 심지어 등단 이야기까지 꺼내셨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과한 칭찬을 해주셔서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그냥 격려 차원에서 큰 뜻 없이 해주신 칭찬일 수 있고, 다른 학생들한테도 그렇게 말씀하셨을 수 있는데 그 칭찬이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물론 정말 등단해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고, 내가 그 정도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글에 대한 인정을 받을 때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으로 보아, 내가 정말 글을 좋아하고 잘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담아 쓴 글을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는 것을 보니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행복이 밀려왔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그 교수님의 칭찬을 듣고, ‘글을 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1년 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합격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아트인사이트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꿈을 이뤄준 곳이자, 글쓰기와 문화예술에 대한 내 진심을 알아준 곳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일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사람들에게 내가 쓴 글을 선보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혼자 블로그에 글을 쓸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고, 글이 잘 안 써질 때엔 답답해서 눈물이 났다. 내 글보다 훨씬 잘 쓴 글을 보며 질투를 느끼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나도, 내 글도 성장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그리고 컬쳐리스트로 활동하며 총 40편의 글을 남겼다. 물론 각 글에 들어간 시간, 노력, 애정의 양은 전부 다르지만 모두 나의 글이고, 내 생각과 마음이 담긴 글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내가 쓴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명은 내 글을 즐겁게 읽었길 바랄 뿐이다.
아마 이 글이 내 학창시절 아트인사이트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나의 대학 생활 중 가장 뜨거운 열정을 쏟았고 가장 꾸준히 해낸 일이 바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참 아쉽고,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글쓰기를 멈추진 않을 것이다. 아직 쓸 이야기가 많고, 내 꿈은 언제나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1년 동안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해준 아트인사이트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채호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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