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

글 입력 2020.10.3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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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관객의 투표로 사건의 범인을 정하는 연극을 본 적이 있었다. 관객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다른 장면이 연출되고 관객의 선택이 연극의 결말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신선했던 기억이 있다. 꽤 예전에 본 연극이지만 나에게는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연극이라고 생각했던 극이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본 연극 '나는 지금 나를 기억한다'는 달랐다. 관객인 나는 연극을 지켜보는 관람자이면서 그 연극에서 발생한 일을 함께 느끼는 관람객이었다. 연극의 세계와 내가 속한 현실 세계의 구분이 사라진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우선 시작은 공연장을 들어가기 전 안내를 해주시던 직원분이었다. 굉장히 밝은 기운이 느껴지는 분이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눠 공연을 들어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공연 시작되기 전에 안내하는 사항 및 핸드폰을 누군가가 분실했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면서 그 직원분 역시 극을 이끄는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극을 보면서도 나는 객석에 앉아 극을 지켜보는 처지였다. 그러나 연극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 실제로 나라는 사람의 현실에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 연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그 상황에 현실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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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면서 캐릭터들의 개성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밝고 싹싹한 직원, 자신들의 감정표현을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하는 대학생, 겉과 속이 다른 교수님과 여배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입은 연출가, 범인인지 아닌지 미심쩍은 오묘한 느낌의 중년 여성.

 

어디서 본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만난 사람인 것 같기도 한 그런 사람들. 너무 현실적이라 연극을 보는 관객의 시선과 연극에 함께 녹아들어 갔을 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진짜인 듯 아닌 듯 진짜 같은 연극. 참으로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질문하게 되었다. 자신의 의심이 확신이라고 생각하며 강력하게 자기주장을 펼치는 대학생의 당돌함이 부럽기도 했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중년 여성의 포스가 멋있어 보였다. 나는 요즈음 나의 성향과 기질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다양한 성향을 가진 캐릭터를 보니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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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극 후 짧은 인터미션을 갖고 연극으로 본 공연을 영화로 보기 시작했다. 같은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표정이 더 잘 보이는 점이 신기했다. 영화에서 여배우의 불안함, 중년여성의 당혹감이 훨씬 더 잘 드러났다. 그래서 영화가 연극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연극은 날것이라는 매력이 있어 같은 감정도 배우가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같은 대사도 같은 배우가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한다는 것이 연극과 영화를 같이 보면서 비교해볼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보는 순간이 지나가면 일회성이 돼버리는 연극, 영원히 남아있는 영화. 그리고 경계가 사라진 현실과 공연. 뚜렷한 경계가 있는 현실과 영상. 늘 연극은 한정적인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한정적인 틀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관객을 통해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다.

 

이렇게 발전하는 공연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공연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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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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