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짐에 대한 이야기 - 결혼 이야기

결혼과 헤어짐, 그 이상의 믿음
글 입력 2020.10.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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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사람과 멀어진다’는 것은 그 글자가 새삼스럽게 글자로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이 무력할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 이유에는 끝이 다할 만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겠지만, 정말 슬픈 것은 대부분의 끝이 난 관계에서도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될 수 밖에 없는 끔찍한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지겹도록 상처를 줬던 찰리와 니콜이지만 서로를 외면한 등 뒤에서 소리 없는 회상을 담담히, 때로는 천둥 치듯 무너지며 받아들였을 순간을 생각하니 마음이 애틋했다.

 

이 영화는 결혼과 헤어짐 그 이상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합쳐지고 결결이 갈라지며, 그 속에서도 여전히 혹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작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

 

찰리와 니콜은 많은 이들에게 동경을 받는 느낌 있는 예술가 커플이다. 연출가와 배우로 일을 하며 만나 극단을 꾸리고 작품을 함께 만들어 공연을 올린다. 찰리를 수장으로 하는 극단은 작품이 잘 풀리며 할리우드에까지 진출을 하게 되지만, 이혼을 앞둔 니콜은 이에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한다.

 

니콜은 파경을 결정한 후 티비 드라마에 배우로서 출연하기 위해 아들 헨리와 함께 LA에서 따로 거처를 마련한다. 뉴욕에 계속 머물게 된 찰리는 아들의 양육 문제로 니콜과 원하지 않던 이혼 소송을 진행하게 되고, 서로의 밑바닥에서 끝을 확인한다.

 

‘헨리만 괜찮다면 니가 병에 걸리고 차에 치여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악에 받쳐 눈물이 고인 채로 니콜에게 감정을 쏟아 붓는 찰리는 이내 아이처럼 주저 앉아 자신의 모습에 경악한다. 이혼 소송으로 새로 마련한 풋내 나는 찰리의 집, 깨져버린 벽, 그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주려 안달이 난 삐걱대는 부부, 그 싸움의 끝에는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 수렁이 있었다.

 

*

 

‘난 그를 본 지 2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 난 평생 그를 사랑할 거다. 이제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니콜이 쓴 글을 읽는 찰리는 같이 모래성을 쌓고, 같이 무너뜨리던 그 수년 간의 과정을 속성으로 다시 한 번 느껴버린 기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니콜은 결혼 생활 중에 헨리와 찰리가 머리가 길면 꽤 괜찮은 솜씨로 직접 머리를 잘라주었다. 이후 서먹한 사이던 중 찰리가 머리 자를 때가 된 걸 보고 니콜은 내가 잘라줄까, 찰리는 그래 뭐. 하고 머리를 내어준다.

 

‘There is trust and then there’s “letting your spouse cut your hair while in the literal middle of a divorce.’

 

말 그대로 '이혼' 중인 이들에게도, 나의 머리를 자르게 나를 내어줄 수 있는 믿음이 있다.

 

우리가 머리를 잘라 온 사실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고, 나는 그냥 머리가 길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해오던 일이 당연하지 않아졌지만, 민망하게도 여전히 익숙한 행동인지라 머리를 내어주게 만든다. 이건 사랑일까, 어떤 걸까?

 

멀어짐에 대한 <결혼 이야기>. 이런 역설을 고유하게 해석함으로서 만들어낸 웰메이드 작품의 감명은 참 오래간다. 끝이지만 끝이 아닌, 우리 모두에 자리 잡은 그 어떠한 관계의 잔상들을 이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이야기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광을 얻은 감독 노아 바움백은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의 작품 <프란시스 하>, <오징어와 고래> 등을 함께 즐긴다면 그의 세계 속에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매력있는 캐릭터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

 

 

[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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