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앉은 당신의 시선은?

2020서울국제음식영화제
글 입력 2020.10.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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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정원은 꿈속과 다를 바 없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작고 조용한 동네 책방은 행복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존재만으로 누군가를 설레게 하는 것들이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나에게 영화제가 그렇게 다가온다. 각양각색의 영화를 한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천국. 상업영화뿐만이 아니라 영화라는 장르의 날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영화제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엔 수많은 영화제가 있다. 전주, 부천, 부산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처럼 거대한 규모에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메이저 영화제뿐만 아니라 전국 8도,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영화제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매년 다양한 영화제가 열성을 다하고 있다. 올해, 2020년만 하더라도 약 90건의 영화제가 국내에서 개최된다.

 

이중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올해 6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음식영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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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서울국제음식영화제 sifff)

 

 

‘음식’이라는 주제인 만큼 다른 영화제와는 분명히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음식은 따뜻한 정을 상징하기도, 개인의 화려함을, 혹은 공동체의 유대감을 상징하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 위로나 안도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재가 음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린 영화를 통해 음식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 모든 순간 우리의 주변에 머물렀으며 함께 공존해왔던 ‘음식’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두 가지 영화를 소개해보려 한다.

 

 

 

1. 오!? 미쉐린 스타 감독: 라스무스 디네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미식 문화가 트렌드를 넘어서 일상이 된 요즘, 유명 쉐프들에게 찾아가는 대중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 영화는 세계 각지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쉐프들을 만나며 그들의 속마음을 담고 있다.

 

미쉐린 스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기억난다.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게 오더를 내리는 쉐프, 'yes chef!'라 답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배열과 행동은 당시 요리에 문외한이었던 나조차도 그들의 열정과 도전에 대한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선지 언젠가부터 미쉐린 쉐프들을 선망하곤 했다. 직업적인 이유나, 내 전공과 유사해서도 아니다. 자기 비판적이고, 목표에 대한 강력한 성취의식에 대한 동경이었다.

 

하지만 공감하기엔 멀게만 느껴진 그들의 일상이었기에 동경과 함께 어떠한 갈증이 느껴졌다. '대체 이들은 왜 요리를 할까?', '미쉐린에선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위해 평가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궁금증을 항상 갖고 있었다.

 

이런 갈증들은 영화 '오!? 미쉐린 스타'를 보면서 해소가 되었다. 세계 각지의 쉐프들과 미식가들, 미쉐린 담당자의 이야기를 통해 음식이 테이블로 오기까지의 긴 서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음식은 예술이다. 한 번 맛보면 사라지는 짧은 순간의 예술이지만, 지속성을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순수하면서도 화려한 예술이다. 영화 속에서 매 순간 지속가능한 예술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쉐프들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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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족하게 해준 요소들이 여럿 더 있다. 먼저 깔끔한 영상미, 음식의 화려한 면모를 담기 위해 과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순수한 예술이라는 그들의 가치관을 대변하듯 그들과 그들의 음식을 담은 영상도 부담스럽지 않게 화려했다.

 

두 번째는 조화였다. 음식을 만들 때도 그렇듯 각 재료의 조화가 정말 중요하다. 영화를 만들 때도 그렇다. 팀원들 간의 적절한 분업이 이루어져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곤 한다. 영화 등장인물들 간의 가치관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오는 쉐프들과 레스토랑, 감초처럼 등장해 기승전결을 잡아준 미식가들과 칼럼니스트,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중심을 담당해 스토리라인을 잡아준 미쉐린 담당자까지, 인물들의 적절한 배치와 진솔한 경험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음식과 그들이 음식에 대하는 진심을 숭고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스무 살이 끝나가는 겨울,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첫 도시였던 바르셀로나에서 나는 인생 첫 번째 미쉐린 레스토랑을 방문했었다. 3스타도 아니었고 관광코스로 유명한 곳도 아니었다. 식당 안에는 대부분 현지인이었고, 종종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열 명 중 한 명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 미쉐린 스타'를 보면서 그 당시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향수가 일어났다. 낭만적이며 설레고, 하루의 감상에 젖게 되었다.

 

음식이라는 예술, 그리고 예술을 담은 영화는 또 다른 완벽한 예술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적어도 나에겐 완벽한 예술이었다.

 



2.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감독: 크리스토퍼 딜론 퀸



나탈리 포트만과 조너던 샤프란 포어가 제작에 참여하고 크리스토퍼 퀸이 메가폰을 잡았다. 포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는 ‘우리가 먹는 우유와 유제품, 고기는 대체 어디서 오는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현대의 기계식 농, 축산업과 우리들의 먹는 방식에 대한 회귀를 위해 노력하는 여러 농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많은 인구를 책임지기 위해서,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와 같은 변명에 숨어 성장해온 오늘날 산업형 농업의 모습을 비판하며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다큐멘터리,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수식어다. 사실 비건주의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 때문에, 그리고 환경오염에 축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알기에, 비건주의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내가 비건주의자가 아닌 이유를 말하자면, 아마 지칠 미래의 내가 부끄러워서다.

98%의 사람들이 육류를 즐긴다면 남은 2%의 사람이 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소수의 사람이 이상적인 가치관을 가졌음을 알지만 차마 다수의 유대감을 놓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내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고, 나는 이 영화의 장르를 공포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장면이 소름 돋았다. 인간의 이면이라고 말하기엔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 많은 부분이 영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루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과연 우리는 사람의 잔혹한 모습을 모르는 것일까, 단지 외면하고 있으면서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장식 사육시설의 모습은 참담했다. 영화의 런닝타임을 관객으로서 마주하기에 힘들 정도로 잔혹한 장면들이 많았다. 영화를 보면서 속이 메스꺼웠다. 참담한 사육시설의 지난 과거와 현주소를 알아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사람들의 무지함 때문에, 그리고 이 장면들을 보면서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영화 속 인물들과 나 때문에.

 

영화에서 가장 의지가 되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축산업계의 만행에 대한 내부고발자. 어떤 분야든 내부고발은 불합리한 처벌을 받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이 기업이나 국가를 이기는 사례는 드물고, 소리소문없이 정리되는 게 내부고발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의지가 되었다. 저렇게 강한 의지로 옳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기에, 아직 부족한 나도 다시 한번 다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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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한 쪽의 입장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축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그 안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옳은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어쩔 수 없는 외면을 하고자 하는 사람. 누군가의 삶을 부정하며 질책할 수는 없었다. 대략적인 정답이 생각나지만 그걸 강요하기엔 늦은 시점인 것 같기에, 하지만 지금도 방법의 방향성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위한 조화를 위해, 특정 동물들이 평등한 세상이 아닌 모든 동물이 평등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곳곳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세상이 이런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직접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어딘가에서 변화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겐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다양한 시선을 느껴보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음식’과 같이 우리의 삶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력을 끼치는 소재를 통해 우리 각자의 가치관을 검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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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알린 '아트나인')

 

 

[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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