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이버 인간 전성시대 [문화 전반]

결국, 가상 인간은 트렌드가 될 것인가?
글 입력 2020.10.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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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인터넷을 탐방하다 보면 가끔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바로 가상 인물들의 소식이나 뉴스다.

 

들려오는 이야기도 다양하다. 한 사이버 인플루언서가 실제 인간인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버추얼 가수가 노래를 냈다, 가상 모델이 광고를 찍었다 등.. 낯설면서도 호기심이 돋는다.

 

그렇게 접한 세 명의 가상 인간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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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미켈라(Lil Miquela)는 유명한 가상 인플루언서이다.

 

명품 브랜드의 협찬을 받고, 패션쇼에 가고, 친구들과 놀고,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모습을 게시하고... 영락없는 인스타그래머의 일상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가상의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어찌나 인간적인지, 전 남자친구와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올려놓고 헤어졌다는 감성 돋는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기도 한다. 물론 인스타그램에 말이다. 노래도 부르고, 곡도 내고, 뮤직비디오도 찍는다.

 

가끔 올리는 동영상에는 수다도 떨고, 춤도 추고, 촬영도 하는 그녀의 모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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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상 뮤지션 레아(Reah Keem)은 자신을 버추얼 휴먼 뮤지션으로 소개한다. 그녀는 최근 데뷔곡을 냈다. 화보도 찍었다. 그러나 아직 목소리를 갖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곡 위에 얹길 바라는 글을 자주 쓴다. 목소리를 만들어주지 않은 개발자를 원망하면서 눈물 셀카를 올리기도 한다.

 

 


 

최근 가장 유명한 가상 모델은 이케아 광고로 유명해진, 임마(Imma)이다.

 

그녀는 광고에서 자신이 가상 인플루언서라는 것을 밝힌다.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하라주쿠의 새집으로 이사와 보내는 자신의 하루를 광고에서 보여준다. 강아지도 키우고, 공상과학 영화도 보고, 팩을 붙인 채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20대의 모습이다.

 

*

 

이런 사이버 인물이 완전히 새로 시작된 현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사이버 가수 아담부터 시작해, 다양한 사이버 인간들이 피고 져왔다. 가상 인간의 여러 소식을 대중들이 조금씩 접하게 되면서 이전보다는 정제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인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나가는 가상 인물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늘어나 주류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어찌보면 우리는 인간이 창조한 가상의 세계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마약, 암시요법, 환각 물질에 끌리는 마음은 자신이 창조한 현실을 더 우대하는 사실로 설명이 가능하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볼 때 연출된 현실에 대한 매력은 마케팅을 통해 결정된 현대인의 욕망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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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물의 모습은 연출의 끝판왕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꾸며짐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인위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최상의 자연스러움’이지만 말이다. 이미 넘쳐나는 인플루언서들의 하루하루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 가상인물들의 하루는 그 사이에서 한 차원 더 높은 가상을 내보이며 사람들의 욕망을 잠시나마 만족시켜줄지도 모른다.


최근 유명해진 교관을 모델로 발탁한 버거 회사가 손해를 입고 그를 회사 이미지와 분리하고 있다고 한다. 한 아이돌의 학교 폭력 이슈로 인해 그가 출연한 예능 회차는 통째로 폐기처분이 되기도 했다. 가상모델에게는 그런 문제가 터질 일이 없다. 이슈라고 한들 연인과의 가십처럼 가벼운 이목을 끌 정도의 문제를 스스로 생산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대중과 광고주의 니즈가 맞아떨어져서 모델과 가수들은 점점 더 사이버로 대체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과 같이 이벤트성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이어질까? 현재에 서서 미래를 내다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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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이버 인간들이 결국 사람의 손에서 태어나 장의 뒤에 있는 진짜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고, 노래한다는 것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는 사이버 모델을 보면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모델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이런 기획은 누가 하는 걸까? 이렇게 말을 하는 사이버인간을 조종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은 어느 정도의 몰입을 하며 이 일을 하는 걸까? 시급은 얼말까?’ 등등의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


어쩌면 소설가가 자신이 만든 등장인물에 몰입하는 것처럼, 개발자가 가상인간을 만들어 내보이고, 돈을 버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소설도 자본으로 점철된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질 때가 있고, 한 명의 재능 있는 창조자가 글이라는 복면을 통해 내놓은 작품인 경우도 있는 것처럼. 가상인물은 철저히 자본에 사용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될 수도, 이미지로 빚어진 페르소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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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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