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멀리 닿는 힘, 아동문학 - 조의 아이들 [도서]

아동문학의 다리에서 만날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글 입력 2020.10.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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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의 가장 주요한 힘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의 넓은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여긴다. 아동문학은 아동의 눈높이에 맞춘, 아동을 위한 문학이면서도 어른에게도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어른은 아동이었던 시절을 거쳐 왔을뿐더러 아동의 천진하고 순수한 시선은 때론 그간 잊고 살던 진리와 가치들을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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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아이들」은 플럼필드 학교의 어린이들과 조, 바에르 교수, 로리 등의 어른이 함께하는 공간에서의 따뜻한 공생을 그림으로써 아동문학의 넓은 독자층의 좋은 사례로 자리하게 된다. 아동과 어른이 삶을 통해 끊임없이 익혀가야 할 소중한 가치와 진리들을 제시하고 나아가 어른에게는 아동의 곁에 좋은 어른으로 함께하는 방법을 일러줌으로써 아동과 어른의 건강한 동행을 강조하는 이 소설은 아동과 어른 모두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아동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깃든 지점들을 소개하고 싶다. 이 소설이 1800년대 후반 쓰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당시 아동이라는 개념은 어른들에게 종속된 무기력한 ‘애들’이었고 따라서 이 소설은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못했던 시대에 쓰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입체적인 어린이 캐릭터들에 깃든 저자의 아동에 대한 애정이 더욱이 와닿았다. 이는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회의 어른들이 아동에게 어떠한 어른이 되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동심 천사주의 문학



‘동심 천사주의’라는 단어에 대한 비판이 오가는 요즘이다. 즉 아동문학은 천사로서의 아동이 지닌 긍정적이고 천진한 시선만을 노래하는 것이 옳다는 관념에 대한 비판이라 볼 수 있겠다. 동심 천사주의는 삶의 부정성과 모순성마저도 따뜻하게 화해시킬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성을 기반으로 한 것일 테다.

 

특히 잦은 전쟁과 가난에 시달렸던 과거의 아동문학은 더욱이 동심 천사주의에 의거한 희망적인 경향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동심 천사주의 경향에 대한 강박이 비판받는 건 현대사회 자체의 복잡성과 다양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테다. 밝고 천진한 천사아동의 관점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경향은 오늘날 아이들의 마음들을 모두 헤아려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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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심 천사주의 경향에 대한 강박 현상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아이들이 지닌 명랑성과 순수성은 세상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여긴다. 「조의 아이들」을 포함한 1800년대 후반 쓰인 올컷의 작품에서도 여타의 과거 아동문학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천진하고 따뜻한 면모를 주로 삼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컷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이 캐릭터는 어른의 시선에 납작하게 갇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에 대한 올컷의 진실한 애정과 어린이가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깃든 캐릭터들의 순수성은 되레 마음에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어려운 마음 곁 아픈 마음



누구에게나 착하고 명랑한 마음만큼이나 못된 마음과 시기하는 마음의 부피도 크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나쁜 마음을 자주 만나는 중인 와중에 ‘동심’이라는 단어에 가려진 아픈 마음의 아이들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오늘날엔 마음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조의 아이들」은 100년이 지난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있을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수업을 빠져도 된다는 예상치 못한 허락에 댄은 오히려 나가겠다는 욕망이 왠지 줄어든 기분이었다. 댄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조는 이해했다. 조는 인간 마음에 자리잡은 자연스러운 괴팍함을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구속하면 할수록 더 초조해진다는 사실을 조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자유롭게 놔두면 자유라는 느낌만으로도 만족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다.

 

 

“아니 잘될 거야. 전에 비하면 나쁜 말을 반도 쓰지 않잖아. 조 이모도 기뻐하시던데. 그런 버릇은 고치기 힘든 거라고 하셨거든.”

“그런 말을 하셨어?” 댄은 조금 기운을 차렸다.

“나쁜 말을 ‘잘못 서랍’에 넣어두고 잠가놓으면 돼. 내가 나쁜 짓을 다루는 방법은 바로 그거야.”

 


이를 잘 보여주는 인물은 ‘댄’이다. 댄은 어릴 적부터 거리의 떠돌이 생활을 하다 플럼필드에 오게 된 인물이다. 그러한 이유로 댄은 과거의 거친 언행과 마음으로부터 쉽게 멀어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또 어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와 바에르 교수 부부를 온전히 믿지 못한다. 방어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일삼으며 사랑받기를 거부하는 댄은 플럼필드 생활 초반 조와 바에르 교수의 마음을 자주 아프게 했다.

 

하지만 플럼필드의 많은 친구들이 댄의 손을 잡았다. 나쁜 짓을 다루는 자신만의 방법을 공유하며 자책하는 댄을 격려하는 데미, 댄이 플럼필드를 떠날 위기에 처할 때에도 댄의 편에 서 외로움을 덜어주려는 넷과 같은 또래 친구들은 진실한 우정을 몸소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음악이었으며 읽기 좋은 책이었고 또 부끄러워지는 거울이기도 했다. 소설 속의 문장처럼 플럼필드의 ‘서로 돕기’는 이곳에서의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읽어주세요'



 

“와, 정말 멋진 생각이에요. 그런데 페이지 씨는 제가 모은 걸 ‘잡동사니’라면서 끔찍해했는데, 괜찮으세요?” 댄은 눈을 반짝이며 몸을 일으키고는 낡은 옷장을 살펴보며 말했다.

“난 그런 잡다한 걸 좋아해. 그런 걸 싫어한다고 해도 네가 쓸 옷장 서랍은 있어야겠지. 난 아이들이 소중하게 간직하는 보물을 존중하거든. 그런 보물들을 하찮게 다루면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플럼필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교육 방법 또한 인상적이다. 조와 바에르 교수 부부는 아이들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존중한다. 어른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의 감정과 취향을 획일시키거나 뭉뚱그리지 않으며, 어른의 시선을 주입하기보다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경험해서 얻는 가치들을 중요시한다. 그렇게 진정성 있는 배움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플럼필드의 아이들은 각자 취향과 성향에 맞게 동물을 키우고 밭을 맡아 기른다. 이는 아이들 개개인의 기호를 존중하는 것이면서도 무언가를 키우고 기르는 과정에서의 가치들을 몸소 깨닫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그에 따른 책임도 아이들 본인의 몫이 되는 것이므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한다.


 

“젊은이에 대한 예상은 늘 틀려. 그러니 뭘 기대해도 별 소용이 없을 거야.”

 


어디로 튈지 모르고 시시각각으로 마음과 취향이 바뀌는 아이들이 품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따뜻한 마음과 노력 또한 플럼필드의 선생님들이 강조하는 가치 중 하나다.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나 읽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에선 머물러 들여다볼 줄 아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할 테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선 어른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는 어른이 아이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될 수 있다. 가끔은 누군가 믿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깨달음과 용기를 얻기도 하기에. 어떠한 설교보다도 마음으로 진심을 느끼게 되는 것만큼의 힘은 없다고 여긴다.

 

 

 

아동문학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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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된 지 100년이 넘은 「작은 아씨들」 시리즈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여긴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의 아이들」은 아동·청소년 문학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해준다.

 

아동·청소년 문학은 어린이를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폭력적으로 정의되기 쉬운 아동·청소년의 감정과 서사 그리고 모든 시간을 뭉뚱그리거나 지우지 않고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중요한 일을 문학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좋은 아동·청소년 문학을 통해 어른과 어린이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교감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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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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