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아씨들의 제 3막, 조의 아이들 [도서]

20살이 넘은 나는 또다시 작은 아씨들의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글 입력 2020.10.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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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모두가 어린 시절에 ‘작은 아씨들’을 읽었던 기억 하나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만큼 ‘작은 아씨들’은 미국에서 바다를 건너 온 유명한 소설이자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느 시골에 살고 있던 네 자매의 이야기는 어딘가 환상적이며 매력적이었고, 살아가는 시대와 상황은 매우 다름에도 네 자매 중 한 명은 꼭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재미있게 읽어나갔던 기억이 있다. 그 인물이 조였는지, 에이미였는지는 오래되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최근에 영화 ‘작은 아씨들(2020)’을 보면서는 예전처럼 최애 캐릭터를 꼽기보다 전체적인 그림이 눈에 더 들어왔다. 이 네 자매가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모습과 이웃을 위하는 성품, 말과 행동, 그에서 풍겨오는 분위기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린 나를 사로잡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끝이 어떻게 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1부쯤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서였는지, 2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은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연출 방식이 세련되고 바뀐 시대에 맞게 각색된 부분이 원작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고 20살이 넘은 나는 또다시 작은 아씨들의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이것이 자그마치 1000페이지가 넘는 이번 책을 기꺼운 마음으로 읽게 된 까닭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작은 아씨들이 아닌 Little Women


 

설레는 마음으로 뒷이야기를 읽어간다는 생각에 책을 펼쳐들었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나보다 더 오래된, 지금은 기자가 된 한 팬이 적어놓은 추천사가 책을 읽는 동안 동반자 혹은 안내자가 되어줄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차분히 읽어보았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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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이 네 권의 대하드라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개 메그가 로리의 가정교사 존 브룩과 결혼하는 결말의 1부가 전부인 줄 안다.

 

작은 아씨들은 오랫동안 가벼운 소녀 소설로 여겨졌다. ‘어리지만 강한 여성들’이라는 뉘앙스의 원제 ‘Little Women’을 ‘아씨들’이라 옮긴 번역부터가 책을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소곳한 아가씨들의 이야기로 여기게 한다. 그렇지만 시리즈를 모두 읽는다면 이 책이 네 권에 걸쳐 꾸준히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본격 페미니즘 문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추천의 글 中


 

작은 아씨들의 원제는 ‘Little Women’이고 이 번역이 작품을 어느 정도 오해하게 했다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페미니즘 문학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나는 ‘작은 아씨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작품을 읽는 동안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강인함을 좇을 수 있었음에 다행이었다.


 

 

플럼필드, 남녀공학이 되다


 

2부의 마지막에 조는 플럼필드라는 학교를 지으며 작품의 전반부는 끝을 맺는다. 의외였던 것은 조가 작가라는 하나의 길만을 오롯이 가려 하지 않고 다른 목표를 세워 교육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기억 속에는 말괄량이이기만 했는데, 베스의 죽음과 에이미의 결혼, 마치 대고모의 죽음 등 여러 사건을 겪으며 훌쩍 성숙해진 조가 학교를 세운다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도 조금 의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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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언젠가 과소평가했을지 모른다고 반성하며 3부를 펼쳤을 때, 조는 이미 충실한 기독교인이자 어머니이자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왜 소년들의 학교를 세우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나의 유추를 조금 덧붙여보자면, 여성이 자유롭게 교육을 받던 시대가 아니었던 것이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19세기 후반의 미국 여성 인권과 교육이 어떠했는지에 관해서는 소설 속에서도 시대성이 드러나있다.

 

여성들은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든지, 교육을 받더라도 진로는 가정주부 혹은 극소수의 직업여성일 뿐이었다. 19세기 후반부에 들어설 즈음의 미국에서는 여성에게 투표권은 거의 주어지지 않았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작품의 마지막 부에 가서는 여성 교육이 얼마나 필요하며 잘 교육받은 여성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와 여성 간의 연대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플럼필드는 소년만을 위한 학교에서 10년 동안 점차 여학생도 함께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여학교를 따로 설립하지 않고 남학생들과 같이 교육받은 공간을 그려낸 것은 아마 결국 세상과 사회는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여성의 투표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이 귀하고 유의미한 장면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기독교적 요소들


 

후속편을 읽으며 또 새롭게 느낀 것은 기독교의 교리와 신념들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었다는 것이다. 플럼필드 아이들을 교육하는 내용과 그들의 성장기가 대부분의 내용이기 때문이었는지 믿음과 기독교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중요시하는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내게 같은 종교가 있었다면 다시금 인생관을 바로잡게 해주었을 법한 말들도 많았다.

 

종교를 떠나서도 이미 숱한 경험들을 한 어른의 말을 가까이서 듣는 기분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중요시하며 살아야 할 것들,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신뢰와 존중을 받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모든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말해주며 다가가는 조와 바에르는 전반부에서의 마치 부부 같기도 했다.


 

 

페미니즘 문학인 이유


 

이 작품이 페미니즘 문학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행복한 가정, 기독교적 신념을 지키며 올바르게 성장하는 아이와 어른들의 따뜻한 이야기이나 여성에 더 중심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아씨들에는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다.

 

꿈을 좇는 야무진 작가 지망생 조, 의사가 되려는 여망을 품고 그 꿈을 이루는 낸은 당대를 생각하면 급진적인 인물이다. 어리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이루고자 진심을 다하는 조시도 마찬가지.

 

이들과 성향은 다르지만, 가정적이고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메그와 그를 꼭 닮은 데이지까지 작가는 다양한 여성상을 작품 안에 그려낸다. 현대의 페미니즘이 보여주는 양상과 여성 인권을 생각하면 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 비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고 초반에는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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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젠가 메그가 말했듯 자신의 꿈이 소중하다고 다른 이의 꿈을 부정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모습의 여성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들과 함께 가며 점차 변화하는 여성 각자의 모습은 서로에게 분명한 자극을 주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신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에서 주류 남성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을 인물들이 많은 이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에서 이미 새로운 여성상에 대한 요구는 드러났고, 사람들이 전통적 가부장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 또한 조금씩 체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이 작품은 페미니즘 문학의 시작을 화려하게 연 것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페미니즘 문학이라는 관점에서만 단편적으로 이 작품이 해석되길 바라지는 않지만.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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