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기술과 공존하기 - ① 노인 인지

연구대상에서부터 제외된 사람들
글 입력 2020.09.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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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세대의 노인 인식>이라는 주제의 연구용 인터뷰에 응답한 적이 있다.

 

나름 소외 이슈에 대해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으나, “알고 있는 노인 복지 정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이라 그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머리 속을 뒤적여보았으나 집에 가는 길에서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의 당면 문제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청년 정책에 대해서는 무난히 답변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답을 하지 못했던 그 자체로도 나에게는 매우 충격이었고, 자동적으로 이유를 고찰해 볼 수밖에 없었다. 훨씬 이전에 사회복지전공인 친구와 이 주제로 두어시간 가량 대화를 했던 적도 있는데 막상 실제적으로 알고 있는 바가 없는 나의 허상이었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없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차라리 모르고 살면 속 편하겠다.”는 말이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이다. 동시에 인지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뉴스보기를 거부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하여 건전한 토론을 이어나가는 근거집단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왜 아는 것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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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dercarealliance

 

 

인간은 스스로가 주체적인 줄 알지만 결국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다.

 

청년 실업은 현재 구조적 실업이라고 평가될 만큼 심각한 지점까지 도달했으며, 최근 10여년간 정책의 중심이 되었고, 이 말은 정치인들이 득표하기 위해 홍보하는 정책 역시 청년 실업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포털의 메인 페이지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은 그런 것들이다. 업무를 할당받거나, 지인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포털 메인의 그것들을 벗어나는 일은 참으로 드물다.


내 말은, 중산층으로써(대한민국에서는 중산층을 재산으로 구분하곤 하는데, 정보자산, 예술자산, 그 이외의 삶의 모든 것들을 포괄하도록 하겠다.) 소외 받는 구석을 찾아내지 못한 내 탓과 다수결 원칙을 따르는 구조 탓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다수결이란 전통적이고 경제적이면서도 머릿수만으로 의견을 채택하는 모종의 절대권력같은 것이다. 현대 사회가 무르익을수록 상대적 평등 정책이 부상하는 이유다. 절대권력을 분배하기 위해서.


사무실 한 구석에 앉은 채로 생산되는 (이 글을 포함한)많은 글들, 댓글, ‘좋아요’라는 호감 표시, 하다못해 조회수까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특정 연령 범주 내에서 이루어진다. 여론과 표밭이 절대적으로 분리될 수 없음이다. 모든 커넥션이 재생산한 여론이 또다시 전국의 매체들을 통해 거름망을 거쳐 전달되기 때문이다.

 

정보 역시 이런 체계와 한정된 수의 공무원들을 통해 고연령층까지 전달된다. (통상적으로 사회복지사의 방문은 많으면 한 달에 한 번, 길면 두어시간 정도 이루어진다. 최근 채용을 급속하게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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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onic

 

 

사회복지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당에 현재 내놓은 빛깔 좋은 노인 정책들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닿을 수 있을까? IoT, VUI(Voice User Interface, 대화형 음성 인터페이스) 기반의 스마트홈 기기들이 지원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당사자, 그리고 접했다고 하더라도 발전 초기 단계의 기기들을 오류 없이 활용할 수 있을까? 오류 발생 시 해결이 원활할 것인가? 제일 최초로 돌아가서, 기기의 개발은 어떤 사용자를 고려하여 진행된 것인가?


특히 스마트 기기의 경우, 그 편리성으로 장애인 또는 소외계층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가벼운 스케치를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초에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비장애인 계층’으로 모델링을 진행하고, 연구 대상에서 채택한다.  실제로 아주 극소수의 AI 기기 관련 연구 실황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했다.


전통시장을 위한 제로페이를 도입했다고 해서 이로써 해결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한 오산이 없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주로 고연령층이며, 일회성 교육으로 제로페이 결제내역을 관리할 수 있을 리 없다.

 

젊은 세대들도 모두가 현대화 기기와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능숙한 패드 사용자 계층부터 메신저만 이용하는 계층까지 다분화 되어 있다. 키오스크로 인한 소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현재, 핀테크(IT를 기반으로 한 금융라이프)에 겁먹지 않고 도전할 사람 누구인가? 우선 대부분의 디지털소외자들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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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의 사용자로써 연구대상이 되어야함은 물론이다. 고려되지 않은 사용자가 행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으며, 적용대상보다도 훨씬 많은 노력을 요한다. 문간에 발을 들여놓기(foot-in-the-door technique) 위해서는 잦은 접촉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기술 발전의 속도에 따라 노인 정책 또한 기술 의존이 더 심화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건, 이 과도기를 지나면서 프로그래밍 언어 역시 객체지향언어(Java 등)에서 사용자 관점 언어(파이썬 등)으로 발전했듯 현재의 차례는 사용자에게 집중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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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기술 탐구를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대부분 스마트 기기로 전달되는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상황더라도 공무원 이외의 누군가에게서 복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기기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활용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소외자 외의 사람들 역시도 인지해 구전방식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여서 노인 고독사가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복지 차원 문제해결수단의 접촉 뿐만 아니라, 소통 그 자체의 증대를 이룰 사회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이는 비단 IT기술소외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노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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